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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드' 박병호, "내가 더 잘했어야 했다"

이명노 기자

기사입력 2011-07-31 22:41


프로야구 KIA와 LG의 경기가 11일 군산 월명야구장에서 펼쳐졌다. 박병호가 9회초 2사 1,2루 추격 의지를 꺽는 3점 홈런을 날리고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LG는 박병호까지 5개의 홈런을 쏘아 올렸다.
군산=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


"제가 더 잘했어야 되는데…"

갑작스런 트레이드. 7년 간 입었던 줄무늬 유니폼을 벗어야만 하는 박병호는 오히려 자신의 잘못이라고 했다. 트레이드가 발표된 뒤 그와 어렵게 전화연락이 닿았다. 먼저 기분부터 물었다. 박병호는 "다른 트레이드되는 선수들이랑 기분은 똑같을 것이다. 크게 나쁘지는 않다"고 답했다.

사실 시즌 내내 그를 둘러싼 트레이드 루머가 있었다. 상대팀과 선수 이름까지 거론되는 등 내용도 구체적이었다. 박병호는 "그때는 정말 루머일 뿐이라고만 생각했다. 트레이드될 줄은 정말 몰랐다. 정작 연락받고 나니까 심장이 벌렁거리더라"고 말했다. 야수진이 넘치는 LG가 아닌, 거포가 필요한 넥센이라면 오히려 좋은 기회가 아닐까. 그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LG에서 내가 더 잘했으면, 팀과 나 모두 잘됐을텐데 그러지 못했다. 팬들에게 죄송할 따름"이라며 "LG가 그동안 이루지 못했던 4강에 갈 찬스가 아닌가. 투수력 보강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고작 1할 타자에 불과한 나를 받아준 넥센은 고맙다"이라고 했다.

성남고를 졸업한 박병호는 지난 2005년 연고팀인 LG에 1차 지명되며 프로에 데뷔했다. LG는 좌타자 일색의 라인업에 우타 거포를 추가하고 싶었다. 고교 시절부터 남다른 타격재능을 보였던 그에게 계약금 3억3000만원을 안겼다. 박병호는 데뷔 첫 해부터 79경기에 출전하는 등 LG의 미래로 육성되고 있었다. 하지만 성장이 더뎠다. 첫 해 타율 1할9푼에 21타점 3홈런, 이듬해엔 1할6푼2리 13타점 5홈런을 기록한 뒤 상무에 입대했다. 상무에서 돌아온 뒤에도 2할1푼8리에 홈런 9개를 날린 2009년이 커리어하이 시즌일 정도로 기대에 못 미치는 모습을 보였다. 올시즌은 2군에서 주로 머물렀다. 1군 기록은 15경기에서 타율 1할2푼5리에 3타점 1홈런.

박병호는 LG 구단으로부터 트레이드 통보를 받은 뒤 곧바로 구리 숙소로 향했다. 당시 저녁을 먹고 있었지만, 빨리 짐을 챙겨와야할 것만 같았다. 그는 "아직 넥센에서 연락을 받지 못했다. 향후 스케줄은 아직 모르겠다"고 했다.

"이제 어린 나이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더 잘해야한다"면서 통화를 마무리한 박병호, 그의 목소리에서 새로운 야구인생을 열어가겠다는 굳은 의지가 느껴졌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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