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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100-49] 양말 파는 아저씨, 삭스타즈 성태민이 전하는 삶의 철학

배선영 기자

기사입력 2017-11-13 10:07


※세계적인 트렌드를 움직이는 사람들, 방송·예술·라이프·사이언스·사회경제 등 장르 구분 없이 곳곳에서 트렌드를 창조하는 리더들을 조명합니다. 2017년 스포츠조선 엔터스타일팀 에디터들이 100명의 트렌드를 이끄는 리더들의 인터뷰를 연재합니다. 그 마흔아홉 번째 주인공은 양말 편집숍 삭스타즈의 성태민 대표입니다.


[스포츠조선 배선영 전혜진 기자] 국내 최초의 양말 편집숍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삭스타즈. 아는 사람은 다 안다는 이 온라인 양말 편집숍의 성태민 대표는 자신이 하는 일이 단순히 양말을 파는 것이 아니라 철학을 전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 철학이란, 내 스스로가 만족할 수 있는 소소한 가치, 즉 하루하루를 기분 좋게 살아갈 수 있는 사소함의 힘이다. 최근 서울 강남에서 파주로 이사를 왔다는 그는 서울에서 살 때는 이웃이 누군지 알지도 못했지만, 파주에서는 옆집 아저씨가 건네는 토마토를 받기도 했다며 그가 누리는 '삶'에 더 많은 부분을 할애해 이야기 했다.

"남들에 보여지는 내가 아니라 스스로가 만족할 수 있는 삶이 진정한 행복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저의 철학을 전하는 도구가 양말입니다. 양말 자체가 제 삶을 잠식하지도 않아요. 저는 양말을 파는 사람임과 동시에 제 자신이 행복하고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것에도 집중하고 있어요."

삭스타즈의 채널을 통해서 은은한 온기가 느껴지는 것은 그 때문일 거이다. 만약 삭스타즈라는 이름의 오프 숍에 있다면, 우리는 이런 철학을 가진 가게 주인의 온기를 직접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실은 그 기운이 랜선을 통해서도 이미 흘러나오고 있지만.


-원래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UXUI 디자이너였어요. IT 쪽이죠. 패션과는 아무 관계가 없는 게임회사에서 일 했는데 근무 환경이 좋지가 않았어요. 근속연수도 짧고 퇴임도 빨라요. 공장 노동자들의 업무 환경이 더 위험할 것 같다고 언뜻 생각되지만, IT 업종이 훨씬 평균수명이 짧아요.

-일을 그만두시게 된 계기에 그런 부분도 포함돼 있겠네요.

저는 스물 넷에 꿈을 이뤘다고 할 수 있었는데, 막상 그 꿈을 이루고 보니 생각한 것과 너무 달랐습니다 .이런 걸 위해 열심히 고생한 게 아닌데 하고 방황을 시작했죠.


-양말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요?

애초에 패션 디자이너가 아니다 보니 옷을 생각할 수는 없었습니다. 적당히 감성적이면서 아이템이라고 부를 만한게 뭐가 있을까 하다가 하게 됐죠. 재미있어요. 양말은 아이템이 무겁지도 않고.

-삭스타즈와 비슷한 컨셉의 양말 브랜드들도 있어요.

처음에는 20~30개 정도 됐었는데 남은 회사가 몇 없어요. 저희는 브랜드라기보다는 편집샵 위주인데 영업을 하면서 많은 대표님들과 컨택을 하죠. 그런데 요즘은 입점 제의서가 거의 없어요. 남아 계신 분들은 다 잘 하시고, 새로 진입하기는 지금은 좀 힘든 상황이에요.

-처음에 컨셉 잡는 것도 고민을 많이 하셨을 것 같아요.

제가 패셔너블한 사람은 아니잖아요. 트렌드에 민감하지도 않아요. 그래서 저는 양말의 본질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패션 트렌드, 올해의 컬러 말고 양말이 가진 본질적 가치에 대한 고민, 즉 기능적인 부분이죠. 그래서 컨셉 자체를 트렌디하게 잡기 보다는 좀 더 쉽게 살 수 있는 곳으로 잡았죠. 물론 그렇다고 싸구려는 아니지만요.

-양말이 가격대 잡기가 애매하다고 들었어요.

저가가 너무 많아서 그래요. 그런데 막상 시작해보면 양말이 쉽게 나오는 건 아니거든요. 옷보다 더 다루기가 어려워요. 기계에 대해서도 알아야 하고, 옷은 원사가 원단이 되고 원단을 공조하는 형식인데, 양말은 원사가 곧 제품이 되는 거예요. 매커니즘에 대한 이해가 높아야 하죠. 물론 디자인도 잘 해야겠지만요. 여튼, 결코 천대받을 아이템은 아니에요.

-그래도 요즘은 돈을 좀 주고 양말을 사겠다는 소비자들도 있어요.

외국에서는 좋은 양말에 대한 가치를 인정해주는 분위기에요. 특히 부자들이 아들한테 '양말은 좋은 것을 신어야 한다'라고 말해주기도 하죠. 반면, 한국은 24개월 할부로 명품백을 살지언정 양말은 싼 걸 사서 신죠. 양말이라는 게 보이지도 않고 자기만족을 위한 거니까 아무래도 과시적 소비가 자리잡은 곳에서는 비싼 걸 사기가 힘들겠죠. 하지만 국내에도 곧 가치 소비의 시대가 오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실제로 요즘은 과시적 소비보다는 가치 소비를 중시하는 움직임이 눈에 띄어요.

타이밍이 잘 맞았어요. 저는 저희 양말이 감각적인 몇만 선택하는 아이템이 아니라 전국민이 선택하는 양말이길 바라요. 너무 트렌디하지는 않았으면 해요. 너무 화려하고 예뻐서 못신는 양말 보다는 신었을 때 일단 내가 편한 양말이길 바랍니다.

-삭스타즈 마니아층도 있지 않나요.

액티브 회원은 2만명 정도에요.

-삭스타즈는 뭐랄까. 페이스북의 문방구 에피소드도 그렇고 그 너머 양말을 파는 사람 자체가 보이는 느낌이 들어요.

너무 상업적인 이벤트는 배제하려고 노력해요. 사실 그런 건 이미 빤하기도 하고요. 상술을 안 쓰는 게 상술이라고 생각하죠. 지난 추석 연휴에도 배송비를 받지 않는 이벤트를 했는데, 저는 솔직히 '연휴라 매출이 떨어지니 돈 좀 벌어보려고 합니다'라고 솔직하게 손님들께 이야기 해요. 천연덕스럽게 연휴를 맞아 어쩌고 저쩌고를 못하고, 그냥 솔직하게 말하는데 그런 점을 손님들이 좋아해주죠.

-여하튼, 직장인의 삶에서 벗어나 시작한 양말 비지니스가 성공을 거둔 지금 삶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을 것 같아 부럽네요.

파주로 이사하면서 더 많이 좋아졌어요. 전 항상 뭘 하고 살 것인지가 중요했던 사람이었어요. 어떤 직업을 가질 것인지, 어떤 꿈을 꾸며 살아갈 것인지가요. 그런데 나이를 좀 더 먹으면서, 이제는 스티브 잡스가 집에서 일하는 전업 주부보다 위대한 존재냐고 물어보면 대답을 못하겠더라고요. 뭘 하고 사는 지보다 어떤 철학을 갖고 사는 지가 더 중요하다 생각하게 됐어요. 지금 제 직업이 양말이긴 하지만, 저는 양말 때문에 제 생활이 흔들리는 것은 원하지 않아요. 100만원 덜 벌어도 저녁이 있는 삶이 중요하죠. 물론 사람들은 '장사가 잘 되니 그런 소리 한다'고 하시지만, 뜯어보면 직원이 저 포함해 3명인 아주 소규모 회사예요. 아무튼 전 그 선에서 저와 제 가족, 직원이 즐기면서 할 수 있을 정도만 욕심을 내지 전국 백화점에 입점하겠다, 마트에 다 들어가겠다는 목표는 세우지 않아요.

-획일적이었던 과거에서 요즘은 좀 벗어나서 비슷한 맥락의 고민들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어요. 그분 들께 해주고 싶은 말은요.

젊은 사람들은 나라 탓을 많이 하죠. 물론 저도 그런 부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청년들도 문제가 있긴 해요. 다 포기하고 싶어하지 않죠. 아무 것도 놓지 못하면서 여유롭게 잘 살고 싶어하죠. 사실 서울만 벗어나도 그게 별 것 아닌데. 제 주변에 서울에서 디자인을 하다가 목장일을 배우는 분이 계신데, 굉장히 행복해 해요. 돈은 적게 벌지만, 돈이 행복의 전부가 아니라는 걸 그런 분들을 만나면 느끼게 되죠.


sypo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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