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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철의 베이스볼 데자뷰 26]아마야구 위축 막으려면 연봉 수십억 선수 나와야 한다

기사입력 2011-07-03 13:56 | 최종수정 2011-07-03 13:56


요즘 고교야구 주말리그가 한창 진행중인데도 왠지 큰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고교야구 경기 티켓을 구하기 위해 밤을 새던 옛날을 생각해 보면 참으로 격세지감을 느낀다. 지금은 주말에만 경기를 해서 그런지 야구인인 나조차도 언제 어디서 경기를 하는지 모르고 지나갈 때가 많다.

어린 선수들에게 인성교육이 중요하다는 취지에서 주말리그를 도입한 것이겠지만 방법을 다른 쪽으로 찾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고등학생이라면 이미 야구선수로서 인생이 정해져 있다고 봐도 되기 때문에 차라리 본격적인 선수로 성장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다. 한국야구가 적은 자원을 가지고 세계무대에서 강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마야구 지도자들의 노력과 많은 경기를 통해 얻어진 결과가 아닐까 싶다.

아마야구는 프로야구의 젓줄이기 때문에 기량 높은 자원들이 많아져야 한다. 여기서 한가지 더 안타까운 현실이 있다. 아마야구의 구조적인 문제다. 리틀야구부터 대학까지 불균형적인 현상이 보인다. 리틀야구 팀은 130개가 넘는데 중학교 팀은 70여개에 불과해 리틀야구 출신들이 야구선수로 진학을 하지 못하는 기현상이 벌이지고 있다는 것이다.

고등학교 팀수는 이보다 더 적어서 50여개 뿐이다. 서울에 있는 고교팀들이 중학교 선수들을 다 흡수하지 못해 어린 나이에 부모곁을 떠나 지방으로 가서 선수생활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니 야구팀이 더 창단돼도 모자랄 판인데 현실에선 고교야구팀이 오히려 자꾸 줄어들고 있다. 프로야구의 미래를 생각해보면 정말 큰일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선수들이 낙오되지 않고 상급학교로 진학할 수 있게 하고, 나아가 프로에서 필요로 하는 훌륭한 자원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중고등학교 야구팀이 각각 100여개는 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프로야구가 어린이들에게 꿈과 동경의 대상이 될 필요가 있다. 최근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용일 총재 권한대행과 한국야구 발전 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이 대행은 프로야구 태동 때부터 중추적인 역할을 한 사람이다. 아마야구의 역사를 꿰뚫고 있으며, 한국야구의 산 증인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이 대행은 프로야구가 파이를 키우려면 20억~30억원 연봉의 선수가 나와야 한다는 소신을 가지고 있다. 일반인들이 보기에 너무나 큰 액수이기 때문에 자칫 위화감이 생길 수도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결국 이런 선수가 탄생할 것이며 꼭 그런 날이 와야 한다고 나 역시 믿고 있다.


이런 이 대행의 생각이 실현되려면 중고등학교 팀이 더 많아지고 선수들이 늘어나야 한다. 지금처럼 팀이 자꾸 해체되고 선수가 줄어들면 이 모든 게 꿈으로 그칠 수도 있다.

과거 프로야구 선수들은 흔히 "우린 빛 좋은 개살구"라는 자조적인 말들을 종종 했었다. 프로선수라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적은 연봉을 받았기 때문이다. 사실 지금도 몇몆 선수를 빼고는 프로야구에 고액연봉자들이 생각만큼 많지는 않다. 선수 뿐 아니라 코치들은 더욱 열악하다. 임금도 임금이지만 언제 옷을 벗을지 모른다는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프로야구의 판을 키워야 중고등학교 야구팀 해체를 막을 수 있고, 아마야구로부터 우수한 자원을 확보하는 선순환 구조를 이룰 수 있게 된다. 요즘처럼 프로야구의 인기가 높고, 어린이들이 꿈과 희망을 품을 시기를 놓치지 말고 잘 활용했으면 한다.
MBC스포츠 +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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