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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로이의 가깝고도 먼 한일야구]단기전에서 빛나는 대주자 강명구의 존재감

박진형 기자

기사입력 2012-10-29 11:08 | 최종수정 2012-10-29 14:50


지난 21일 센트럴리그 클라이맥스 시리즈 파이널 스테이지 5차전. 요미우리와 주니치의 대결 9회말 2-2 동점에서 요미우리는 대타 4명과 대주자 1명을 기용해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그날 끝내기 안타를 친 요미우리의 대타요원 이시이는 파이널 스테이지 MVP가 됐다. 선수층이 두터운 요미우리다운 일이었다.

반면 한국에서는 주전과 백업요원의 실력 차이가 크고, 전문 대타나 대주자를 찾는 것 자체도 쉽지 않다. 내년 이후 구단수가 많아지면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오랜 기간 대주자 역할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는 선수가 있다. 삼성 강명구(32)다.

"타석에 들어가고 싶은 욕심은 물론 있어요. 하지만 팀을 위해서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뛰는 거잖아요." 강명구의 말이다. 그는 상무 시절이던 2009년에 2군 북부리그에서 수위타자가 된 경험이 있다.치고 싶은 마음이 들 만도 하다. 하지만 그가 1군에서 뛰기 시작한 2005년부터 입대기간을 제외하고 현재까지 그에게 제일 어울리는 포지션은 역시 대주자다.

빠른 발을 이용해 8할 이상의 성공률로 통산 97개의 도루를 해왔던 강명구. 올해 32살이 됐지만 그는 "나이 때문에 발이 느려졌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고 한다. 하지만 향후라도 스피드가 떨어졌을 경우 그것을 보충하는 것은 기술일 수밖에 없다.

올해 초 스프링캠프에서 삼성 김재걸 주루코치는 강명구나 배영섭 등 발 빠른 선수들에게 비디오를 보여준 적이 있다. 2007년부터 4년 연속 도루왕이 된 세이부 가타오카 야스유키(29)의 영상이었다. 가타오카는 다른 선수들에 비해 특출나게 발이 빠른 편은 아니다. 하지만 기술로 그같은 약점을 극복해서 많은 도루를 해왔다. 그 비디오는 가타오카의 기술을 소개하는 내용이었다.

가타오카가 시도하는 방법은 도루 스타트를 할 때 목적지인 2루 방향으로 체중을 이동하는 게 아니라, 2루 쪽에 위치한 오른발을 일단 몸 중심의 아래쪽에서 한 걸음 끌고 스타트 동작을 한다는 것이다.그렇게 하면 그 다음에 왼발이 자연스럽게 나갈 수 있고, 낮은 자세를 유지하면서 빨리 뛸 수 있다는 장점이 생긴다. 김재걸 코치는 가타오카의 기술을 제시한 뒤 "하고 싶으면 해보고, 안 맞으면 안 해도 된다"고 했다.

"처음에 강명구는 그 방법을 쓰지 않았어요. 그런데 요즘에는 그런 식으로 시도하는 모습을 봅니다." 김재걸 코치는 그렇게 말한다. 강명구는 타고난 빠른 발에 더해 새로운 기술로 한층 더 빨리 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도루 성공률을 더 높이기 위해서다.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는 강명구의 주루플레이가 결정적인 1점을 일궈냈다. 그에게 요미우리의 대타요원이 MVP를 받았다는 이야기를 했더니 "제가 MVP 받으려면 홈스틸 3개 해야 되나요? 저는 주목을 받을 선수가 아니예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같은 조역이 반드시 필요한 장면이 있는 것이 단기전의 묘미 아닐까.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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