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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의 최대 강점이던 선발 마운드에 적색 신호등이 켜졌다.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이전까지 로페즈는 16차례의 선발등판에서 단 2회(5월21일 군산 한화전, 6월28일 부산 롯데전)만 5이닝을 던졌고, 나머지 14번은 모두 6이닝 이상 책임졌다. 완투도 3번(5월8일 인천 SK전, 5월15일 부산 롯데전, 6월15일 대전 한화전)이나 됐고, 8이닝을 던진 적도 4회 있었다. '책임감'에 관해서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운 스타일이다. 때문에 '보통 통증이 아니고서야 저렇게 내려갈 리가 없다'는 우려가 쏟아졌다.
그래서 KIA는 이후 '로페즈 보호'에 총력을 기울였다. 한 두 경기 등판을 걸러 팀이 설령 지더라도 로페즈의 '안정화'를 선택한 것. 로페즈는 통증 발생 이후 6일 만인 지난 23일 올스타전 때 1⅔이닝을 던지며 건재를 과시했다. 그러고 나서 다시 6일이 지났다. '단순 통증'이 사라지는 데는 충분한 시간이다. 그래서 신중한 조범현 감독도 이날 3연패를 끊는 중요한 선발 임무를 로페즈에게 맡겼다.
하지만, 로페즈는 또 옆구리를 부여잡았다. 이날 출발은 좋았다. 1회초 첫 상대인 장기영을 3구 삼진으로 잡으며 산뜻하게 출발한 로페즈는 2, 3번 김민우-장기영을 각각 유격수 땅볼과 2루수 땅볼로 처리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왼쪽 옆구리 통증은 완치된 듯 했다. 2회에도 별 문제가 나타나지 않았다. 첫 상대 알드리지를 좌익수 뜬공으로 잡은 뒤 이숭용을 볼넷으로 내보낸 로페즈는 6번 강정호를 3루수 땅볼로 처리한 뒤 7번 박정준도 3구 삼진처리했다. '이닝이터'의 면모가 되살아난 듯 했다.
그러나 오래 충전한 배터리는 의외로 '조기방전'되고 말았다. 3회초 마운드에 오른 것은 로페즈가 아닌 손영민이었다. 옆구리 통증이 재발한 탓이다. KIA 관계자는 "경미한 통증이 발생해 자진 강판했다. 그러나 본인이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된다고 하며 덕아웃에서 경기를 보고 있다. 향후 정밀 검진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