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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나고 이틀 뒤인 25일 서울 성동구 한 북카페.
대학입시라는 인생의 큰 고개를 이미 넘은 대학생들을 상대로 한 '모의 수능'이 진행됐다. 시험감독관은 올해 수능을 본 고등학교 3학년생이었다.
이날 모의 수능은 학생들이 직접 교육개혁을 주도하겠다는 취지로 2014년 결성된 프로젝트 그룹 '위기'가 주관으로 열렸다.
대학에서 공부할 능력, 즉 '수학능력'을 갖췄는지 평가한다는 수능의 처음 취지가 현재도 잘 지켜지는지 대학생들이 다시 시험을 치러봄으로써 확인해보겠다는 게 모의 수능을 준비한 이유다.
모의 수능은 참가자들이 국어·수학·영어영역 중 한 과목을 정해 올해 수능 문제를 풀어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공정성'을 위해 자신이 과외를 해본 경험이 있는 과목 응시는 제한했다.
이날 총 11명이 모의 수능을 봤다. 국어영역 응시자는 5명, 영어는 4명이었고 수학 도전에 나선 학생도 2명 있었다.
국어 응시자 평균점수는 68.25점, 영어는 60.5점이었다. 올해 절대평가로 전환된 영어는 60점이면 4등급에 해당한다.
국어를 본 양동규(23)씨는 "생소한 분야에서 지문이 나와 고등학교 3학년생 수준에 맞는 시험인지 의문이 들었다"면서 "시간이 없어서 문제를 먼저 보고 지문을 발췌해 읽은 '꼼수'를 발휘해야 했다"고 혀를 내둘렀다.
올해 국어 지문으로 환율·금리 등이 단기적으로는 급등락할 수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평균에 수렴한다는 '오버슈팅' 이론, 디지털통신 부호화 기술 등을 다룬 글이 나와 '국어시험인지 경제·과학시험인지 모르겠다'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여러 참가자들은 수능이 인생을 결정하는 '한방'처럼 여겨지는 것에 회의를 나타냈다.
양씨는 "수능은 효율성이 좋은 시험일 뿐"이라면서 "각자 개성이 다 다른데 문제 몇 개를 풀게 해서 대학수학능력을 평가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학창시절 사교육을 많이 받았다는 정해나(25)씨는 "고등학생 때는 '테크닉'을 이용해 글을 이해하지 않고 문제를 풀었다"면서 "지금은 문학작품을 읽듯이 '주인공이 참 불쌍하다' 같은 생각을 하며 문제를 푸니 재미도 있고 성적도 더 잘 나왔다"고 밝혔다.
모의 수능 후에는 초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을 지내며 수능을 만든 박도순 고려대 명예교수와 대담도 진행됐다.
박 명예교수는 "수능을 보고 몇 년 후 다시 수능을 봤을 때 과거 공부한 내용을 잊어버렸다면 '잊어버릴 것'을 공부했다는 것"이라면서 "잊어버릴 만한 것을 왜 공부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수능을 자격고사화하는 것도 가능하며 이미 일부 대학에서는 수능을 (입시에) 거의 반영하지 않는다"면서 "아직도 수능을 중점적으로 보는 대학들이 남은 것은 수능이 학생들을 전국단위로 서열화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 명예교수는 "교육은 '못 하는 사람'을 데려다가 가르치는 것이 원칙"이라면서 "학생들을 서열화해 뽑겠다는 것은 교육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능은 원래 적성고사가 취지지만 현재는 전국단위 서열화에 쓰인다"면서 "학력고사처럼 변한 수능이 원래 취지대로 돌아갈 수 있을지에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jylee24@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