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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종합]'옥자' 이어 '기생충'까지…최우식이 말한 '봉준호 월드'

이승미 기자

기사입력 2019-05-30 13:15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봉준호 감독님 머리 속에는 모든 게 다 완벽히 들어있어요. 정말 놀라워요." 배우 최우식이 '옥자'에 '기생충'까지, '봉준호 월드'에 합류하게 된 소감을 전했다.

제72회 칸 영화제에서 전 세계 영화인들의 극찬을 받으며 한국 영화 최초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영화 '기생충'(바른손이엔티 제작). 극중 백수가족의 장남 기우 역의 최우식이 3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에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영화 '거인'(2014, 김태용 감독)의 불안하고 악의적인 10대의 초상을 완벽히 그려내며 청룡영화상을 포함한 그해 신인남우상을 수상하며 단숨에 충무로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최우식. 이후 '부산행'(2016, 연상호 감독), '옥자'(2017, 봉준호 감독), '마녀'(2018, 박훈정 감독) 등의 작품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쳐온 그가 '기생충'으로 다시 한 번 관객을 만난다. 2017년 '옥자'에서 4대 보험도 없는 비정규직 직원 역을 맡아 짧은 분량을 뛰어넘는 존재감을 보여주며 봉준호 감독과 첫 인연을 맺었던 최우식은 '기생충'에서는 불안하고 팍팍한 셜실 속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는 오늘날의 청춘을 대변한다.

극중 그가 연기하는 기우는 네 번의 대입 실패 후 아르바이트나 부업을 하며 백수를 지내지만 늘 긍정적인 전원 백수가족의 장남. 명문대생 친구의 부탁에 못이기는 척, 가짜 재학증명서를 들고 IT CEO 박사장(이선균)네의 과외 선생님으로 발을 들이게 되고 자신의 백수가족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이날 최우식은 "오늘 개봉인데 많이 떨린다. 기분이 알쏭달쏭하다. 빨리 보여드리고 싶기도 하고 떨리다. 어제 스타라이브톡을 해서 처음으로 시사회 끝나고 처음 영화를 보여드릴 자리가 있었는데 다들 재미있게 보신 것 같아서 긴장이 풀리더라"고 개봉을 앞둔 소감을 전했다.
앞서 제작발표회에서 '자신의 많은 분량'에 대해 언급하다가 송강호·이선균 등 선배 배우들의 웃음을 자아냈던 최우식. 그는 '영화를 보니 분량이 만족스럽냐'는 질문에 "어떻게 하면 자랑하는 것처럼 안보이게 말 할 수 있을까요"라며 쑥스럽게 웃었다. 이어 "감독님이 같이 하자고 말을 해주시고 꽤 시간이 지난 후 시나리오를 받게 됐다. 분량이 중요한 건 아니지만 부모님은 분량을 많이 보셔서 그런지 부모님께 되게 자랑스럽게 내보일 수 있을 것 같다. 시나리오를 받고는 기우라는 인물이 극을 시작하는 인물이라 부담도 컸다"고 덧붙이며 웃었다.

'옥자' 뒷풀이 자리에서 "마른 몸을 유지하고 있는게 좋겠다"라는 봉준호 감독의 이야기를 듣고 봉 감독의 신작 합류에 대해 기대를 품게 됐다는 최우식은 "이후 봉 감독님이 신작을 함께 하자고 말씀을 주셨고 이후 시나리오 굉장히 늦게 주셨다. 처음 대본을 볼 때 제 이름만 보는 편이다. 제가 해야 할 인물이 대사가 어떤 톤을 가지고 있는지를 가장 중점적으로 본다. 그런데 시나리오에 기우 이름이 계속 나오더라. 그때 기우가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중요한 캐릭터구나라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최우식은 '옥자'로 처음 세계적 거장 봉준호 감독의 러브콜을 받게 됐을 때를 떠올리며 "진짜 정말 안 믿겼다"고 말했다. 이어 '기생충'에 이어 봉준호 감독과 호흡을 맞추게 된 것에 대해 "제가 '옥자'의 김군을 연기하고 감독님께 다시 제의를 받게 된 거니까 제가 김군을 통해 어떤 모습을 보여드렸길래 저를 불러주셨을까 싶어서 김군에 대해서 생각을 정말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감독님이 영화도 정말 많이 보시고 배우들도 정말 많이 보시고 분명 모든 사람들을 눈여겨 보실 텐데, 그럼에도 나에게 연락을 해주셨다는 건 내가 10개 중에 9개를 못해도 1개를 봐주셨다는 거니까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우식은 "봉준호 감독의 가장 놀라운 점에 대해서 말해 달라"고 하자 "봉준호 감독님은 모든 게 머리 안에 다 있다. 콘티를 만화처럼 아이패드로 다 그리신다. 동작 하나하나 디테일 하나하나가 콘티에 다 그려져 있다. 정말 모든 게 이미 머릿속에 있으시구나 싶어서 정말 놀랍다"고 설명했다.

최우식은 '기우라'라는 인물에 대해 설명하며 "기우는 제가 이전 작품에서 연기했던 '마녀'의 귀공자 같은 캐릭터와 달리 평범해 보일 수도 있고 한편으로 굉장히 동글동글한 캐릭터여서 표현하는 게 쉬우면서도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저에게 있는 기우의 비슷한 모습을 꺼내 쓰려고 했다. 기우가 자기가 계획한 일은 정말 실행을 또렷하게 잘한다. 계획을 벗어나면 문제가 생기는 인물이다. 저도 마찬가지다 계획을 세우긴 하지만 그대로 되지 않으면 크게 당황한다. 그런 저의 모습도 많이 녹여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최우식은 기우만큼이나 긍정적인 성격이냐고 묻자 "원래 엄청 긍정적이었는데, 어떻게 하다보니까 걱정이 많아졌다. 긍정적인 모습에 반대로 가고 있는 것 같다. 노력은 하는데 걱정도 많이 된다. 기우랑 저를 비교해보자면 그렇게 까지 긍정적인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긍정적인 성격이 바뀌게 된 계기가 있냐고 묻자 "배우를 시작하고 좀 바뀐 것 같다. 배우라는 일이 계획을 한다고 계획대로 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 같다. 기대했던 것만큼 나오지 않을 때도 있고 기대한 것 보다 잘 나올 때도 있기 때문에 항상 긍정적으로만 생각하다가 지치는 시기도 온 것 같다"며 "예전에는 그런 마음이 들면 어떻게 대처해야 될지 몰랐는데 요새는 좀 알게 될 것 같다. 여행을 가는 게 최고인 것 같더라. 쉴 때는 쉬여야하더라"고 말했다.
대배우인 송강호와 부자 호흡을 맞추게 된 그는 "기우를 연기하면서 하면서 가장 노력을 한 부분은 극중 아버지(송강호)와 편하게 지내려고 한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엄마와 여동생 기정보다 더 편하게 보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기우가 아버지 기택을 사랑하고 좋아하는 건 당연하지만, 저에게는 아무리 마인드 컨트롤을 하려고 해도 대선배 송강호 선배님이지 않나"라며 "후배가 선배에게 다가가려면 어느 정도 노력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다행히 제가 현장에서나 현장 밖에서나 아버지 아버지라면서 따라도 정말 송강호 선배님이 편하게 대해주셨다. 만약 그렇게 저를 대해주시 않아주셨다면 정말 힘들었을 거다. 감독님은 봉준호 감독님이고 아버지는 송강호 선배님이지 않나. 만약 편하게 해주시지 않았다면 제가 정말 힘들었을 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송강호 선배님을 다른 자리에서 개인적으로 뵌 적이 없다. 영화 속에서만 봤었다. 그때는 그냥 후배가 생각하는 선배의 느낌이 강했다. 내가 조심해야 되고 말도 가려서 해야 되고 엄청 조심스러워야 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실제로 만나 뵌 이번 현장에서 송강호 선배님은 정말 가족의 일원 같았다"고 말했다.

최우식은 극중 여동생을 연기하는 박소담에 대해서도 이야기 했다.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똑 닮은 외모에 대해 언급하자 "진짜 잃어버린 동생인 줄 알았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그는 "남매라고 생각하기 전에는 그냥 소담씨는 소담씨로만 보였다. 그런데 처음 만났을 때 감독님께서 우리 둘에게 미션을 주셨다. 최대한 안 꾸미고 집에 있는 모습으로 나오라는 것이었다"며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서 이 닦고 세수하고 집에서 입던 옷을 입고 나갔다. 그런데 소담이도 그렇게 왔더라.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우리가 닮은 줄 몰랐다. 그런데 갑자기 봉 감독님이 핸드폰을 꺼내서 저희 투샷을 찍었다. 그런데 사진을 보니까 정말 닮았더라. 그땐 지금보다 더 닮았다. 그때 소담이가 머리가 짧아서 더 닮았었다"며 웃었다.


이어 '배우 박소담'에 대해 "소담이는 굉장히 사람을 빨리 자기 사람으로 만드는 친구"라며 "소담이를 싫어하는 사람을 본적이 없다. 흩어있는 사람을 뭉치게 하는 사람이다. 뭔가 슬라임 같은 사람이다. 제가 뭘 잊어먹는데 소담이가 정말 모자란 오빠를 둔 동생처럼 저를 잘 챙겨줬다. 정말 현실 남매 같았다"고 말했다.

영화 속 마지막에 흘러나오는 크레딧의 OST '소주 한잔'을 직접 부른 최우식. 그는 "감독님이 편집을 하고 계시고 저희는 후시녹음을 할 때 감독님이 제게 노래를 불러보지 않겠냐고 하시더라. 처음에는 농담하시는 줄 알았다. 그런데 정말 OST를 준비하고 계시더라. 감독님께서 작사를 할 테니 저 보고 노래를 하라고 하시더라"며 "제가 남들 앞에서 노래를 진짜 안하는데 정말 걱정이 컸다. 그런데 그 노래가 너무 좋다. 최우식이 부른 거라기보다 기우가 부른 거라고 생각을 하고 가사도 기우의 마음을 전달해주는 거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smlee0326@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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