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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홍성흔이 KIA의 '돌아온 해결사' 김상현의 방망이를 '거부'했다.
배팅케이지 밖에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던 홍성흔에게 김상현이 다가왔다. 최근 3경기에서 홈런 3개로 무려 10타점을 쓸어담으며 '해결사 본능'을 완전히 회복한 후배.
이런 저런 푸념섞인 이야기를 나누던 홍성흔에게 김상현은 자신의 방망이 한자루를 내밀었다. "형 이걸로 한번 쳐보세요." 홍성흔은 기를 받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그는 "아니다. 됐다"하고 쥐었던 방망이를 다시 슬그머니 내려놓고 돌아섰다. 자존심을 지키고 싶었기 때문이다. 늘 방망이를 주는 입장이었던 홍성흔으로선 자신의 힘으로 지난 시즌같은 활화산 타격감을 찾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홍성흔은 사실 극도로 부진한 건 결코 아니다. 지난해만큼은 아니지만 6번타자 역할은 해내고 있다. 29일 현재 2할8푼8리의 타율과 3홈런, 31타점. 롯데 양승호 감독은 "사실 성흔이가 최근 몇년간 워낙 잘해서 그렇지 타 팀의 그 위치 타자들의 성적과 비교해보면 결코 떨어지는 성적이 아니다"라며 홍성흔을 옹호했다.
홍성흔은 예년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진이 도드라져보이는데 대해 "(안)경현이 형이 시즌 초에 농담삼아 '너 매년 한 2할9푼에 70타점씩만 했어야지 그동안 너무 좋은 성적을 올려 부담될 수도 있겠다'고 말했었다"며 "솔직히 올시즌은 개막전으로 돌아가고 싶다"며 힘든 마음과 함께 스스로 분발을 다짐했다. 경기전 땀을 뻘뻘 흘리며 강도높은 배팅훈련을 소화한 홍성흔은 0-0이던 2회 무사 2루에서 우전안타를 날리며 선취점의 발판을 마련했다.
부산=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