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10대1인터뷰] 김진우 "지금도 술 마신다는 소문? 내 이미지 나쁜 탓이다."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1-06-27 14:07


누군가를 용서한다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다른 이들에게 용서를 구하는 것도 결코 쉽지 않다.

30년을 이어온 한국 프로야구계에는 지금까지 수많은 스타들이 배출됐다. 그러나 스타로서의 잠재력을 충분히 지니고도 빛을 내지 못한 채 사라져간 무수히 많은 '기대주'들도 있었다. 어떤 기대주들은 프로무대에 대한 적응 실패나 예기치 못한 부상 때문에 스타의 꿈을 포기했다. 그러나 때로는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하는 바람에 눈앞에 다가온 성공을 차버린 케이스도 있다.

KIA 우완투수 김진우(28)가 그랬다. 한때 그 이름 석자 앞에는 KIA 에이스이자 한국을 대표할 우완투수라는 수식어가 있었다. 선동열이나 최동원 등 한국 우완정통파의 계보를 이을 적통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그러나 김진우는 막 피어오르려던 순간, 무대를 스스로 걷어차고 뛰쳐나갔다.그 순간, 김진우의 야구 인생은 끝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무대 뒤편으로 사라지는 듯 했던 김진우가 다시 돌아왔다. 2007년 팀을 이탈한 뒤 4년만이다. 팀과 동료, 팬에게 용서를 구한 김진우는 지금 '야구인생 제2막'의 문을 힘겹게 열었다. 예전처럼 스타이자 에이스는 아니다. 그러나 언젠가 다시 정상에 서겠다는 각오를 가슴에 새긴 채 묵묵히 공을 던진다.

-형의 복귀를 먼저 축하해요. 그간 야구에 대한 열정이 더욱 깊어졌나요?(SK 송은범)

(질문자가 송은범이라는 말에 무척 반가워하며)고맙다. 물론, 예전부터도 야구에 대한 열정이 있었지. 너도 알겠지만 야구라는 운동이 보통 열정 없이는 하기 힘들잖아. 단순히 직업이라고만 생각하면 더 힘들고,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야 돼. 그런데, 내가 잘못을 저지르고 운동을 쉬는 동안에 야구에 대한 더 깊은 사랑을 느낀 것 같아. 예전에는 야구에 대해 '좋아하도록 해야지'라고 생각했다면, 쉬는 동안에 내가 얼마나 야구를 좋아하고 사랑했는지 깨달은 거지. 지금은 야구가 정말 좋아. 사랑에 빠진 기분이랄까.

-우여곡절 끝에 다시 야구를 하게 됐는데 지금 마음가짐은 어떠니?(LG 이진영)

예전에는 1군에만 있다보니까 잘 몰랐는데요. 재활군에 있을 때와 2군에서 있을 때 그리고 다시 1군에 왔을 때 마음이 다르네요. 몸부터 만들자고 생각했다가 막상 1군의 기회가 주어지니까 절대 놓치지 말고 살아남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인생에는 세 번의 기회가 온다고 하잖아요. 이번이 제게는 마지막 세 번째 기회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겠다는 각오를 하고 있어요. 최대한 제가 보여줄 수 있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네요.


-복귀를 축하드려요. 보통 스타들은 루머가 많잖아요. 형도 자신에 대한 많은 루머를 들어보셨을 텐데 이것만큼은 바로 잡고 싶은 게 있다면요?(넥센 김민우)

아, 셀 수도 없이 많지. 물론, 내가 잘못한 적도 많지만 하지 않은 일도 했다는 루머를 들으면 많이 속상해. 불과 일주일전에도 광주에서 운동하고 있는데 여자친구한테서 전화가 오더라고. 인터넷 게시판에 보니까 서울의 한 술집에서 영화배우 이정재 씨와 술을 마시고 싸웠다는 글이 올라왔다는 거야. 정말 이런 식으로 말도 안되는 일이 많은데, 지금 생각해보면 내 이미지가 그렇게 안좋아져있구나 하고 반성도 되더라고. 과거의 실수 때문에 그런 말이 나오니까 앞으로도 계속 조심해야할 것 같아.

-너의 야구계 복귀를 위해 가장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분의 이름을 신문에 알리는 기회를 줄게. 은인의 이름과 이유는?(SK 박희수)

(어린 시절부터 친구라며 껄껄 웃는다)그 녀석도 참. 도와주신 분들이야 어마어마하게 많지. 그 분들 이름만 대도 한 시간은 훌쩍 갈걸. 김조호 단장님이나 오현표 팀장님 등 KIA구단 분들부터 해서 돌아가신 어머님이나 지금 여자친구도 있고. 어느 한 분의 이름만 말씀드리기가 죄송스러울 정도야. 그 분들이 아니었으면 지금 다시 기회를 잡지도 못했을 거다. 혹시 네 이름을 불러주기를 원하는 거냐?

-나도 오래 쉬어봐서 잘 아는데, 힘든 재기과정을 이겨낸 계기는 뭐니?(롯데 홍성흔도 비슷한 질문) 그리고 나는 항상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마운드에 오르는데 넌 어때?(한화 신주영)

아~ 계기라. 나도 한동안 네가 안보여서 야구 그만둔 줄 알았다. 어쨌든 반갑고, 가장 큰 계기는 돌아가신 어머니께 떳떳하지 못한 아들이 되기 싫어서였어. 어머니 산소에 가고 싶은 데 도저히 갈 수가 없더라.(잠시 눈이 붉어진다). 다시 야구선수로서 떳떳하게 가고 싶다는 다짐을 했어. 그리고 가장 힘들때 옆에 있어 준 여자친구에게 내 진면목을 다시 보여주고 싶기도 했고. 나는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해. 걸음마를 막 뗀 것처럼 조심스럽게 걸어갈 거야. 끝까지.-

-예전보다 몸이 더 거대해진 것 같다. 키도 더 큰 것 같고, 몸관리는 어떻게 했니?(KIA 유동훈)

그런 말을 자주 듣긴 해요. 근데, 키나 몸무게는 크게 바뀌지 않았거든요. 아마도 어깨 골격이 한층 벌어진 것 같아요. 예전 옷들이 다른 데는 다 맞는 데 어깨만 안맞거든요. 팀을 떠나고 나서는(한숨을 쉰다) 여행다니고, 술자리 다니고. 솔직히 몸관리 못했죠. 몸만들기는 동강대에서 2008년 6월부터 만들기 시작했어요. 무조건 뛰고 움직이고, 술 줄인 거. 그거였어요.

-소문에 피자 10판을 한번에 먹는다는 얘기가 있는데, 사실이니? 혹시 그런게 체력유지의 비밀인가?(한화 박정진)

(크게 웃으며)그 소문이 언제 대전까지 갔대요? 그건 고등학교 1학년때 이야기에요. 문희수 동강대 감독님께서 잠시 인스트럭터로 오셨는데, 하루는 훈련 끝나고 피자를 사준다기에 친구들 2명과 문 감독님 내외분 총 5명이 갔죠. 그날 피자 40판을 나눠먹고 집에 갈 때 또 5판을 싸간 기억이 나네요.(요즘에는 그렇게 안 먹는다고 강조한다)

-공백이 길었다가 마운드에 오랜만에 올랐을 때 예전과 비교해서 구질이나 구위 등이 달라졌다고 느끼나?(삼성 정현욱)

네, 아무래도 직구 볼끝에 힘이 부족한 게 느껴져요. 커브도 5㎞ 정도 덜 나오는 것 같고요. 밸런스가 가장 큰 문제인데, 제 특유의 와일드한 투구폼과 밸런스를 아직은 못찾고 있어요. 그래도 조급하지는 않아요. 이제부터 하나하나 만들어가는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너무 야구를 잘 해서 솔직히 동료들이 범접하기 힘든 분위기가 있었어. 혹시 그래서 더 외롭지 않았니?(초중고 동창 삼성 손주인)

(고개를 끄덕인다)그런 게 좀 있었지. 나도 솔직히 같이 어울리면서 놀고 싶었는데, 학창시절에는 집안도 엄했고. 무엇보다 야구장하고 집이 제일 즐겁고 좋았어. 쉬는 날 너희들하고 같이 PC방이나 야외에 놀러가고도 싶었는데, 그것보다 어머니가 계시는 집에서 쉬는게 제일 좋더라고. 나도 같이 어울리지 못해서 미안하다.

-최고의 자리에서 바닥까지 내려갔다 다시 왔다. 부상이든 개인적인 이유든 바닥까지 내려간 후배가 있다면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나(롯데 최기문 코치)

아직 저도 완전하지 않은데, 조언이라고 할 게 있을까요. 다만, 사람이 올라갈수도 있고, 떨어질 수도 있는데. 중요한 것은 마음가짐인 것 같아요. 화난다, 짜증난다 생각하면 인생이 그렇게 되고, 나는 할수 있어. 할거야.라고 하니까 또 그런 기회가 오는 거 같아요. 긍정적인 생각이 중요하다고 얘기해주고 싶네요. 부정적인 생각을 하면 오래 못가더라고요. 그런 생각으로 야구 잘하는 사람도 없잖아요.

-예전에 비해 한국야구가 많이 달라졌다. 본인이 느끼기에 타자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강해졌다는 느낌이 오던가?(두산 이혜천)

아, 정말 달라졌어요. 뭐랄까 전체적으로 수준이 높아졌다는 느낌이에요. 특히 예전에는 힘을 앞세우는 경향이 강했는데, 요즘에는 힘과 기교가 함께 있는 타자들이 많아요. 야구가 영리해진 것 같아요. 나도 그 수준에 맞춰야겠다는 욕심도 생기고요. 그런 자극 덕분에 팀에 믿음을 주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과거 일은 모두 잊었다. 딱 하나만 묻자. 앞으로 진우 네 인생에 있어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냐. 진짜 목표가 무엇이고 어떻게 살려고 하는건지 너의 '진심'을 말해다오. (KIA 이강철 투수코치)

(쓰고 있던 안경을 벗는다) 저는 지금 하얀 도화지에요. 예전에 그렸던 화려한 그림은 다지웠어요. 이제 그리는 그림은 체계적이고 꼼꼼하게 계획적으로 그리고 싶네요. 흐지부지하고 싶지 않아요. 그게 제 인생인 것 같아요. 제 진짜 목표요? 예전처럼 인정받는 팀 선발로서 다시 서는 겁니다. 아직은 많은 숙제들이 있겠지만, 성실하게 풀어나가겠습니다. 인간 김진우, 야구선수 김진우. 모든 면에서 '참 열심히 산다'는 평가를 받고 싶어요.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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