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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분석②] '조들호'는 어떻게 성공 신화를 썼나

백지은 기자

기사입력 2016-04-26 14:53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왜 인기일까.

tvN '미생'부터 KBS2 월화극 '동네변호사 조들호'까지 만화 원작 드라마가 시청자의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사실 이 작품들의 흥행을 예상했던 사람은 거의 없었다. 원작이 있는 드라마가 갖는 한계성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일단 이야기 전개에 한계가 있다. 원작의 틀에서 크게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미 원작에서 나왔던 예측 가능한 전개를 어떻게 색다르게 풀어낼 수 있을지가 관건인데, 절대 쉬운 작업이 아니다. 팬덤 때문에도 한계가 생긴다. 원작 팬덤은 양날의 검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을 영상으로 만날 수 있다는 점에 기대를 드러내는 쪽도 있지만 때로는 지나친 간섭과 혹독한 평가로 작품에 피해를 주기도 한다. 실제로 tvN '치즈인더트랩'의 경우 캐스팅 단계부터 원작 팬덤의 간섭이 너무 심해 작품명과 시어머니의 합성어인 '치어머니'라는 말이 생겨나기도 했다. 방송이 시작된 후에도 원작과의 끊임없는 비교는 피할 수 없었다. 이런 리스크 때문에 이제까지 SBS '심야식당' '아름다운 그대에게', KBS2 '내일도 칸타빌레' 등 수많은 작품들이 쓴 맛을 봤다. 그런데 왜 최근엔 만화 원작 드라마가 흥행하는 걸까.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원작 배경이 달라진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전까지는 일본 인기 만화를 드라마화하는데 주력했다. 소재의 다양성, 이야기 전개의 신선함, 방대한 팬덤 등이 그 이유였다. 하지만 여기엔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바로 국내 정서와 일본 정서가 다르다는 점이었다. 문화와 정서의 차이를 순화하는 것이 중요했는데 이를 뛰어넘는 건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그래서 방향을 틀었다. 국내 만화, 특히 웹툰에 눈을 돌렸다. 웹툰은 1030 젊은 네티즌들을 주타겟으로 삼는다. 그만큼 트렌디한 감각이 반영됐다는 얘기다. 또 온라인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소재도 다양하다. 이를 드라마화 하면서 신선함을 추구하는 동시에 젊은 시청층의 관심을 돌려놓을 수 있다는 장점이 생겼다.


치즈인더트랩 / 사진=인스타그램
각색 작업에 성공했다는 것도 흥행 요인이다. 사실 원작 드라마의 흥행 여부는 각색 작업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만화를 드라마화 시키면서 지나친 과장과 억측은 배제하고 극적 요소를 부각시켜야 한다. 또 상대적으로 호흡이 긴 만화를 어떻게 압축해 화면으로 옮겨내는냐도 관건이다. '미생'이나 '치즈인더트랩'의 경우 이런 작업을 상당히 훌륭하게 해냈다는 평이다. '미생'의 경우엔 선택과 집중을 택했다. 특정 에피소드를 심도있게 풀어내면서 깊은 울림을 줬다. '치즈인더트랩'은 양으로 승부했다. 홍설(김고은)과 유정(박해진)의 다툼과 연애, 백인호(서강준)과 백인하(이성경)의 과거 등 원작 에피소드를 한 회에 스피드하게 담아내는 LTE급 전개 방식을 택하면서 재미를 안겼다. 방식은 다르지만 각색과 연출이 흥행에 미치는 영향을 몸소 입증한 셈이다.


무엇보다 배우가 중요하다. 만화팬들은 주인공에 대한 일종의 판타지를 갖게 된다. 만화 캐릭터의 말투, 표정, 목소리, 제스처 등을 상상하게 되기 때문이다. 드라마 출연 배우들이 이러한 판타지를 충족시켜주길 바라는 건 당연한 일이다. 또 만화에서 느낄 수 있는 건 캐릭터의 외모가 전부이기 때문에 외모 싱크로율이 높아야 한다. 즉 2D와 3의 간극을 메꿔줄 수 있는 외모, 혹은 연기력을 갖춘 배우가 아니라면 큰 반감을 갖게된다는 얘기다. '동네변호사 조들호'의 박신양이 대표적인 예다. 사실 '동네변호사 조들호'는 작품성 면에서 뛰어난 작품은 아니다. 촘촘한 스토리와 철저한 고증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원작 웹툰과는 달리 우연과 권선징악의 반복으로 개연성이 현저히 떨어진다. 지나치게 조들호(박신양)의 활약을 미화시키려 한 탓에 스토리는 점점 유치하고 뻔해졌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상쇄하는 게 박신양의 연기다. 박신양은 매회 진심을 다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약자의 편에서 사회 권력층에게 일침을 가하는 모습, '갑'의 횡포에 맞서 정의를 구현하는 모습은 대리만족을 느끼게 하기 충분하다. 그런가하면 딸을 향한 애틋한 부성애로 시청자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기도 한다. 60분 동안 정신없이 시청자를 울렸다 웃기는 박신양의 하드 캐리는 드라마의 인기로 직결됐다. 한 관계자는 "국내 만화, 특히 웹툰 시장은 아주 매력적인 시장이다. 화제성도 있을 뿐더러 온라인과 연계해 진행할 수 있는 사업도 많다. 그럼에도 항상 발목을 잡았던 것이 캐스팅 문제다. 연기력과 싱크로율을 모두 갖춘 배우를 찾는 게 그렇게 쉬운 작업이 아니었기 때문"이라며 "그런 면에서 '동네변호사 조들호' 박신양은 아주 좋은 케이스다. 딱딱하고 진부한 법정 드라마를 맛깔나게 살려내고 있다. 다른 모든 걸 떠나 흥행에 가장 중요한 건 배우라는 걸 입증한 케이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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