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사장(COO·최고운영책임자)이 잠실구장을 깜짝 방문했다. 집에서 TV로 중계를 보다가 갑자기 자녀와 함께 야구장에 나타나 삼성 선수단도 크게 놀랐다.
잠시후 도열한 선수단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 이는 놀랍게도 이재용 사장이었다. 이 사장은 김 인 사장의 안내를 받으며 선수단 전원과 악수를 나눴고 때때로 덕담도 했다. 이날 1군에 첫 합류한 외국인투수 덕 매티스는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이었지만, 한국식으로 모자를 벗고 잠시 얘기까지 나눴다.
올해 들어 첫 야구장 나들이다. 2002년 삼성의 첫 한국시리즈 우승때 이재용 사장이 그라운드로 내려간 적이 있었다. 때때로 잠실구장 본부석에서 관전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하지만 기자의 기억으로는, 이 사장이 정규시즌 평일 경기에 야구장을 찾아 경기후 덕아웃까지 내려간 건 최근 10년간 처음이다.
당연히 선수단도 모르고 있었다. 이날 삼성 류중일 감독은 경기를 마치고 버스에 오르기 전에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류 감독은 이재용 사장으로부터 "요즘 야구가 너무 재미있습니다. 고맙습니다"라는 덕담을 들었다고 한다. 가벼운 마음으로 야구장을 찾았기에 금일봉을 전달하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고 삼성측은 밝혔다.
이재용 사장은 '베이스볼 키드'라 불릴만하다. 68년생인 이 사장이 중학교 2학년때 프로야구가 시작됐다. 어린 시절 삼성 선수 김시진(현 넥센 감독)에게 캐치볼을 배웠고, 요즘도 야구에 늘 관심이 많다. 구단주를 맡고 있지 않지만, 이재용 사장은 라이온즈 속사정을 훤히 꿰뚫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상당히 의미 있는 행보였다. 프로야구 인기가 드디어 구단주 혹은 오너까지 야구장으로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최근 한화 이글스 구단주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선발투수들에게 일일이 전보를 보내고, 선수들 전원에게 체질별 맞춤 보약을 선물해 화제가 됐다. 이번엔 이재용 사장이 움직였다. 야구 인기를 입증하는 사례다.
한발 더 나아가야 한다. 프로야구는 오너가 직접 깊은 애정을 보여줄 때 더 큰 성장을 이뤄낼 수 있다. 모든 투자가 오너의 말 한마디에 결정된다. 최근의 이같은 움직임이 더 잦아지고 또한 확대된다면, 프로야구는 지난 30년간 이룬 성장의 두배를 앞으로 몇 년 내에 해낼 수 있을 것이다.
잠실=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