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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 브라질에 있는 KBSN 스포츠 아나운서 정인영이에요. 벌써 월드컵도 반이 지나가고 있네요. 독자 여러분들도 다들 밤낮 바뀌는 생활로 힘드시죠. 저도 이곳에서 매일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답니다.
그래도 딱 하나 좋은 것이 있어요. 바로 축구 레전드들과의 만남이랍니다. 앞에 얘기한 것처럼 특설 오픈 스튜디오에는 영국의 BBC, 중동의 알 자지라 그리고 유럽과 북미를 아우르는 beIN Sports 등이 있어요. 그러다보니 많은 축구 전문가들이 왔다갔다 한답니다. 그들을 바로 옆에서 보는 재미는 쏠쏠한데요. 그 가운데서도 몇몇 기억에 남는 일화를 소개할게요.
우선 가장 인상적인 분은 아리고 사키 전 이탈리아 감독이에요. 뭐랄까요. 상당히 귀여운 할아버지에요. 사키 감독과는 스튜디오로 올라가는 엘레베이터에서 만났어요. 저를 딱 보더니 "하이, 하이" 그러더라고요. 전 인사인 줄 알았는데 제 머리에 손을 가져다대면서 "하이 베리 하이, 굿피지컬"이라더군요. 한 마디로 제 키가 크다는 'high'였죠. 제가 감사하다면서 "평소 팬이었어요. 감독님 기념 사진 찍어주세요"라고 하자 활짝 웃으시더니 옆에 서시더라고요. 그런데 왼손으로 제 허리를 두르는데 살짝 놀라기도 했어요. 그 때 여자 스태프가 함께 있었는데 아는 척을 하지 않았어요. 그러자 사키 감독은 서운했던지 헛기침을 하더라고요. 그러더니 영어로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아리고 사키에요. 이탈리아 감독을 했답니다"라며 자기 'PR'을 하더라고요. 그제서야 우리 여자 스태프가 "네 알고있습니다. 팬입니다"라고 하자 함박웃음을 지었어요. 귀엽죠.
또 기억에 남는 사람은 크리스티안 비에리였는데요. 맞아요. 2002년 한-일월드컵 16강에서 우리를 상대로 골을 넣었던 그 비에리 선수요. 사키 감독과 사진울 찍고 며칠 뒤에 제가 잠시 자리를 비웠을 때 우리 스튜디오로 찾아왔데요. 그러더니 "혹시 그 키 큰 아나운서는 오지 않았느냐. 같이 밥먹고 싶다"고 했다고 하더라구요. 그 이야기를 전해듣고는 조금은 무서웠어요.
잉글랜드 축구의 자존심 앨런 시어러는 정말 '젠틀'했어요. 항상 웃어주고 친절했어요. 주위에서는 다들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배우같다"고 하더라고요.
아르센 벵거 감독 역시 상당히 멋있었는데요, 특히 정장이 잘 어울렸어요. 그런데 사진 찍고 난 다음에 상파울루에서 열리는 잉글랜드와 우루과이 경기 해설하러 간다고 하더라고요. 다음에 만나면 홧병 나지 않았나 물어보려고요. BBC 패널로 나서는 티에리 앙리와도 한 컷 찍었는데요. 같이 사진 찍기가 정말 어려웠어요. 오픈 스튜디오에 올때마다 사진 촬영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어요. 그래도 그 때마다 환한 웃음으로 포즈를 취해주는데 '정말 좋은 사람이구나'는 것을 느꼈어요. 축구 레전드들과의 사진은 제 SNS를 통해서도 종종 올릴테니 다들 오셔서 구경 많이 해 주세요.
KBSN스포츠 아나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