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로이의 가깝고도 먼 한일야구]요미우리전에서 드러난 이대호의 품격

    기사입력 2013-05-27 15:41:44 | 최종수정 2013-05-28 09:10:09

    25일부터 도쿄돔에서 벌어진 요미우리와 오릭스의 인터리그 2연전. 이 경기에서 이대호(오릭스)의 품격을 엿볼 수 있는 몇가지 장면이 있었다.

    경기 시작 3시간 전. 요미우리 타자들이 타격 훈련을 하고 있는 가운데, 오릭수 선수단이 3루쪽 원정팀 덕아웃에 도착했다. 교류전 초반 6승2패을 기록한 오릭스 선수들은 표정이 밝았다. 이대호는 덕아웃 앞 중앙에 앉아 있었다. 오릭스 부동의 4번 타자이자 퍼시픽리그 최고 타자의 포스가 느껴졌다.

    그런데 이대호가 나타나자 바로 달려와 인사한 요미우리 선수가 있었다. 요미우리의 1번 타자이자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일본대표로 출전했던 조노 히사요시(29). 조노는 이대호에게 부동자세로 머리를 깊게 숙여 인사했다. 외국인 선수와 국내 선수 사이가 아닌 선후배 야구인의 모습 그 자체였다.

    이대호는 "(이)승엽 형이 친했던 선수들과 가깝게 지내고 있어요. 조노나 사카모토는 (경기 때면)바로 인사하러 와요. 우리나라가 예의바르고 선후배 관계가 잘 정립돼 있는데, 일본도 비슷한 것 같아요"라고 했다.

    일본도 한국 처럼 선후배에 따른 상하 관계가 있다. 하지만 같은 학교나 같은 팀에 뛴 경험이 없는 사이에 얼굴을 보자마자 인사를 하러 가는 경우는 드물다. 야구선배 이대호에 대한 존경심이 반영된 결과다.

    팀 내에서도 이대호는 후배선수에게 선배다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1군에서 뛰고 있는 야마모토 가쓰나오(27)에게 자주 말을 걸고 있다고 한다.

    야마모토는 지난 주 본 칼럼에서 소개한 요미우리 육성군 출신 내야수다. 그는 요미우리 시절에 퓨처스리그 감독으로 있던 김기태 LG 감독의 집중지도를 받았지만, 요미우리 시절에는 1군에 출전하지 못했다. 야마모토는 올해 오릭스에 이적해 유격수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대호는 일과시간에 밖에 자주 나가는 편이 아니지만, 야마모토와 함께 식사를 하기도 했다.

    야마모토는 "(이)대호 상이 야키니쿠(일본식 소고기 구이)집에 데려갔습니다. 요즘 제 활약은 '야키니쿠 파워'라고 해야할 것 같아요"라며 웃었다.

    26일의 경기 전 이대호는 야마모토에게 "너 도쿄돔이 처음이라 긴장하고 있지? 힘이 많이 들어가 있어"라며 편하게 하라는 조언을 해줬다. 야마모토 입장에서는 꿈의 구장 도쿄돔에서 전 소속팀인 요미우리 상대로 야구를 한다는 사실 자체가 감개무량했을 것이다. 이런 야마모토의 심정을 알고 있는 이대호는 그에게 긴장하지 말라고 이야기를 해준 것이다.

    이대호는 경기에서도 강타자의 품격을 보여줬다. 팀 평균자책점 2.98인 요미우리 투수진을 상대로 25일에는 3안타 1타점, 26일은 1안타 볼넷 1개를 기록했다. 이대호는 "좋은 투수가 나오면 치기 어려워요. 실투가 오지 않으면 못 쳐요"라고 했다. 요미우리 투수진은 4번 타자 이대호를 견제했지만 이대호는 실투를 유발했고, 이를 놓치지 않았다.

    이대호는 한국을 대표하는 타자를 넘어 일본야구 최고 선수로 적응하고 있었다.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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