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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중 세이브가 성립되는 상황은 어느쪽일까.
14일 대구구장에선 흥미로운 상황이 펼쳐졌다. 삼성이 8회까지 7-1로 앞섰다. 선발 윤성환이 8회까지 호투했다. 류중일 감독은 9회에 불펜B조 투수인 이우선을 마운드에 올렸다. 이때까지는 세이브 요건이 성립되지 않았다.
스코어가 7-3이 되고 주자 2명이 있는 상황이라 드디어 세이브 요건이 성립됐기 때문이다. 이우선이 추가 안타를 맞거나 혹은 한 타자를 잡더라도 2사후 오승환의 등판이 이뤄질 타이밍이었다.
그런데 이 장면에서 이우선이 병살타를 유도하며 순식간에 아웃카운트 세개가 채워졌다. 경기는 끝났다. 팔을 풀던 오승환은 다소 김이 샌듯 공을 툭 던지고 덕아웃으로 돌아갔다.
야구팬이 점점 더 늘어나면서, 의외로 세이브 요건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지 못한 팬들도 꽤 있는 것 같다. 때문에 경기 막판에 각종 야구 관련 게시판에선 "세이브 상황이다", "아니다"를 놓고 의견이 대립하는 모습도 보인다.
세이브가 주어지기 위한 전제조건이 있다. '승리한 경기를 마무리했는데 승리투수는 되지 못한 투수'가 특정 조건중 하나에 해당될 때 세이브가 주어진다.
특정 조건은 다음 세가지다. 3점차 이하 리드 경기에서 1이닝 이상을 던졌을 때 대기 타석에 있는 타자가 득점할 경우 동점이 되는 상황에서 등판할 때 최소한 3회를 효과적으로 던졌을 경우 등이다.
오승환 사례는 두번째에 해당한다. 스코어 7-3에서 주자 2명이면, 현재 타자와 대기타석의 타자까지 득점할 경우엔 4점을 주게 된다. 즉 동점이 되므로 세이브 요건이 성립된다. 보통 이럴 경우엔 '홈런 2개를 연속으로 허용해 동점이 되느냐 아니냐' 여부로 간단히 바꿔 생각할 수도 있다. 팬들간에 논란이 되곤 하는 부분이 바로 이것이다.
첫머리에 가정한 두 상황으로 돌아가보자. 우선 두번째 상황은 세이브가 성립되지 않는다. 3이닝 조건과 3점차 이내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대기 타자 득점 상황', 즉 홈런 2개를 허용할 때를 따져봐야 하는데, 이 경우에도 4-3이 된다.
첫번째 상황은 세이브가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3이닝 투구 조건에는 '효과적'이란 단서가 붙기 때문이다. 현장에 있는 기록원이 판단해 세이브를 주거나 안 주게 된다. KBO 김상영 기록위원은 "아주 제한적인 부분에서 3이닝을 던졌어도 도저히 효과적이라고 볼 수 없을 때 세이브를 안 줄 수도 있다. 아마 10-2에서 3이닝을 던져 10대9로 끝난다면 세이브를 주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현실에선 점수차가 좁혀지면 결국 마무리투수가 투입될 것이다. 하지만 주전 마무리투수가 다쳤거나, 도저히 다른 투수를 올릴 수 없을 때 이런 상황이 드물게 나올 수도 있다. 물론 이 경우 투수의 7실점 가운데 자책점이 적으면 세이브를 줄 수도 있는 것이다.
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