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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집 고통 이겨낸 장원준의 투혼이 롯데 살렸다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1-07-17 13:04



"휴, 다행이네."

16일 부산 사직구장. 롯데는 9회말 터진 이인구의 끝내기 안타로 LG에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끝내기 세리머니를 펼치는 선수들 뒤로 덕아웃에 있는 한 선수의 모습이 보였다. 이날 선발이었던 장원준. 경기가 끝나자 그의 입에서 처음 나온 말이 "다행이네"였다. 2경기 연속 불펜의 난조로 본인의 승리는 날아갔지만 그는 "팀이 승리했으면 그만"이라고 담담히 말한다.

장원준은 올시즌 실질적인 롯데의 에이스 역할을 맡고 있다. 8승 2패. 지난 두 경기에서 승리를 챙겼다면 벌써 10승 고지에 오를 수 있었을 만큼 훌륭한 성적이다. 객관적인 성적보다 더 눈에 띄는건 올시즌 안정적인 이닝이터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선발투수들이 부진, 부상으로 들쭉날쭉했던 가운데 장원준은 한 차례도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고 묵묵히 공을 던졌다.

그런 장원준에게도 올시즌 참기 힘든 고통이 있었다. 바로 공을 던지는 왼손 중지의 손가락 물집 때문이다. 악순환의 반복이었다. 시즌 초반 생겼던 물집이 아물만 하면 다음 등판일에 공을 던져 다시 악화되는 식이었다. 하지만 팀을 위해 참고 던졌다. 결국 손가락에 굳은살이 배겼고 장원준은 등판 전 굳은 살을 칼로 다듬어내며 마운드에 올랐다.

문제는 지난 10일 인천 SK전에서 터졌다. 이날 선발등판한 장원준의 평소 때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자신의 자랑이던 제구가 전혀 말을 듣지 않았고 공에도 힘이 없었다. 이날 경기가 우천으로 노게임이 선언돼 다행이었을 정도. 문제가 있었다. 경기 전 굳은살이 완전히 떨어져 나가며 그 위에 새살이 돋은 것이다. 지난 3개월 간 공을 던졌던 감각을 유지하기 힘들었다. 공이 손가락에 채지지 않고 미끄러져 일어난 상황이었다.

장원준은 그날 이후 이를 악물었다. 연습투구를 하고 손가락에 아이싱을 했다. 이 과정을 수차례 반복했다. 일부러 굳은살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팀 승리를 위해서라면 자신의 이런 작은 고통쯤은 문제가 아니었다. 결국 장원준은 4강 진입을 위한 중요한 일전이던 LG와의 경기에서 제 컨디션을 찾으며 7이닝 3실점으로 호투, 승리의 발판을 만들었다.

장원준은 경기 후 "선발투수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던졌다. 개인 성적과는 상관 없이 최대한 길게 던지려는 생각밖에 없었다"고 했다. "앞으로의 경기에서도 그 부분만 신경쓸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리고는 "팀이 중요한 경기에서 이겨 정말 다행"이라고 말하며 빙긋이 웃었다. 장원준의 투혼, 4강 진입을 위해 힘겨운 싸움을 치러야하는 롯데에 분명한 희망 요소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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