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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과 KIA, 양강체제의 색깔이 점점 또렷해지고 있다.
삼성과 KIA는 각각 최고의 불펜진과 선발진을 자랑한다. 아무리 강력한 무기도 쓰는 자에 따라 위력이 180도 달라지는 법.
두 팀은 단점을 애써 보완하는 대신 자신이 지닌 장점을 극대화하는데 포커스를 맞추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본격화된 삼성과 KIA 양강체제. 마운드 운용의 비밀을 들춰보자.
삼성과 KIA는 마라톤 호흡으로 탄탄한 마운드 힘을 유지하고 있다. 설령 1경기를 내주더라도 무리하는 법이 없다. '불펜 왕국' 삼성은 최강 불펜진의 등판일수와 투구수를 철저하게 관리하며 긴 호흡으로 시즌을 치르고 있다.
삼성의 '수호신'인 특급 마무리 오승환의 등판은 철저한 투구수 관리 하에 이뤄지고 있다. 시즌 초 등판 경기에서 20개의 투구수를 수시로 넘던 오승환은 6월 들어 단 한차례도 20개를 넘지 않았다. 5월28일 대구 SK전 이후 등판 때마다 1이닝씩만 소화했다.
장마 덕에 오승환은 최근 연투도 드물다. 철저한 관리 속에 오승환의 직구 구위는 등판할 때마다 최상을 유지하고 있다.
필승불펜의 핵 정현욱도 '관리모드'다. 연투가 거의 없을 뿐더러 평균 4일 정도의 충분한 간격을 유지하고 있다. 2이닝을 넘게 던지는 경우도 극히 드물다. 올시즌 33경기 등판 중 2이닝을 초과했던 경기는 8경기 뿐이었다.
KIA의 승부수? 선발 야구 극대화
KIA 조범현 감독은 지난 3일 광주 한화전에 로페즈 대신 박경태를 선발로 내세웠다. 지난달 28일 롯데전에 손가락 통증을 호소했던 로페즈에게 최대한 휴식을 주기 위한 조치. 결과적으로 KIA는 3일 한화전과 로페즈가 등판한 5일 넥센전에서 모두 잡고 연승을 달렸다.
KIA는 에이스 윤석민을 필두로 한 5명의 최강 선발진에게 최상의 상태로 마운드에 오를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등판하는 선발마다 힘있는 공으로 오랜 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숨은 배경이다.
'장점 극대화'에 대한 조범현 감독의 철학은 확고하다. 그는 "한 팀이 선발, 불펜, 타선 등 모든 면이 강할 수는 없다. 경기 후반(불펜)은 크게 생각하지 않는다. 선발투수들을 좋은 상태에서 올려 리드를 잡을 수 있는 경기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소신을 밝혔다. 조 감독은 6인 로테이션 등 선발 투수의 혹사를 최대한 줄여 2009년 12년만에 KIA의 숙원인 우승을 안긴 사령탑이다.
장점인 선발야구의 능력치를 극대화하면서 상대적으로 부담이 줄어든 불펜도 살아나고 있다. 손영민과 심동섭이 중간에서 제 역할을 해주고 있고 베테랑 유동훈의 페이스도 6일 넥센전에서 5세이브째를 따내며 상승 모드로 돌아섰다.
다음주 초 복귀 예정인 한기주의 선발 로테이션 가세도 '장점 극대화'란 큰 맥락 속에 이뤄지고 있는 복안이다.
여름 승부에서 한발짝씩 앞서가고 있는 삼성과 KIA. 시즌 초 치열했던 순위 경쟁 속에 일찌감치 마운드를 소모한 후유증을 호소하고 있는 타 팀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군산=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