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한 종목 아닌 전체 체육 기여할 기회…스포츠 '밸류 업' 역할 하고 싶어"
유 전 회장은 9일 탁구협회 임시대의원총회에서 회장직 사임 의사를 밝히고 체육회 회장 도전을 공식화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탁구 남자단식 금메달리스트인 유 전 회장은 2016년부터 지난달 폐막한 파리 올림픽까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으로 활동했고, 2019년부터는 탁구협회장을 맡아 행정 경험을 쌓았다.
종목단체를 성공적으로 이끌고 국제 체육행정 활동도 해 온 그가 출마 의사를 밝히며 3선 도전이 유력하게 점쳐지는 이기흥 현 회장의 강력한 대항마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10일 서울 서초구의 RSM스포츠 사무실에서 연합뉴스와 만난 유 전 회장은 "IOC 선수위원과 경기 단체장, 2018평창기념재단 이사장 등 경험을 토대로 한 종목이 아닌 전체 체육에 기여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왔다"며 "주변의 여러 조언도 들어본 뒤 파리 올림픽 이후 출마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고(故) 조양호 전 회장의 별세로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2019년 5월 탁구협회장에 오른 유 전 회장은 2021년 11월 선거에서 재선돼 4년 더 임기를 보냈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와 2020 도쿄 올림픽에서 모두 노메달에 그쳤던 한국 탁구는 파리 올림픽에서 혼합복식과 여자 단체전 동메달 2개를 수확, 12년 만의 최고 성적을 내며 부활했다.
처음으로 세계탁구선수권대회를 유치해 올해 2월 부산에서 연 것도 유 전 회장 체제의 성과였다.
유 전 회장은 "많은 분이 제게 어리다고 하지만, 어린 사람 중 가장 경험이 많은 사람이 저다. 선수부터 지도자, IOC 위원, 경기단체장까지 35년 경력"이라며 "그런 경험에 젊은 세대 다운 창의력, 추진력, 체력 등은 누구와 비교해도 제가 가장 앞선다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소통도 강점이다. MZ 세대 선수들과 '챌린지'도 같이할 수 있고, 원로님들도 모시고 공경하며 '중간 역할'을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다른 젊은 후보가 나올 수도 있겠지만, 그 젊은 후보가 저만큼 다양한 경험을 지닐 수 있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는 "초등학교 선수 뒷바라지하는 부모님이나 지도자의 마음, 프로 선수와 올림픽 메달리스트, 국가대표 선수의 마음, 행정직 직원의 마음마저 모두 이해할 수 있다"며 현장 곳곳과의 '공감 능력' 또한 장점으로 부각했다.
유 전 회장이 꿈꾸는 대한체육회장의 모습은 "어려울 땐 체육인들의 '총알받이'가 되고, 좋을 때는 체육인들을 돋보이게 하는 리더"다.
그는 "사회에 기여하고 있는 대한민국 스포츠가 국민들의 박수를 받기를 바란다. 성적에 대한 칭찬뿐만 아니라, 국민의 삶을 윤택하게 해주고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데 대한 존중을 받았으면 한다"면서 "자녀를 선수로 키워보고 싶다는 꿈을 심어주는 체육계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대한체육회장이 된다면 추진하고 싶은 사업으로는 학교 스포츠 재정비와 'K스포츠'의 콘텐츠화를 통한 수익 창출을 우선으로 꼽았다.
유 전 회장은 "학교 스포츠가 완전히 무너졌다. 파리에서 금메달 13개를 따 와서 국민 여러분께 즐거움을 드렸으나 다음 올림픽은 또 모른다. 2050년쯤 가면 선수를 내지 못할 거란 우려가 있다"면서 "학교 스포츠와 클럽 스포츠를 전문화해 어릴 때부터 육성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를 위해 "교육부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한 그는 "제가 회장이 된다면 교육부부터 찾아가겠다. 학생 운동선수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그에 맞는 조처가 나올 때까지 교육부 앞에 텐트를 치고 살겠다는 정도의 각오"라고 밝혔다.
이어 "K팝, 드라마, 푸드, 컬처, 다음은 K스포츠라고 생각한다. 아직 막연해 보이지만, 무궁무진한 콘텐츠를 산업으로 키워 자체적으로 수익을 마련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보고 싶다"면서 "전체적인 스포츠 밸류(가치)를 '업' 시키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파리 올림픽에서 우리나라 선수단은 역대 최다 타이기록인 금메달 13개를 획득하며 국민에게 즐거움을 선사했지만, 이후 낡은 관행 등을 둘러싼 문제가 불거지며 체육계가 마냥 웃지만은 못하는 분위기다.
"제 '집'인 체육계가 비난받는 상황이 안타깝다"는 유 전 회장은 "어두운 면은 빨리 보완하고, 가치 있는 우리의 자산은 외부로부터 박수받고 존경받도록 만드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슈가 나왔을 때 빠른 대처도 중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유 전 회장은 "이번 선거가 어려운 도전이 되겠지만, 도전이라는 건 어려워야 그 가치가 있는 것 아니겠나"라며 "제가 이제껏 걸어온 길은 도전의 연속이었고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든 결과가 있었기에 도전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으며 결과가 두렵지도 않다"고 의지를 다졌다.
songa@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