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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박용택 "두 얼굴로 살아, 천직 찾았다"…'노는브로'·해설로 인생2막(종합)

문지연 기자

기사입력 2021-05-27 13:18


사진=티캐스트 E채널 '노는브로'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두 얼굴로 살았어요. 야구장에 나가면 뭔가 지켜야 했고, 감춰야 했고, 무조건 잘해야 했으니까. 지금은 모든 걸 내려놓는 느낌이라 너무 너무 재밌습니다."

LG트윈스의 전설이자 현재는 스포츠 해설가로 변신한 전 야구선수 박용택(42)이 제2의 인생을 찾아나가고 있다. 2002년 LG트윈스에 입단해 2020년 마지막 시즌을 마칠 때까지 무려 19년 '야구 외길'을 달려왔던 박용택은 타석이 아닌 방송가에서 자신의 스윙을 마음껏 휘두르고 있다. 야구팬들의 공감을 자아내는 해설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 여기에 E채널 '노는브로(bro)'에서의 스마트한 맏형의 이미지까지 장착하며 안방 시청자들의 웃음까지 책임지고 있으니, 완전히 새로운 인생의 막이 올랐다.

"방송 해보시니 어떠냐" 물으니, "이게 방송이에요?"라는 답이 따라왔다. 그동안 무조건 '잘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야구장에 나섰다는 박용택은 지금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촬영 자체를 즐기고 있다고 했다. 본업이 아니다 보니, '아니면 말고!'라는 자신감이 찾아와 더 재미있게 촬영이 가능하다는 것. 박용택은 "저는 원래 되게 밝고 말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인데, 야구선수 때는 그 모든 것들을 안하고 살았다. 말수를 줄여야 했고, 하고 싶은 얘기도 못하고, 야구장에서 어떤 표현을 하는 것을 팬들도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서 항상 두 얼굴로 살았던 거다. 야구장에 나가면 뭔가를 지켜야 했고, 뭔가를 감춰야 했고, 무조건 잘해야 했다. 지금은 모든 걸 내려놓으니 너무 재밌다"며 웃었다.


사진=티캐스트 E채널 '노는브로'
야구선수로서 자신의 전성기를 30대로 정했었다는 박용택은 실제로도 '레전드'로 남으며 야구팬들의 박수를 받았다. "최고령 야구선수가 되는 게 꿈이었다"고 말할 정도로 은퇴에 대한 생각은 하지 않았었지만, 2020년 은퇴시즌을 보내며 야구인생을 하나씩 정리했다. 방송에서도 고백했듯 2018년 6월 자신을 찾아왔던 공황장애가 원인이 됐다. 박용택은 "2018년이 끝나고 FA 계약을 해야 하는데 고민의 시간이 있었다. 약간 공황증상이 있지만, 괜찮을 때는 괜찮은 시기라 '몇 년을 참아낼 수 있을까' 고민했고, 제가 결론을 내린 시간이 2년이었다. 그 2년은 아쉬움이 없이 할 만큼 다 했다"고 말했다.

야구는 그만두고 나니 더 재미있었다. 해설자로 새 삶을 살고 있는 박용택은 요즘 야구팬들의 마음을 전적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박용택은 "LG트윈스 선수 출신이다 보니, 더 냉정하게 보게 되는 것 같다. 잘할 때는 생각이 없다가도 못하면 목 끝까지 질타가 올라온다. '이래서 팬들이 그렇구나' 싶다. LG와 저와의 관계는 누구나 알지 않나. 그래서 오히려 말을 줄이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선수생활을 하면서도 훈수 두고 잔소리를 좋아했는데, 해설을 하니 딱이더라. 선수생활 하며 이때까지 했던 것들을 풀기도 좋고, 양팀 입장에서 보다 보니, 은퇴 후에 야구가 오히려 재미있어지기 시작했다. '그래 야구 원래 이렇게 재밌어'하면서 팬들의 감정도 이해하고 너무 재미있다. 처음엔 하루 10시간씩 걸리던 공부와 준비도 틀이 잡히니 하루 3시간, 총 6시간 정도면 한 경기의 준비가 된다"고 설명했다.


지도자의 길로 가지 않은 아쉬움 역시 없다고. 박용택은 "'절대'란 얘기도 못하고 단언할 수 없지만, 제 머리에는 '감독, 코치'는 없다. 제 2의 인생, 후반전엔 다시 유니폼을 입는 상상은 안 해봤다"고 단호히 말하면서도 "하지만 단장이나 사장은 유니폼을 입지 않는다"고 반전 멘트를 날려 웃음을 자아냈다. 박용택은 "저를 잘 아는 지인들은 현장보단 행정쪽을 더 잘할 거라고 하더라"며 밝게 웃었다.

해설위원과 더불어 새롭게 찾은 직장은 바로 방송. 예능프로그램 E채널 '노는브로'를 선택한 이유는 주변의 추천 때문이었다고 했다. 은퇴 후 현존하는 예능프로그램들에서 모두 '콜'이 왔지만, 신중하게 바라봤고, 방송가 PD들의 말을 종합하며 결정했다고. 박용택은 "열이면 열 다들 '이게 좋은 거니, 이걸 하라'고 했다. 연예인, 방송인이 없이 운동선수 출신끼리 하는 거니 괜찮다고. 또 '노는언니'가 워낙 이미지가 좋았고, 노하우가 있는 제작진이니 일회성, 화제성으로 끝날 방송은 하지 않을 거라고 했다. 다른 제작자들은 '노는브로'가 마치 '인큐베이터' 같은 거라고 했는데, 실제로 아직 몇회 나가지 않았지만, 벌써 부부예능을 포함해 두 군데에서 (섭외로) 절 괴롭히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티캐스트 E채널 '노는브로'
박용택은 지금 '노는브로' 촬영에 자연스럽게 빠져들고 있다. '놀러간다'는 느낌으로 촬영장에 간다는 그다. 박용택은 "120% 리얼과 자연스러움이 '노는브로'의 특징"이라며 "날것의 멘트가 난무하는데 저희가 촬영을 하면 중간 쉬는 시간에 작가님이 와서 '이건 좀 자제해주시라'고 한다. '뭘 하라'는 얘기는 없다. 그런데 이 얘기들이 모두 편집이 되니, 저희의 리얼한 모습들이 더 표현되는 거다. 다들 '방송 어떻게 보셨냐'고 하는데, '방송이 어떻게 나왔을까'가 궁금한 게 아니라, '얼만큼 자르고 편집했을까'가 궁금하더라. 방송을 봤는데 '방송이다'라는 느낌이 아니라, 동생들과 놀러가서 찍은 걸 보는 느낌이다"고 말했다.


'운동만 하느라 그동안 못해본' 것들을 하는 콘셉트의 프로그램인 만큼 앞으로 해보고 싶은 것도 있을 것. 최근 박용택은 딸 솔비와의 놀이공원 데이트를 공개하며 훈훈함을 자아내기도 했다. 여기에 요리, 노래 등 다양한 '도전' 들에 대한 의지를 보여준 박용택은 "늘 경쟁을 한다는 생각이 있어서 그런지, 무엇을 하든 지고 싶지가 않더라. 그래서 전 모든 친구들의 종목을 경험해보는 것이 첫번째로 하고 싶은 일"이라벼 배구, 농구, 유도 등 모든 스포츠에 도전해보고 싶다며 의욕적으로 나섰다.

한껏 밝아진 박용택의 표정 만큼 그의 제2의 인생 역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박용택은 "제 지인들이 다 그런다. 천직이라고!"라며 '방송인'이자 '해설자'로서의 새 인생을 힘차게 열었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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