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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팀의 조건은 여러가지가 있다. 강한 선발진과 마무리, 테이블 세터와 중심타자, 강력한 센터 수비라인 등이다. 그 중 KIA에는 있고, 롯데에는 없는 두가지가 있다. 이날 유독 도드라졌던 테이블세터와 선발 투수의 차이다.
이들은 이날도 공격의 실마리를 풀어냈다. 0-0이던 3회 선두 9번 안치홍이 안타로 출루하자 이용규는 절묘한 배트 컨트롤로 유격수 키를 넘겨 좌중간에 타구를 떨어뜨렸다. 단숨에 무사 1,2루. 김선빈의 땅볼 타점을 시작으로 마치 공식처럼 '해결사' 이범호(적시타)-김상현(투런 홈런)이 잘 차려진 밥상을 쓸어담았다.
5회 역시 선두 김선빈이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밥상을 차렸다. 전 타석서 홈런을 친 김상현의 고의성 볼넷으로 만든 1사 1,2루에서 5번 나지완이 중월 3점 홈런으로 쐐기를 박았다. 참 쉬운 득점 공식이었다.
반면 롯데는 테이블세터 전준우 김주찬이 완전한 컨디션이 아니다. 장타력을 갖춘 톱타자 전준우는 아직 경기흐름을 읽는 능력이 다소 떨어지고 부상에서 복귀한 김주찬은 정상 타격감이 아니다. 이날 이들은 단 차례도 출루에 성공하지 못했다. 점수차가 벌어지기 전까지 이대호 앞에 주자가 단 한번도 없었다. 0-4로 뒤진 4회 1사후 손아섭이 안타로 출루했지만 폭투성 공에 2루로 뛰다가 태그 아웃됐다. 곧바로 이대호의 시즌 19호 홈런이 타졌다. 투런 홈런이 솔로 홈런으로 작아지는 순간. 만약 2-4가 됐다면 경기 상황은 달라질 수도 있었다.
위기 집중력에서 갈린 용병 선발 맞대결
경기전 롯데 양승호 감독은 "사도스키가 7회까지만 버텨줬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하지만 경기후 양 감독은 "선발이 일찍 무너졌다"는 짧은 평가를 내려야 했다. 사도스키는 5이닝 동안 홈런 2개 포함, 7안타와 볼넷 3개로 7실점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위기에서의 집중력과 제구가 아쉬웠다. 0-1이던 3회 1사 2루에서 이범호에게 볼카운트 1-1에서 곧바로 승부를 걸다 좌전 적시타를 허용했다. 135km짜리 변화구가 치기 좋은 코스로 높게 형성됐다.
이어진 1사 1루에서 김상현과의 승부가 더욱 중요했다. 2경기 연속 결승타를 날리며 살아난 4번타자와의 승부는 무조건 낮은 제구가 필요했다. 하지만 풀카운트에서 137km짜리 높은 슬라이더를 던지다 쐐기 투런홈런을 허용했다. 물오른 타격감을 자랑하던 김상현에게는 먹잇감이나 다름 없는 코스와 스피드였다.
반면 KIA 선발 트레비스는 공격적 투수로 투구수를 줄이며 7이닝 롱런에 성공했다. 완급조절과 몸쪽과 낮은 코스를 이용한 완벽한 제구력으로 위기에도 침착하게 대응했다. 스트라이크-볼 비율이 2:1로 이상적이었다. 27타자에게 단 하나의 4사구도 허용하지 않았고 탈삼진은 무려 9개나 됐다. 5회 무사 1,2루 위기에서 트레비스가 차분하게 제구와 완급조절을 활용해 3타자를 범타로 돌려세우는 장면은 인상적이었다.
부산=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