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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의 불펜변신 부수효과도 있다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1-07-18 11:30


'괴물' 류현진이 마무리로 변신했다. 17일 오후 인천 문학야구장에서 열린 SK와의 경기에서 한화 류현진이 5대0으로 앞서던 9회말 2아웃에 마운드에 올랐다. 사진은 SK 박재홍을 상대로 역투하는 한화 류현진
인천=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역시 류현진의 불펜 변신은 단순한 게 아니었다.

한화 류현진은 17일 SK전에서 9회 2사 2루 상황서 마무리로 나서 박재홍을 가볍게 삼진으로 처리하며 화제가 됐다.

국가대표 에이스 류현진에게 불펜 등판은 희귀하다. 프로 데뷔(2006년) 이후 이번이 네 번째. 2009년 9월 23일 송진우 은퇴경기때 이벤트성으로 두 번째 투수로 출전한 것을 제외하면 2006년 이후로는 처음이다.

류현진이 불펜으로 변신한 가장 큰 이유는 선수보호를 위한 한대화 감독의 배려였다. 지난달 29일 등근육 부상으로 1군에서 제외된 뒤 16일 만에 복귀했지만 완벽한 컨디션을 회복할 때까지 무리시키지 않겠다는 게 한 감독의 판단이다. 어차피 올스타전 브레이크가 있는 만큼 서서히 적응하면서 만에 하나 있을 불안요소를 점검해 나가자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한 감독은 "류현진은 한화 선수지만 국가의 재산이기도 한 비싼 몸이다"는 말을 자주 해왔다.

하지만 류현진의 불펜 변신은 선수보호에만 목적이 있는 게 아니었다. 한화 구단은 또다른 부수효과를 노릴 수 있다. 일종의 '1석3조'다. 류현진 보호령은 기본이고, 타선의 분발 자극과 팬 서비스도 꾀할 수 있다.

류현진이 불펜 전환을 권유한 코칭스태프의 방침을 순순히 수락했다는 사실만으로 팀에는 은근한 자극제가 된다. "부상이 다 나았으니 언제든 선발 출격할 수 있다"고 자신하던 천하의 에이스가 팀 사정 때문에 불펜 등판을 받아들이는 것은 쉽지않은 희생이나 마찬가지다. 에이스가 자존심, 욕심 따위를 버리는 마당에 다른 선-후배들도 뭔가 보답을 해야 한다.

그것은 바로 류현진이 마음 편히 중간이나 마무리로 나올 수 있도록 미리 승리요건을 맞춰주는 것이다. 안그래도 한화는 6월까지 매섭게 몰고왔던 상승세가 7월 들어 다소 주춤해진 바람에 걱정이 태산이었다.

6월 한 달동안과 류현진이 복귀(15일)하기 전까지 7월 보름 간의 기록을 봐도 그 차이를 알 수 있다. 6월에 2할9푼1리에 달했던 주자있을 시 타율은 7월 보름간 2할5푼7리로 떨어졌고, 2할9푼6리의 득점권 타율 역시 2할8푼9리로 내려앉았다. 이 과정에서 팀타율도 2할7푼에서 2할6푼4리로 주춤했고, 득점은 적어지는 대신 다실점으로 패하는 경우도 많아진 것이다.


부상이었던 최진행 신경현이 돌아오는 시점에 맞춰 분위기를 새롭게 할 계기가 필요했는데 류현진 카드가 맞아떨어졌다. 굳이 의기투합을 강요할 필요도 없다. 승리조의 핵심으로서, 불펜 대기중인 류현진을 쳐다보면 타선에서 뭘 해야 하는지 잘 알게 되기 때문이다. 류현진이 불펜 등판을 시작한 17일 SK전에서 기대했던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한화가 올시즌 SK전에서 무실점 완승(5대0)을 한 것은 처음이었다.

한화 팬들로서는 색다른 야구보는 재미를 얻게 생겼다. 한화 오성일 홍보팀장은 "과거같으면 류현진을 불펜으로 기용할 경우 에이스를 소홀히 대하는 것 아니냐는 반발이 나왔을 텐데 이번 경우는 재밌다는 반응이 더 많은 것 같다"고 전했다. 올스타 브레이크를 앞두고 홈 3연전인 데다, 류현진의 등판을 매일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팬들에겐 신선한 흥미요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구단은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 구단은 모기업 한화그룹이 최근 사원교육을 통해 강조하고 있는 핵심가치인 '도전, 희생'에도 류현진의 불펜 변신이 부합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1석4조'의 효과인 셈이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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