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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야구다."
경기가 끝난 뒤 김 감독은 방망이를 들고 공포의 펑고훈련을 실시했다. 이호준과 박진만을 상대로 한 훈련이었다. 펑고훈련을 끝낸 뒤 타격훈련까지 시켰다. 자정이 넘어서야 SK의 야간훈련은 끝났다.
김 감독은 "실책으로 자멸했다. 이건 완전히 동네야구 수준"이라고 어이없어 했다. 최근 침체된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실책을 저지른 선수들에게 자극을 주기 위한 특별 훈련이었다.
실제 그렇다. SK는 올 시즌 전력보강 요인이 거의 없었다. 박진만을 삼성에서 데려왔지만, 대신 주전 유격수 나주환이 군에 입대했다. 게다가 백업포수 이재원과 내야 멀티플레이어 모창민마저 군대에 들어갔다.
대신 4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면서 생긴 부작용이 올 시즌 그대로 표출되고 있다. 박경완 박재상 정근우 김강민 등이 잔부상을 당하며 제대로 된 베스트 라인업을 짜지 못하고 있다.
베테랑 박진만 이호준 최동수 안치용 등은 들쭉날쭉하다. 하지만 김 감독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이들을 쓸 수밖에 없다. 이들을 대신할 타자들이 없기 때문이다.
최근 김 감독은 새벽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시즌 중 입에 잘 대지 않던 술까지 마신다. 김 감독은 "문제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 지 뾰족한 대처방안이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 고민때문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사실 기나긴 페넌트레이스를 치르다보면 30일 한화전과 같은 어이없는 경기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삼성에게 선두를 빼앗긴 SK의 최근 분위기는 이런 경기가 재발할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한다.
2007년 부임 이후 SK를 최강으로 이끈 김 감독이 "동네야구"라고 혹평을 하면서도 "선수들이 불쌍하다"고 말하는 이유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