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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PO] 2011년 철없었던(?) 손아섭, 이젠 롯데의 중심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7-10-14 08:41 | 최종수정 2017-10-14 08:59


NC 다이노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2017 KBO 리그 준플레이오프 4차전이 13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렸다. 5회초 2사 1,2루 롯데 손아섭이 좌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3점홈런을 날리고 환호하고 있다.
창원=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7.10.13/

2011년 10월16일. 부산 사직구장. 롯데 자이언츠는 돌풍을 일으키며 사상 첫 정규시즌 2위를 차지했다. 플레이오프에 직행해 이날 SK 와이번스와 1차전을 치렀다. 당시 1위는 삼성 라이온즈였는데, 롯데의 화끈한 타선과 불펜이라면 삼성과 충분히 겨뤄볼만 하다고 평가받았다. 단, 플레이오프를 수월하게 통과할 경우. 그래서 1차전이 중요했다. 하지만 롯데는 9회 다잡은 찬스에서 1사 만루 손아섭이 병살타를 때리며 땅을 쳤고, 연장 접전 끝에 패했다. 당시 1차전을 이겼다면 힘빠진 SK를 상대로 롯데가 3연승을 거둘 분위기였는데, 찬물을 끼얹은 것. 손아섭에 앞서 손용석도 무사 1, 2루 병살타를 쳤지만 당시 모든 비난의 화살은 손아섭에게 돌아갔다. 초구를 건드려 2루땅볼이 되자 "스타가 되려고 영웅 스윙을 했다"며 팬들이 분노했다.

당시 20대 초반, 그리고 갓 주전이 된 손아섭. 패기 넘치던 그는 신문 1면에 자신의 이름과 사진이 대문짝만하게 나온 걸 보고(물론 좋지 않은 내용이었다.) 특유의 부산 사투리로 "제가 언제 신문 1면에 나와보겠습니까. 이 것도 영광이라고 생각하겠습니다"라며 웃으려 애썼다. 철이 없어 보일 수도 있었겠지만, 이는 철없는 행동이라기 보다는 어떻게든 그 아픔을 잊어보겠다는 손아섭 만의 표현법이었다.

그랬던 그가 이제는 롯데의 간판스타가 됐다. FA(자유계약선수) 자격 취득도 눈앞에 두고 있다. 2012년 이후 오랜 시간 가을야구를 못하던 롯데가 준플레이오프에서 NC 다이노스와 싸우고 있다. 3차전까지 타자들이 부진했던 가운데 손아섭 만이 유일하게 분투하며 희망을 이어줬고, 13일 열린 4차전 홈런 2방을 몰아치며 팀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이제 한국 나이로 서른이 되며 더욱 성숙해진 손아섭이다. 3차전 롯데는 6대13으로 대패했지만, 손아섭이 8회 추격 투런포를 때리고 덕아웃을 향해 오버 액션을 한 게 화제가 됐다. 팀 분위기를 살리려는 노력. 2011년 팀 선배들이 안타 치면 좋다고 덕아웃 밖에 나와 해맑게 웃던 그 모습과는 사뭇 느낌이 달랐다. 3차전 손아섭이 동료들에게 전달한 메시지가 확실히 전달됐는지, 롯데 타선은 4차전 거짓말처럼 달라졌다. 이제 그만큼 그의 영향력이 롯데 공기를 바꾸고 있다는 뜻이다.

사실 손아섭은 3차전을 앞두고 "이상하게 머리가 많이 어지럽다. 컨디션이 안좋다"며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막상 그라운드에 들어서자 악바리 같은 모습으로 열심히 치고 달렸다. 팬들은 단순 성적이 좋은 선수보다, 이렇게 근성있는 플레이를 펼치는 선수에게 더 애정이 간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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