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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리그에서부터 재능이 아주 많은 선수라고 생각했습니다. 한국에서 잘하고 있는 것 같아서 기쁘고 또 행복합니다."
미국 스프링캠프에서 합류한 스크럭스는 당연히 테임즈와 관련한 질문을 많이 받았다. '쿨'한 태도로 "테임즈는 테임즈고, 나는 나"라는 답변을 했지만, 질문이 이어지니 노이로제가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었다.
NC 김경문 감독이 신경썼던 부분이다. 김 감독은 시즌 초반부터 일부러 스크럭스에게 '파이팅'을 불어넣었다. 친근하게 "스크"라고 이름을 부르며 자주 말을 걸고, "잘하고 있다"는 격려를 얼굴 마주칠 때마다 했다. 스크럭스도 그 점을 고마워했다. "우리 감독님은 대단한 '핸섬맨'이다. 감독으로도 멋지지만, 남자 대 남자로도 멋진 분"이라며 존경심을 표했다.
정규 시즌 3할-131안타-35홈런-111타점. 스크럭스의 올해 성적이다. 사실 테임즈만큼의 존재감은 아니었다. 시즌 중반 부상으로 빠진 기간도 있었고, 타이틀 홀더가 되지 못하면서 스포트라이트가 비켜갔다.
하지만 기준치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다르다. 낯선 리그에 온 외국인 선수가 처음 거둔 성적이라고 보면 감탄할 수밖에 없다. 갈 수록 외국인 선수들의 적응이 만만치 않은 최근 분위기에서 스크럭스는 성공적인 시즌을 보낸 것이다.
미국에서 매일 NC 경기 결과를 체크하고, 뉴스를 읽었다는 테임즈도 스크럭스의 활약을 반가워했다. 17일 응원차 잠실 구장을 방문한 테임즈는 "스크럭스를 마이너리그에 있을 때부터 알았다. 예전부터 재능이 많은 선수라고 생각했다. 한국에서 잘하고 있는 것 같아 기쁘다"며 칭찬을 듬뿍 남겼다.
이에 화답하듯 스크럭스는 테임즈가 보는 앞에서 시원한 만루 홈런을 터뜨렸다. NC가 2-4로 뒤진 5회초 1사 만루 찬스에서 두산의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를 상대로 역전 그랜드슬램을 제대로 날렸다. 3루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테임즈는 스크럭스의 홈런이 터지자 아이처럼 환호하며 기뻐했다.
NC의 결승타가 된 만루 홈런은 '테임즈 빈 자리는 없다'며 스크럭스가 날린 '확인 도장'과도 같았다.
잠실=나유리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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