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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개월 만에 부활의 시험무대에 오르는 KIA 한기주가 두 가지 신무기를 들고 나왔다.
투심 패스트볼은 실밥의 방향에 맞춰 손가락을 걸고 던진다. 포심에 비해 백스핀이 적게 걸리는 대신 검지와 중지의 근력 차이에 의해 사이드 스핀이 가미된다. 그래서 공의 스피드는 다소 줄어들지만, 공끝의 좌우 움직임이 포심보다 크다. 타자의 입장에서는 포심과 비슷한 스피드로 날아오는 공이 히팅포인트 앞에서 옆으로 살짝 휘기 때문에 정타를 치기 어렵다. KIA 서재응 그리고 메이저리그의 전설이던 그렉 매덕스의 대표 구질이다.
체인지업은 한기주가 고교 때까지 던지다가 프로 입문 후에는 봉인해뒀던 구종이다. 패스트볼과 같은 폼으로 던지지만 그립이 달라 스피드가 현저하게 줄어든다. 타자를 속이기에 안성맞춤이다. 게다가 홈플레이트 앞쪽에서 아래로 떨어지기 때문에 땅볼 유도에도 좋다.
그렇다면 왜 한기주는 체인지업의 봉인을 해제하고, 투심 패스트볼을 새로 익혔을까. 원동력은 '선발을 향한 열망'이었다. 2006년 프로 입단 때 잠시 선발을 했던 한기주는 이듬해부터 마무리로 전환했다. 경기 후반 짧은 이닝을 소화하는 마무리에게는 많은 구종은 필요치 않다. 이미 갖고 있던 150㎞ 이상의 강속구와 각도 큰 슬라이더의 '투 스터프'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러나 한기주는 마무리보다는 선발을 원했다. 그래서 2009년 말 팔꿈치 수술 이후 재활을 하면서 '선발 복귀'에 대한 계획을 조금씩 실행에 옮긴 것이다.
선발은 마무리에 비해 많은 이닝을 소화해야 하고 다양한 상황을 해결해야 한다. 직구-슬라이더의 '투 스터프'보다는 아무래도 여러가지 무기를 지닌 편이 유리하다. 물론, 과거 선동열이나 현재 윤석민처럼 두 구종의 제구력과 위력이 압도적이라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러나 수술 이후 스피드와 제구력이 다소 떨어진 한기주에게는 새로운 무기가 필요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투심과 체인지업이다. 투심은 직구와 마찬가지의 투구 매커니즘을 지녀 팔에 부담이 적다. 서재응도 미국에서 수술 이후 투심의 비중을 높였다. 체인지업은 팔에 다소 부담이 간다. 그러나 타자를 현혹해 패스트볼의 체감스피드를 높여주는 효용이 있다. 140㎞대 중후반으로 평균 구속이 떨어진 한기주에게는 무척 매력적인 구질이라 할 수 있다. 게다가 투심과 체인지업은 땅볼을 많이 유도할 수 있어 투구수를 줄여준다. 한계투구수가 적은 한기주로서는 이보다 더 매력적인 신무기는 없는 셈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