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프로야구, 왜 비와는 상극일까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1-07-11 14:44


스포츠조선
2011.07.10
SK와 롯데의 주말 3연전 마지막날 경기가 10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렸다. 3회초 롯데 홍성흔 타석 갑자기 쏟아지는 장대비에 경기가 중단되며 선수들이 덕아웃으로 들어가고 있다.
인천=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도무지 궁합이 맞질 않는다.

프로야구판이 장맛비 때문에 울상이 됐다. 11일까지 총 47경기가 취소됐는데, 지난해 같은 시점에 비하면 20경기나 더 많은 수치다.

그런데 이런 상황은 언제나 프로야구에만 국한된 이야기다. 대표적인 실외 프로스포츠인 축구는 우천 취소가 극히 드물다. '악천후에 의해 취소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지만, 실제 폭우로 취소된 경우는 2005년 8월24일 광양에서 열린 전남-부천 전이 마지막이었다. 심지어 지난달 25~26일 이틀간 태풍 '메아리'의 영향으로 프로야구 8경기가 모두 취소될 때도 K리그 15라운드는 예정대로 진행됐다. 경기 중 내리는 비로 인한 변수도 정상적인 플레이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야구는 다르다. 비가 내리면 투수나 타자 모두 정상적인 플레이를 하지 못한다. 근거는 있다. 배트와 야구공, 글러브 등 야구 장비는 대부분 습기에 의해 변형이 잘 되는 나무와 가죽 등으로 만들어진다. 때문에 비에 젖을 경우 본래의 용도에 맞지 않게 변질된다. 이를 다루는 선수들의 신체제어 능력도 크게 흔들리다. 그러다보면 경기 수준이 갑자기 떨어지거나 선수들이 큰 부상을 당할 위험이 있다.

비로 인해 경기력이 떨어지는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지난 10일 잠실 LG-KIA전에 나왔다. 이날 KIA선발 로페즈는 3회부터 비가 내리는 가운데에서도 7회 2사까지 단 한개의 안타도 내주지 않는 '완벽투'를 펼치며 노히트노런을 예감케 했다. 그러나 4-0이던 7회 2사후 이병규에게 안타를 맞으며 대기록의 꿈이 깨졌다. 이병규에게 안타를 맞은 공은 바깥쪽 체인지업. 로페즈의 손에 물기가 없고, 공도 보송보송한 상태였다면 의도대로 큰 낙폭을 그리며 헛스윙을 유도했을 테지만 비로 인해 마찰계수가 줄어들었다. 결국 밋밋하게 떨어지면서 안타가 됐다.

이어 다음 타자 조인성에게 슬라이더를 던지다 홈런을 맞았다. KIA 배터리의 계획은 빠르게 조인성의 바깥쪽을 휘어지는 변화구로 헛스윙이나 범타를 유도하는 것이었다. 그러려면 실밥을 검지와 중지로 채주면서 강한 사이드스핀을 걸었어야 했는데, 폭우속에서는 그 과정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 결국 로페즈의 슬라이더는 '미완성'인 채로 날아갔고, 한복판으로 밋밋하게 들어가다 조인성의 폭발적인 스윙에 걸려든 것이다.

이 사례는 투수의 경우였지만, 타자나 주자 수비수들도 역시 비가 내리면 정상수준의 경기를 하지 못한다. 시야의 방해, 장비의 기능 저하, 젖은 그라운드로 인해 '치고 달리고, 잡는' 모든 플레이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부상 가능성도 크게 증대된다. 결과적으로 야구와 비는 가까이 하기에는 너무 먼 사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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