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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맹 야심작 '유스 트러스트', K리그 부활 열쇠 된다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7-11-28 19:07



최근 부러운 소식이 이웃나라 일본에서 전해졌다. '일본 메시'로 불리는 쿠보 다케후사(FC도쿄)가 16세(5개월22일)의 나이에 J리그에 데뷔했다. 더 놀라운 건 역대 J리그 최연소 기록이 아니라는 점이다. J리그 최연소 프로 데뷔 기록은 모리모토 다카유키(도쿄 베르디)가 세운 15세10개월6일이다.

유럽에선 낯선 광경이 아니다. 유럽 팀들은 걸출한 기량을 갖춘 유망주와 이른 나이에 프로 계약을 한 뒤 빠르게 성인 무대에 데뷔시킨다. 아스널 공격수 테오 월콧은 16세(143일)에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 리그)에 데뷔했고, 아스널 미드필더 아론 람지도 16세 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밟았다. 최근 유럽에서 가장 '핫'한 킬리안 음바페(19·파리생제르맹) 역시 프랑스 AS모나코 시절 16세(347일) 때부터 프로 선수로 활동했다.

하지만 한국에선 남의 나라 얘기일 뿐이다. 월콧, 람지, 음바페, 심지어 쿠보의 케이스가 나올 수 없다. 학원축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고리로 연결돼 있는 유소년시스템 상 유소년 선수들의 준프로 계약은 제도적으로 막혀있다. '공부하는 선수'를 강조하는 교육부 정책에도 맞지 않고, 우수선수 유출로 부진한 성적을 꺼리는 학원팀에서도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제도는 대한축구협회에서 어떤 노력을 하느냐에 따라 충분히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K리그의 역할은 무엇일까. 문이 열리는 시점에 맞춰 질 높은 유소년 선수들을 배출시킬 수 있도록 시스템과 환경을 정비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다.

프로축구연맹이 첫 삽을 떴다. 멀리 가기 위해서는 현재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그래서 유소년 시스템 진단부터 시작했다. K리그 부활의 방법을 '풀뿌리'에서 찾으려는 노력이다.

연맹은 구단별로 특성을 살려나갈 수 있는 부분은 적극 권장하고 인프라 확충 등 획일화를 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지난해부터 9개 부분, 57개 영역, 129개 평가기준을 수립, '유스 트러스트'를 탄생시켰다. 여기에는 결과만 앞세우는 '축구기계' 육성을 지양하고 축구선수 이외의 삶도 동시에 도모할 수 있는 지표도 포함돼 있다.

평가 대상은 클래식 12팀과 챌린지 10팀이 보유한 18세 이하(U-18) 팀, 15세 이하(U-15) 팀, 12세 이하(U-12) 팀 등 총 66개 팀이다. 연맹은 2016년 말부터 2017년에 나눠 비전 선수 풀&영입 조직 지원 프로그램 코칭 시설 매치 프로그램 선수 성장 생산성 등 총 9가지 정량지표와 정성지표를 가지고 현황을 진단했다.

진단 결과, K리그는 2016년 기준 유소년 사업에 팀당 평균 11억2700만원을 편성·운영하고 있었다. 인적자원 구성 면에선 예산을 많이 쓰는 구단일수록 풍부한 운영 인적 자원을 확보하고 있었다. 하지만 구단 별로 유소년 전담 스카우트와 전담 팀·인력 배치의 편차가 컸다. 이러한 격차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육성 인프라 면에선 유소년 육성에 돈을 많이 쓰고 있는 팀과 적게 쓰고 있는 팀 간 편차가 크지 않았다. 다만 천연 잔디 경기장과 실내 연습장 확충을 통한 훈련·경기 환경 개선과 부상 예방·관리를 위한 시설 확보가 필요하다는 개선점이 도출됐다.


'비전 및 철학 수립'은 K리그 팀에서 가장 큰 문제점으로 드러난 요소다. 구단의 확고한 철학이 없다 보니 프런트·지도자·선수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잃어버리게 된다. 따라서 유소년 육성과 운영의 중장기 계획 수립이 필요한 동시에 연고 지역 유소년 육성 풀을 확대하는 노력이 강화돼야 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J리그 감바 오사카는 팬이 원하는 축구 스타일을 파악한 뒤 구단 운영 철학을 설계했고 이 철학을 유소년 육성과 연계시켰다. 이어 축구 선진국의 흐름을 파악해 우수선수 육성 방침으로 연결시키고 있다. 여기서 우수선수는 상황에 따라 다른 답이 있기 때문에 스스로 생각하는 선수를 말한다.

또 개선돼야 할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조직'이었다. 현재 평균 2명 이하의 인력으로 사업이 운영되는 조직 구성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요구됐다. 연맹 차원의 유소년 디렉터, 유소년 총괄, 지도자, 프런트 인력 영입과 운영을 확대해나가야 한다는 진단도 나왔다.

조직과 함께 지도자 역량 강화도 시급한 문제로 떠올랐다. 그 동안 유소년 팀들은 지도자 머리 속에 있는 생각대로 팀이 운영됐다. 문서화되지도 않았다. 그러나 이젠 지원 조직과 프로그램 강화 속에 지도자 역량 강화 프로그램도 포함시켜야 한다는 부분이 제기됐다. 유소년 팀과 대회 구조도 개선돼야 한다는 점도 추진 과제로 제시됐다. 기존 학교 교육 시스템과 동일한 3년 체계 운영을 2년 체계로 수정 운영해 저학년 학생들의 경기 출전 기회 부족으로 인해 기량 정체가 발생되는 걸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장기적으로는 1년 단위의 팀 구성을 목표로 해야 한다는 목표가 제시됐다. 더 나아가 선수, 팀 관련 DB 구축 및 관리가 연계돼야 한다는 점도 부각됐다.

대회도 참가 연령 세분화가 화두였다. 특히 우수 선수들의 상위 연령 팀 경기 참가 기회를 통해 현재 수준 이상의 성장 기회가 제공돼야 할 필요성도 드러났다. 더불어 해외 원정 훈련 및 경기 경험 확대도 유소년 선수들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으로 소개됐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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