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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를 그만둘까도 생각했었죠."
계속 이어지는 연패에 '왜 안될까'라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다. "나가기만 하면 승리투수가 되는 다른 투수들을 보며 난 왜 그럴까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올스타전 홈런 더비 때 홈런을 치라고 던져주는 공을 하나도 홈런으로 연결시키지 못하는 타자가 있지 않나. 내가 지려고 던져도 이렇게 연패에 빠지지는 않았을 거란 생각도 들었다"고 했다. 연패동안 팬들도 그에겐 부담이었다. "어떤 팬들은 연패한다고 욕하시기도 하고, 어떤 팬들은 바로 '힘내세요'라고 말하고 지나가기도 했다. 내가 너무 처량하게 느껴졌다"고 했다.
2년여만에 첫승을 거둔 날은 어땠을까. 특별한 세리머니없이 숙소에서 잤다. 그저 룸메이트 박병호와 방으로 찾아온 손승락 김성태 허도환의 축하를 받으며 여러 얘기를 나눴다. "도환이 허벅지에 멍이 들었던데 정말 고마웠다"는 심수창은 "사실 넥센에 와서 좀 서먹하고 그랬는데 나의 승리를 위해 애써주는 동료들의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 팀에 하나가 되는 느낌이었다"며 어느새 넥센 선수가 됐음을 말했다.
18연패를 했던 날보다 1승을 한 날이 기분이 너무 좋아 잠이 잘 안왔다는 심수창은 "원래 선발한 다음날엔 러닝을 하는데 오늘 이렇게 기분좋게 러닝을 하긴 처음이었다. 날아갈 것 같았다"며 홀가분한 기분을 말했다.
그렇다고 18연패의 악몽을 잊지는 않는다. "정말 1구, 1구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는 심수창은 "또 18연패를 하려면 2년이 남아있으니까 그동안 잘해보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심수창은 이날 선수단과 프런트 뿐만아니라 취재진 등에도 아이스커피를 돌렸다. 승리투수가 돼서 커피나 피자를 돌리는 것도 그에겐 너무나도 해보고 싶었던 일이었다.
부산=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