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로페즈 붕괴로 본 포크볼의 양면성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11-06-23 13:27


21일 광주 SK전에서 KIA 선발 로페즈가 6회초 SK 박정권에게 덜 떨어진 포크볼을 던지다 3점 동점홈런을 허용한 후 마운드에서 허리를 숙여 망연자실해 하고 있다.
광주=김재현 기자 basser@sportschosun.com

KIA 로페즈가 포크볼을 던지고 있다 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포크볼은 '위험한' 구종이다.

투수의 팔꿈치를 상하게 할 가능성이 있다. '포크볼의 달인'이던 롯데 조정훈도 결국 팔꿈치가 아파 재활중이다.

포크볼의 위험은 또 하나가 있다. 장타의 가능성이다. 실투가 됐을 경우 홈런을 맞을 확룰이 큰 구종이 바로 포크볼이다.

KIA의 용병 에이스 로페즈는 지난 21일 SK전에서 6회 포크볼을 던졌다가 박정권에게 동점 3점 홈런을 허용하고 고개를 숙였다. 다 잡은 승리가 '덜 떨어진' 포크볼 실투 하나로 날라간 셈. 이 홈런을 시작으로 로페즈는 올시즌 최다인 6실점을 내주며 패전투수가 됐다.

포크볼 실투=장타의 악몽은 SK 글로버, LG 리즈 등 용병 투수들은 물론, 두산 정재훈, LG 박현준 등 포크볼을 잘 던지는 투수들 모두 경험한 일이다.

포크볼의 위험.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다. 왜 그럴까.

공기 저항과의 승부와 회전력의 유무

덜 떨어진 포크볼은 왜 장타가 되기 쉬울까. 포크볼이나 스플리터 등 손가락을 벌려 잡는 이유는 회전을 덜 줘서 공기 저항을 많이 받도록 하기 위해서다.


결국 포크볼의 생명은 '높이'에 있다. 가장 이상적인 포크볼 위치는 스트라이크 존으로 오다가 땅으로 떨어지는 높이다. 가장 타자의 헛스윙 유도율이 많은 위치다.

하지만 '덜 떨어진' 포크볼은 반대로 재앙이다. 밋밋하게 높은 스트라이크존으로 안착하는 실투성 포크볼은 스피드나 위치를 감안할 때 타자들에게 딱 치기 좋은 먹잇감이 된다.

그렇다면 포크볼이 안떨어지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제대로 구사된 포크볼은 벌려잡은 손가락에 걸리는 느낌 없이 쑥 빠져나가야 한다. 팔꿈치 부상을 일으키는 원인이 바로 거기에 있다.

하지만 때론 벌려 잡은 검지나 중지 중 한 손가락에 걸려나가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공은 한쪽 방향으로 회전이 생기고 이로 인해 공기 저항을 덜 받아 덜 떨어지게 된다.

KBS 이용철 해설위원은 "종으로 떨어지는 목적구인 포크볼이나 스플리터는 공기 저항과의 승부인데 한쪽 손가락에 걸려 나갈 경우 회전력이 생겨 실투로 이어지게 된다. 만약 상대 타자가 직구와 함께 포크볼에 대비하고 있을텐데 노림수를 가지고 있는 타자에게 안 떨어진 포크볼은 입맛에 딱 맞는 공이 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외면하기 힘든 악마의 유혹

위험성에도 불구, 왜 포크볼러는 점점 늘어나는 추세일까. 정교하게 구사될 경우 외면할 수 없는 매력을 지닌 구종이기 때문이다.

파워 피처에게 포크볼은 무시무시한 무기가 될 수 있다. 직구와 비슷하게 오다가 갑자기 떨어지기 때문이다.

직구 스피드가 빠르면 빠를수록 포크볼의 위력은 배가된다. 직구와 같은 팔스윙과 궤적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타자들은 순간 직구와 포크볼의 구분이 쉽지 않다. 공기 저항을 받아 땅바닥에 뚝 떨어지는 포크볼에 헛스윙을 하기 쉬운 이유다.

갈수록 빨라지는 타자들의 스윙스피드와 기술의 발달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종으로 떨어지는 구종 개발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일 수 있다.


광주=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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