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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체절명의 상황에서의 상식파괴였다.
천적 정근우의 딜레마
정근우는 리즈의 천적이다. 8회 이전까지 정근우만이 홀로 매섭게 방망이를 돌렸다. 4회에 좌전안타를 터뜨렸고, 6회에도 제대로 맞은 타구가 2루수 정면 직선타구가 됐다.
그러나 LG 박종훈 감독은 과감했다. 사실 그 시점에서 정근우를 맡길 마땅한 불펜투수도 없었다. 게다가 LG의 과감한 용병술은 SK에게 오히려 딜레마를 던졌다. SK 공격 패턴으로 보면 이 상황에서 100% 희생번트였다. 그런데 그렇게 버리기에는 '정근우 카드'가 너무 아까운 게 사실. 그래도 SK 김성근 감독은 희생번트를 요구했다. 하지만 정근우가 리즈의 낮은 볼에 번트를 실패했다.
그러자 갑자기 정근우가 2구째 페이크 앤드 슬래시(번트를 대는 척하다 강공으로 갑자기 변하는 작전)를 감행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실패했다. 리즈 입장에서는 약간의 운도 따랐다. 리즈는 4구째 승부를 걸었다. 온 힘을 다해 바깥쪽으로 직구를 던졌고, 152㎞의 바깥쪽 꽉 찬 기막힌 스트라이크가 됐다. 정근우는 가만히 서서 삼진을 당할 수밖에 없었다.
좌타 vs 좌투 > 맞대결 전적
한 고비는 넘겼지만, 박정권이 기다리고 있었다. LG는 그제서야 리즈를 교체했다. 사실 리즈는 한계점에 도달한 상태였다.
필승계투조인 좌완 이상열을 내보냈다. 그러나 공교로웠다. 박정권도 이상열에게 강했다. 최근 3년간 9타수 3안타였다. 하지만 이번에도 박 감독은 과감했다.
왼손타자 박정권을 잡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투수는 이상열이라고 믿었다. 게다가 이날 컨디션은 괜찮았다.
박정권은 초구를 노렸다. 그러나 헛스윙. 2구는 바깥쪽 140㎞ 직구 스트라이크를 꽂았다. 볼카운트 2-0으로 몰린 박정권도 만만치 않았다. 3, 4구를 볼로 골라낸 뒤 7구까지 두 차례의 파울을 치며 괴롭혔다.
하지만 8구째. 박정권이 힘껏 휘두른 타구는 2루수 정면이었다. 결국 2루수-유격수-1루수로 이어지는 병살타가 됐다. LG로서는 최상의 결과. 맞대결 전적에서 너무나 불리한 매치업을 극복한 '역발상 투수교체'가 주효했다.
잠실=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