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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몸은 조금 더 좋아진 느낌인데, 왜 힘을 더 못 썼는지 공부해 보려고요."
심재학 KIA 단장의 과감한 결단이 있었다. 핵심 불펜이었던 내부 FA 장현식(29)이 LG 트윈스로 떠나면서 전력 보강이 불가피했다. 심 단장은 지난 13일 골든글러브 시상식을 1시간 앞두고 고형욱 키움 단장에게 만나자고 연락했다. 이 자리에서 조상우 트레이드를 제안했고, 고 단장과 공감대를 형성했다. 지난 16일과 17일 실행위원회에서 다시 만난 두 단장은 빠르게 협상을 매듭지었다.
신인 지명권을 잃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심 단장은 "시즌 때는 키움이 1, 3라운드를 원했다. 그때 지명권과 지금 지명권의 가치는 조금 다르다. 그러니까 그때는 우리가 1라운드 5순위로 뽑을 수 있는 상황이었고, 내년에는 우리가 (우승해서) 1라운드 10번째다. 1, 4라운드면 10번째와 40번째 선수다. 그래서 스카우트팀과 데이터팀이 같이 시뮬레이션을 돌렸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KIA는 올해 통합 우승을 차지했지만, 다음 시즌이 우승에 올인할 수 있는 마지막 적기라고 냉정히 판단했다. 최형우(41) 양현종(36) 나성범(35) 등 주축 선수들의 노쇠화를 무시할 수는 없다.
심 단장은 "어떻게 보면 (최)형우와 계약이 내년까지다. (양)현종이도 이제 나이가 있고, (나)성범이도 나이가 어느 정도 들어가는 상황에서 우리의 최대 전력은 내년까지가 아닐지 냉정히 생각했다. 그래서 조금 과감하게 움직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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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우는 출국 준비를 하다 들려온 트레이드 소식에 조금 당황했다. 그는 트레이드 직후 스포츠조선에 "다음 주 월요일(23일)에 출국할 예정이었는데, 트레이드가 발표돼서 너무 급박하다 보니까 어떻게 조금 조정해야 할지 아니면 기존 일정에 맞춰서 그냥 가야 할지 아직은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심 단장은 조상우가 드라이브라인 연수를 준비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 KIA는 최근 해마다 투수 유망주들을 구단 차원에서 드라이브라인으로 보내 성장을 돕고 있는데, 이번에도 선수들을 파견할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조상우도 자비로 연수를 온다는 사실을 들었다. 뜻하지 않게 조상우의 건강에 확신을 얻은 순간이었다.
심 단장은 "우연치 않게 드라이브라인에 우리 선수들을 보내려고 하는데 조상우도 간다고 하더라. 드라이브라인은 몸이 건강하지 않으면 갈 수 없는 곳이다. 그런데 자비를 들여서 간다고 이야기하길래 몸의 건강 상태도 어느 정도 입증이 됐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조상우가 팀에 필요했다"고 강조했다.
조상우는 올 시즌 트레이드 최고 매물로 떠오른 상황에서 어깨 부상으로 이탈해 아쉬움을 샀다. 지난 8월 10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을 끝으로 더는 경기에 나오지 않았다. 시즌 성적은 44경기, 6세이브, 9홀드, 39⅔이닝, 평균자책점 3.18을 기록했다.
조상우는 몸 상태와 관련해 "사실 통증은 작년 시즌이 끝나기 전에 이미 다 잡혀 있었다. 그런데 어쨌든 팀에서 무리하지 말고 조금 더 쉬라고 해 주셔서 조금 일찍 쉬게 됐는데, 통증은 이제 없고 아픈 데 없이 잘 준비하고 있다"며 우려하지 않아도 좋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미국에서 한 달 동안 훈련하려면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드는데, 조상우는 자비 부담을 감당하는 의지를 보였다. 드라이브라인에서는 어떤 점을 보강하고 싶을까.
조상우는 "일단 군 생활하면서 운동을 열심히 하고 몸도 잘 만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생갭다 좋지 않았다. 몸은 더 좋아진 느낌인데 왜 힘을 더 못 썼는지에 대한 공부를 하려고 한다. 드라이브라인에서 힘을 어떻게 쓰는지에 대한 것을 많이 알려 준다고 하니까. 그런 점들을 생각하면서 좋았을 때 모습을 더 찾아보려고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KIA 관계자는 "조상우는 150km대의 빠른공과 예리한 슬라이더가 주무기이며, 스플리터, 체인지업, 커브 등 다양한 구종을 겸비하고 있는 검증된 투수"라고 기대감을 보였다. 조상우가 기대하는 투구 내용을 내년에 보여주면, KIA는 우승을 차지한 올해보다 더 탄탄한 필승조를 구축할 수 있다.
조상우는 2020년 33세이브로 생애 첫 구원왕을 차지했고, 통산 88세이브를 기록하며 키움의 마무리투수로 활약했다. KIA 기존 마무리투수 정해영(23)은 역대 최연소 100세이브(통산 121세이브) 기록 보유자다. 정해영과 조상우가 경쟁 구도를 그리면서 시너지효과를 내면 KIA로선 신인 지명권 출혈이 더는 아쉽지 않을 전망이다.
조상우는 "KIA는 올해도 우승 팀이고, 또 정말 좋은 구단이다. KIA 팬분들의 진짜 엄청난 응원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 응원에 보답할 수 있게 또 내년에도 좋은 성적으로 보답할 수 있게 열심히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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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