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시즌 일본에서 뛰었던 한국선수를 취재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가 있다. 5월16일에 도쿄돔에서 치러진 요미우리-지바 롯데전이다.
그 날 요미우리의 선발투수는 니시무라 켄타로. 슈트(역회전볼)를 주무기로 하는 투수다. 요미우리 배터리는 김태균에 대해 슈트로 몸쪽 중심의 승부를 했지만 김태균은 거기에 잘 대처했다. 김태균은 3회초 2사 1루에서 두번째 타석에 섰다. 볼카운트 0-1에서 김태균은 슈트를 공략, 왼쪽 담장을 넘겼다. 경기후 김태균은 "첫타석 때 슈트 승부를 많이 하길래 노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타이밍이 맞지 않았지만 허리를 잘 회전시킨 기술적인 한방이었다.
지바 롯데는 김태균의 투런 홈런으로 3-3 동점을 만들었다. 하지만 그 후 요미우리가 홈런 4개를 몰아치며 10-4로 다시 앞섰다. 뒤진 지바 롯데는 마지막 이닝을 맞이했다. 9회초 1번 니시오카가 투런 홈런을 날려 6-10, 4점차. 그리고 1사 1루에서 김태균의 타순이 돌아왔다. 네번째 타석에서 몸에 맞는 볼로 출루한 뒤 맞이한 다섯번째 타석. 요미우리의 네번째 투수 가네토도 첫구에 몸쪽을 노렸고, 김태균은 2구째 실투를 놓치지 않았다. 방망이가 힘껏 돌았고, 좌월 투런홈런이 터졌다. 8-10, 2점차. 하지만 아쉽게도 추격전은 거기까지였다.
항상 "저는 홈런타자가 아닙니다"라고 말하는 김태균. 그러나 많은 일본언론들은 아직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때 마쓰자카로부터 터뜨린 김태균의 대형홈런을 기억하고 있다. 그 때문에 5월들어 9개의 홈런을 치고 있던 김태균의 발언은 의외로 받아들여졌다.
내년 시즌 퍼시픽리그에서는 김태균에 박찬호와 이승엽(이상 오릭스)도 뛰게 됐다. 그들이 어떤 인상적인 장면을 보여 주는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