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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규, "내게 수염은 머리와 같다"

기사입력 2011-06-20 12:53 | 최종수정 2011-06-20 12:53

용규
KIA 이용규 10대1 인터뷰
광주=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용규
KIA 이용규 10대1 인터뷰
광주=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1 프로야구. 타격 판도는 이(李)씨가 대세다.

롯데 이대호와 LG 이병규, KIA에는 이용규와 이범호가 뜨겁다. 4명 중 유일한 찬스메이커 이용규는 지난해와 180도 달라진 KIA 타선 변화의 핵이다.

20일 현재 타율 3위(0.361), 출루율 1위(0.456), 득점 3위(44). 기록이 전부가 아니다. 최고 톱타자로서 이용규의 존재감은 보이는 것 이상이다. 끈질긴 승부와 센스만점의 주루플레이로 상대 투수를 제풀에 지치게 만들어 후속 타자들에게 보이지 않는 플러스 효과를 주는 선수도 바로 이용규다.

19일 광주구장에서 열린 삼성전을 앞두고 덕아웃 옆 의료대기실에서 이용규를 만났다. 그는 물끄러미 동료들의 프리배팅을 지켜보고 있었다. "오늘 훈련을 못했어요. 어제 홈 슬라이딩을 하다가 어깨에 통증을 느껴서요."

타석에서의 숨막히는 질긴 승부와 수비-주루에서 흙먼지를 일으키는 허슬플레이의 대명사. 이용규에게 야구장은 하루 하루가 전쟁터다. 몸이 성할 날이 없는것이 어쩌면 당연하다.

그래도 이용규는 희망이 넘친다. 늘 '홀수해 징크스' 속에 아팠던 지난 2009년, 우승의 영광은 그의 몫이 아니었다. 올시즈은 '홀수해 징크스'를 깨고 생애 최고의 성적으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데 선봉장이 되는 목표 속에 부지런히 움직인다. KIA 타선을 이끄는 '악바리' 이용규를 10대1 인터뷰에 초대했다.

-커트는 정말 예술이더라. 커트를 그렇게 잘하는 비법이라도 있는거냐? 네가 만약 투수였으면 너같은 타자를 어떻게 상대했을 것 같냐(KIA 김주형)

자신감? 그게 생긴 것 같아. 이제는 볼카운트 2-0가 돼도 웬만한 공에는 맞힐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타이밍이 늦어도 배트 스피드로 커트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중요한 것 같아. 치기 힘든 공을 파울을 만들 수 있는 자세가 돼 있어야만이 실투가 들어올 수 있다고 생각해. 공을 끝까지 보고 강하게 돌릴려고 노력하거든. 내가 투수라면? 짜증날 법도 하고 오기도 생길거 같아. (KIA 포수) (차)일목이 형이 그러시더라구. "야, 내가 상대 포수라면 초구부터 빨리 치고 죽으라고 가운데 줄거야. 아웃이 되건 안타가 되건…" 솔직히 내가 투수라도 그냥 빨리 치라고 줄거 같아. 어차피 홈런 맞을 확률은 거의 없으니까….


-타석에서 파울을 많이 내는데 파울 치고 왜 그렇게 인상을 쓰냐?(LG 박경수)

그럴 때가 있잖아요. 실투를 보고 마음 먹고 돌렸는데 파울이 될 때…. 실투를 쳐서 승부를 봐야하는데 파울 되면 분하고 그래요. 제가 그라운드에서 마음이 표정으로 많이 드러나는 편이잖아요.

-어떻게 하면 너를 아웃시킬 수 있을까?(두산 니퍼트·올시즌 이용규를 상대로 6타수 2안타, 4사구 3개를 허용했다. 2m2의 장신 투수 니퍼트는 "이용규 김선빈 등 키작은 선수들이 힘들다"고 한 적이 있다)

외국인 투수들 성격상 한국야구 접해 보면 다른 면도 있잖아요. 니퍼트도 변하더라구요. 잠실서 처음 만났을 때는 직구만 노리면 되겠다 생각했어요. 첫 타석 2루타를 쳤거든요. 다음타석에서도 직구승부가 들어오더라구요. 이후 광주서 만났을 때는 1회 볼카운트 1-2에서 체인지업을 던지더라구요. 타자 습성을 알다보니 변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체인지업 비율이 월등 높아졌지요.

-늘 스타일리시한 선수이다. 수염도 그렇고 헤어스타일도…. 수염과 헤어스타일 관리는 어떻게 하나. 난 그냥 짧게 하고 다니는데.(한화 최진행)

-타격할 때 보면 오른 다리를 극단적으로 들어올리는데 혹시 그러다 발로 포수 미트를 건드린 적은 없어요? 만약에 발로 차면 룰은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으세요?(SK 김광현)

2008년에 안으로 넣어서 심하게 찰 때 삼성 진갑용 선배 미트와 2번 부딪힌거 같아.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네가 앞으로 좀 가라" 이러시더라구. 그 2번 말고는 없는거 같은데, 뭐 타자가 알아서 해야지. KIA 시절 룸메이트 하던 장성호 선배가 오히려 그런 일이 많았던 걸로 기억해.

-수염은 왜 기르세요? 혹시 징크스? 수염 깎는게 더 멋지던데요.(LG 정의윤)

2008년 겨울에 수염을 처음 기르게 된 계기는 캠프 때였어. 운동이 고되고 아침에 일어나 준비하기 바쁜데 특별히 보는 사람도 없잖아. 그래서 그냥 두기 시작했는데 마침 그해 베이징 올림픽 때 금메달을 따고 일이 잘풀리는거야. 그 이후에 못 자르겠더라구. 이듬해인 2009년에 부상 당하고 자를까 잠시 고민도 해봤는데 안되겠더라구. 이제는 수염이 없는게 너무 어색해. 마치 머리카락이 있다가 대머리가 된 것처럼 허전하다고 할까. 그래서 미는거 보다는 그냥 유지할려구. 그리고 외모상 개성이 생기잖아. 선배님 어들들이 나를 '콧털 삼촌'이라고 기억하거든.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은 거 같아.

-형은 수염이 정말 멋있어요. 만약 야구 선수 안했으면 무얼 했을까요? 다른 일을 했어도 수염으로 멋내고 그랬을까요?(KIA 양현종)

글쎄, 난 어릴 때부터 야구를 워낙 좋아해서 야구를 안했으면 하는 생각을 해본 적도 없어. 야구에 대한 애착이 엄청 강해서 초등학교 5학년 때 수업 빼먹고 동대문 야구장 다니고 그랬어. 스승복도 많았고. 물론 스트레스 받아 힘들었을 때도 있었지. 덕수고 1학년 때부터 전국대회에서 타격왕 최다안타왕도 타고 그랬는데, 3학년 때 정작 프로팀들에서 '체격이 크지 않아 알루미늄 배트에서 나무 배트로 바뀌면 성공가능성이 없다'는 말이 들리는거야. 체격도 작고 프로가서 힘들거라고. 서울에서 1차 1번 안된 이유가 그건데 괜히 부모님께서 미안해 하시면서 대학을 가라고 하시더라구. 난 속상했지만 오기도 생기고 테스트를 받아서라도 프로에 들어가겠다고 생각했는데 LG가 지명해줬지. 들어가서도 힘들었어. LG 외야는 모두 베테랑이고 뛸 자리가 없었어. 이병규 박용택 이대형 선배에 최만호 선배도 계셨거든. LG가 트레이드 시킨거? 서운한거 없어. 전력이 두꺼운 쪽에서 얇은 쪽으로 바꾼거니까. KIA로 옮기면서 LG보다는 기회가 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구.

-LG에서 KIA로 트레이드 된 뒤 비로소 이용규란 이름을 알게 됐다. 성공원인과 어떤 점이 본인과 잘 맞아 떨어졌다고 생각하냐.(넥센 유한준)

-KIA에 와서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데 만약 LG에 남았다면 지금 어땠을 것 같은가.(롯데 장원준)

KIA로 트레이드됐는데 김경언 선배 정도 빼고는 그다지 빠른 선수가 없었어요. 겨울에 훈련하는데 달리기 시합을 시키더라구요. 쉽게 이겼죠. 유남호 감독님 눈에 띄고 어필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LG에는 빠른 선수가 워낙 많았거든요. 2005년 전반기 전부터 하위권으로 쳐저 있어 기회가 더 많이 주어졌던 것 같아요.

-항상 잘햇지만, 요즘 잘치고 잘나가는 것 같다(출루를 뜻함). 저 때문에 출루 기록이 41경기에서 깨지긴 했지만 최고인 것 같아요. 스스로 생각하기에 올해가 전성기이신가요?(한화 류현진)

시즌 초반에 3할을 기록하는 것이 최다안타를 기록한 2006년이 유일했던 것 같아. 난 4,5월이 항상 안좋아서 스트레스를 받거든. 그런데 올해는 잘되네. 성적을 내고 임하니까 목표 달성을 해야한다는 스트레스와 조급증이 없어지는 것 같아. 올해는 편안해. 하고 싶은대로 스트레스 안받고 건방진 생각인지 모르지만 3할은 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초반에 잘 되니까 타석에서 급한 게 없고 여유도 생겨. 공 안주면 볼넷 나가려고 하게 되고….

-올시즌 타격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상승세의 이유를 설명해 줘.(SK 정근우)

기술적으로는 오른 다리를 들고 그리는 원을 반으로 줄였어요. 손목 위치도 포수쪽으로 뉘어서 타이밍을 빨리 가져갈 수 있게 했구요. 볼 보는 시간과 공간 많아졌고 맞는 위치가 포인트가 많아진 것 같아요. 정신적으로는 타석에서 칠 수 있다는 여유가 생긴 거 같아요.

-결혼할 시기가 다가오지 않았나. 현재 사귀는 여자친구가 없냐. 있다면 언제 결혼을 할 예정이고 연예인 중 누구와 닮았나. 만약 없다면 이상형은 어떤 스타일인가. 연예인 중 꼽아달라. (롯데 강민호·홍성흔-'나를 이해해주는 여자' 이런 답은 필요없다. 솔직하게 답해달라)

결혼은 해야죠. 벌써 객지 생활 7년째인데…. 사귀는 여자친구는 있어요. 부모님도 만나는거 아시고 아버님도 뵈었구요. 결혼은 빨리 하고는 싶어요. 올해 끝나고? 혹은 내년 끝나고? 스물아홉살 내에는 하지 않을까요? 잘 만나고 있고 하니까. 그런데 죄송하지만 여자친구가 자신을 공개하는 걸 꺼려해요. 양해해주세요.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 때 나한테 "코치님은 파란색 유니폼이 잘 어울리십니다"(삼성 유니폼을 평생 입었고, 대표팀 유니폼에도 파란색이 있는 걸 보고)라고 말해 무척 기분이 좋았다. 다른 사람한테도 그렇게 센스있게 말하냐?(삼성 류중일 감독)

감독님께서 한순간 땀을 흘리고 옷 갈아입는데 진심으로 멋지고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 (조)동찬이 형, (안)지만이 형 등이 서 계시는데 유독 파란색이랑 잘 어울리시더라구요. 진심이었습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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