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나 여자예요'] 고두심-김미숙의 꽉찬 무대
기사입력 2000년 01월 07일 14시 23분
극단 로뎀이 서울 정동 제일화재세실극장에서 공연 중인 `나 여자예요'는 아주 색다른 무대다. 중량급 여배우 두사람의 모노드라마가 한 무대에서 연달아 공연되기 때문이다.
1편의 공연관람료로 두 배우의 전혀 다른 주제와 연기를 감상할 수 있어 1석 2조의 관극효과를 즐길수 있다.
이 무대는 이탈리아의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다리오 포 원작을 극단 대표이자 배우인 하상길이 번안하고 연출까지 맡았다. 출연진은 편안하고 부드러우면서 풋풋한 이미지를 보여온 고두심 김미숙이다.
`여자1'은 맞벌이 부부의 이야기를 담은 극. 극중인물은 아내, 엄마, 직장인 등 1인 3역을 해내며 정신없이 살아가는 현대여성의 모습 그 자체다. 집안일에 무심한 남편, 그 속에서 육아를 담당하고 가정을 꾸리고 직장일까지 해야하는 등 정신없다. 어느 가정에서나 있을 법한 이야기를 김미숙은 사실감 있게 표현한다.
아이를 맡기고 출근시간을 맞춰야하는 급박한 시간속에서 집 열쇠를 어디다 놓았는지 몰라 허둥대는 모습을, 때론 코믹하고 애교 넘치는 연기로 표현해 낸다. 김미숙의 매우 탄력있는 일상연기가 편안해서 좋다.
`여자2'는 사회관습과 남편의 억압으로 인해 집안에 감금당한 채 살아가는, 한편으로는 연하의 청년과 꿈같이 아름다우면서 가슴 아픈 사랑을 나누는 중년여성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품.
여자를 인간으로 바라보지 않고 성의 도구로만 여기는 남자들에 대한 분노가 극의 내용이다. 감옥같은 집에서 인생을 살아야하는 한 여인의 슬프고도 처절한 삶은 객석을 깊은 한숨으로 물들인다. 눈물을 훔치게 만드는 슬픈장면과 더불어 배꼽을 쥐게 만드는 우스꽝스런 상황의 반복이 극의 매력이다.
고두심은 무거운 주제를 절제미와 내적 에너지로 형상화, 관객들의 가슴에 긴 여운을 남긴다. 하상길의 섬세한 연출 솜씨, 두 배우의 깔끔한 연기가 개운한 맛을 주는 무대다. 2월 20일까지. 수 목 일 오후 3시, 화 금 토 오후 3시, 7시30분. (02)736-7300
[박용재 기자 eastsea＠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