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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류현진의 불펜 변신은 단순한 게 아니었다.
류현진이 불펜으로 변신한 가장 큰 이유는 선수보호를 위한 한대화 감독의 배려였다. 지난달 29일 등근육 부상으로 1군에서 제외된 뒤 16일 만에 복귀했지만 완벽한 컨디션을 회복할 때까지 무리시키지 않겠다는 게 한 감독의 판단이다. 어차피 올스타전 브레이크가 있는 만큼 서서히 적응하면서 만에 하나 있을 불안요소를 점검해 나가자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한 감독은 "류현진은 한화 선수지만 국가의 재산이기도 한 비싼 몸이다"는 말을 자주 해왔다.
하지만 류현진의 불펜 변신은 선수보호에만 목적이 있는 게 아니었다. 한화 구단은 또다른 부수효과를 노릴 수 있다. 일종의 '1석3조'다. 류현진 보호령은 기본이고, 타선의 분발 자극과 팬 서비스도 꾀할 수 있다.
그것은 바로 류현진이 마음 편히 중간이나 마무리로 나올 수 있도록 미리 승리요건을 맞춰주는 것이다. 안그래도 한화는 6월까지 매섭게 몰고왔던 상승세가 7월 들어 다소 주춤해진 바람에 걱정이 태산이었다.
6월 한 달동안과 류현진이 복귀(15일)하기 전까지 7월 보름 간의 기록을 봐도 그 차이를 알 수 있다. 6월에 2할9푼1리에 달했던 주자있을 시 타율은 7월 보름간 2할5푼7리로 떨어졌고, 2할9푼6리의 득점권 타율 역시 2할8푼9리로 내려앉았다. 이 과정에서 팀타율도 2할7푼에서 2할6푼4리로 주춤했고, 득점은 적어지는 대신 다실점으로 패하는 경우도 많아진 것이다.
부상이었던 최진행 신경현이 돌아오는 시점에 맞춰 분위기를 새롭게 할 계기가 필요했는데 류현진 카드가 맞아떨어졌다. 굳이 의기투합을 강요할 필요도 없다. 승리조의 핵심으로서, 불펜 대기중인 류현진을 쳐다보면 타선에서 뭘 해야 하는지 잘 알게 되기 때문이다. 류현진이 불펜 등판을 시작한 17일 SK전에서 기대했던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한화가 올시즌 SK전에서 무실점 완승(5대0)을 한 것은 처음이었다.
한화 팬들로서는 색다른 야구보는 재미를 얻게 생겼다. 한화 오성일 홍보팀장은 "과거같으면 류현진을 불펜으로 기용할 경우 에이스를 소홀히 대하는 것 아니냐는 반발이 나왔을 텐데 이번 경우는 재밌다는 반응이 더 많은 것 같다"고 전했다. 올스타 브레이크를 앞두고 홈 3연전인 데다, 류현진의 등판을 매일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팬들에겐 신선한 흥미요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구단은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 구단은 모기업 한화그룹이 최근 사원교육을 통해 강조하고 있는 핵심가치인 '도전, 희생'에도 류현진의 불펜 변신이 부합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1석4조'의 효과인 셈이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