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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은 한국 게임산업에 또 하나의 이정표로 기록될 한 해였다.
2017년 '배틀그라운드'는 말 그대로 혜성과 같이 등장한 깜짝 스타였다.
유료 테스트 버전(얼리 억세스)로 선을 보였음에도 불구, 100명이 고립된 한 섬에서 싸우는 배틀로얄 게임이라는 장르에 대한 신선함과 더불어 전세계에 동시에 출시할 수 있는 스팀이라는 오픈마켓을 활용한 전략이 제대로 들어맞았다. 지난 12월 비로소 정식 출시 버전을 선보였는데, PC뿐 아니라 콘솔 그리고 향후 모바일게임으로도 확장할 예정이라 그 발전 가능성은 여전히 무궁무진하다고 할 수 있다.
'배틀그라운드'의 성공 덕분에 수년간 침체를 거듭했던 한국 온라인게임은 힘을 내 다시 뛸 원동력과 용기를 얻었다. 예전처럼 고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충분히 모바일게임처럼 손쉽게 글로벌 서비스가 가능해진데다, 유저들의 눈높이만 제대로 맞춰준다면 플랫폼의 한계를 뛰어넘어 온라인게임도 충분히 초대박을 칠 수 있다는 희망도 생겼다. 실제로 온라인게임에 대한 가능성을 재발견, 다시 개발작업에 들어가겠다는 게임사들의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펍지주식회사의 모기업인 블루홀이 개발중인 온라인 MMORPG '에어', 스마일게이트가 2차 비공개 테스트까지 거친 MMORPG '로스트아크', 엔씨소프트가 기존 온라인 MMORPG '리니지 이터널'을 업그레이드 시켜 재개발중인 '프로젝트 TL' 등이 2018년 출시 혹은 시범 테스트를 목표로 열심히 개발중이다. 여기에 2018년 러시아월드컵을 맞아 출시 예정인 온라인 축구게임 'FIFA 온라인 4', 넥슨의 '타이탄폴 온라인'과 '천애명월도', 여기에 '리그 오브 레전드'와 비슷한 전장 게임 장르의 '파라곤'과 '배틀라이트' 등 해외 IP 혹은 해외 게임사들이 만든 온라인게임들이 출시를 앞두고 있는 등 실로 오랜만에 온라인 장르에서도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기대된다.
글로벌, 그리고 중국
사실 2017년 한국 게임산업은 위기의 연속이었다. 특히 가장 공을 들이는 지역이라 할 수 있는 중국에서 사드배치 후폭풍으로 게임 판호(서비스 권한)를 연초부터 제대로 받지 못하면서 수출길이 완전히 막혔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많은 중소 게임사들이 경영 한계에 봉착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전역에서 히트를 친 게임들이 나오면서 새로운 희망을 발견하게 된 한 해이기도 했다. '검은사막'의 경우 중국 서비스에 돌입하지 않았음에도, 북미와 유럽, 그리고 대만에 직접 서비스를 하며 글로벌에서 성공을 거뒀다. 컴투스의 모바일게임 '서머너즈 워'는 글로벌 1조원 매출을 올렸고, 넷마블게임즈의 '리니지2 레볼루션'도 철저한 현지화를 통해 일본뿐 아니라 동남아시아, 그리고 북미와 유럽에서 고루 인기를 얻는 등 글로벌 시장 공략의 성공 방정식을 써내려가고 있다.
올해는 '블레이드&소울 모바일'과 '블레이드&소울 2', '아이온 템페스트', '리니지2M', '이카루스M', '로열블러드', '검은사막 모바일' 등 모바일 MMORPG가 연초부터 대거 출시를 앞두고 있는 동시에 글로벌 공략도 거의 동시에 이뤄질 예정이라 온라인게임에 이어 모바일에서도 '한국형 MMORPG'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지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르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지난해 말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을 시점으로 우선 관광 분야에서 중국의 '한한령'이 풀어지고 있는 가운데, 게임산업에서도 판호가 다시 나오면서 제대로 중국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상장, 그리고 양극화
산업의 위상을 강화시킬 수 있는 주식시장 상장은 올해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넷마블게임즈와 펄어비스가 지난해 상장했음에도 불구, 1일 기준으로 각각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21위(시가총액 16조 275억원)와 6위(2조 9876억원)에 올라 있을 정도로 시장에서는 고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는 우선 카카오게임즈가 상장을 예고하고 있는 가운데, 장외시장에서 무려 8조원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블루홀이 과연 2018년도 IPO 절차에 돌입할지는 주식시장에서 가장 큰 관심사라 할 수 있다.
반면 계속 커지고 있는 양극화는 올해도 게임계에 가장 큰 숙제가 될 것은 분명하다. 2017년에 나란히 2조원 매출 돌파가 예상되는 넷마블게임즈, 넥슨, 엔씨소프트 등이 독주를 하고 스마일게이트와 NHN엔터테인먼트, 컴투스 등이 뒤를 잇고 있지만 웹젠과 위메이드, 액토즈소프트, 엠게임, 와이디온라인, 네오위즈 등 중견 게임사들은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해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국내외 시장에서 통할 신작을 계속 개발하면서 AR과 VR, 가상화폐 사업 등 새로운 영역에 도전장을 내민 상태에서 과연 2018년이 약속의 해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