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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무지 궁합이 맞질 않는다.
하지만 야구는 다르다. 비가 내리면 투수나 타자 모두 정상적인 플레이를 하지 못한다. 근거는 있다. 배트와 야구공, 글러브 등 야구 장비는 대부분 습기에 의해 변형이 잘 되는 나무와 가죽 등으로 만들어진다. 때문에 비에 젖을 경우 본래의 용도에 맞지 않게 변질된다. 이를 다루는 선수들의 신체제어 능력도 크게 흔들리다. 그러다보면 경기 수준이 갑자기 떨어지거나 선수들이 큰 부상을 당할 위험이 있다.
비로 인해 경기력이 떨어지는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지난 10일 잠실 LG-KIA전에 나왔다. 이날 KIA선발 로페즈는 3회부터 비가 내리는 가운데에서도 7회 2사까지 단 한개의 안타도 내주지 않는 '완벽투'를 펼치며 노히트노런을 예감케 했다. 그러나 4-0이던 7회 2사후 이병규에게 안타를 맞으며 대기록의 꿈이 깨졌다. 이병규에게 안타를 맞은 공은 바깥쪽 체인지업. 로페즈의 손에 물기가 없고, 공도 보송보송한 상태였다면 의도대로 큰 낙폭을 그리며 헛스윙을 유도했을 테지만 비로 인해 마찰계수가 줄어들었다. 결국 밋밋하게 떨어지면서 안타가 됐다.
이 사례는 투수의 경우였지만, 타자나 주자 수비수들도 역시 비가 내리면 정상수준의 경기를 하지 못한다. 시야의 방해, 장비의 기능 저하, 젖은 그라운드로 인해 '치고 달리고, 잡는' 모든 플레이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부상 가능성도 크게 증대된다. 결과적으로 야구와 비는 가까이 하기에는 너무 먼 사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