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은 7일 인천도원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 삼성생명 여자 프로농구' 플레이오프(PO) 2차전에서 신한은행을 66대60으로 꺾으며 시리즈 전적 2승으로 4년만에 챔프전에 올랐다. 이로써 BNK에 2연승을 거두고 이미 챔프전에 오른 KB스타즈와 지난 2017~2018시즌 이후 오랜만에 다시 만나 역대 11번째 챔피언 등극을 노려보게 됐다.
4년 전에는 KB가, 그리고 이번에는 우리은행이 도전자가 됐다. KB는 일찌감치 정규리그 1위를 확정지은데다, 지난 2일 PO 2차전을 끝마친 후 일주일이 넘게 휴식과 훈련을 취한 반면 정규리그 2위인 우리은행은 3일만에 KB를 만나는 어려운 일정이다. 하지만 두 팀은 지난 2017~2018시즌부터 5년째 여자 농구 최고의 라이벌이자 양대 산맥 체제를 구축하면서 늘 접전을 펼쳐오고 있다. KB가 압도적인 레이스를 펼친 올 시즌임에도 맞대결 결과는 3승 3패로 우위를 가리지 못했다. 게다가 단일 시즌으로 개편된 후 챔프전에서 두차례 만나 우리은행이 모두 이겼다. KB로선 우리은행을 꺾어야 진정한 '왕조 교체'라 할 수 있기에 10일부터 5전 3선승제로 펼쳐지는 두 팀의 챔프전은 그야말로 진검승부라 할 수 있다.
마지막에 몰린 신한은행으로서나, 그나마 하루라도 빨리 챔프전에 올라야 제대로 싸울 가능성이 높아지는 우리은행으로서나 반드시 승리가 필요한 경기였다. 여기에 신한은행은 1차전에서 김단비 이경은을 비롯해 핵심 선수 5명이 코로나 확진 후유증으로 아예 나서지 못하며 허무하게 대패를 한 상황이기에 더욱 그랬다. 구나단 신한은행 감독이 경기 전 "벤치 클리어링까지 갈 수 있다는 각오로 나선다"고 비장함을 보인데 이어,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도 "우리도 내일은 없다"며 반드시 끝내겠다는 각오를 밝힐 정도였다.
이 긴장감은 경기 내내 코트에 흘렀다. 1쿼터 시작 후 우리은행이 홍보람 김소니아 김정은 등의 3점포로 공격을 이어가자 신한은행 역시 한채진 유승희 김단비의 3점포로 맞받아쳤다. 19-21로 뒤진 채 2쿼터를 맞은 우리은행은 이번엔 김진희의 3점포로 전세를 뒤집었지만 신한은행은 곽주영 이경은의 골밑 돌파로 바로 따라붙으며 시소게임을 이어갔다. 양 팀 모두 몸싸움을 방불케 하는 강한 수비를 바탕으로 득점은 소강 상태가 되기도 했지만 신한은행은 8명, 우리은행은 7명 등 전반전에 나선 모든 선수가 득점을 올리는 집중력을 보여줬다. 우리은행이 36-33의 아슬아슬한 리드를 유지한 채 전반이 끝났다.
하지만 3쿼터에서 엄청난 변수가 발생했다. 우리은행 수비에서 궂은 일을 도맡아하던 홍보람이 쿼터 시작 후 3분도 되지 않아 파울 아웃이 된 것이다. 상대의 다소 흐트러진 수비를 집요하게 파고든 신한은행은 다시 역전에 성공했다. 전열을 정비한 우리은행이 다시 박지현과 김소니아의 골밑 돌파, 그리고 박혜진의 3점포로 53-46으로 다시 점수를 벌린 상황에서 이번에는 김소니아가 볼 다툼을 벌이다 상대 선수와 부딪혀 코트 밖으로 나가며 우리은행은 큰 위기에 봉착했다. 이날 7명의 선수로 버티고 있었는데, 2명이 나가게 되면서 4쿼터 중반 김소니아가 다시 복귀할 때까지 선수 교체를 하지 못했다.
모두 지친 상황에다 여전히 강력한 수비전 속에서 신한은행은 5득점, 우리은행은 4득점의 저조한 득점을 추가한 채 경기는 2분여밖에 남지 않았다. 이 상황에서 우리은행은 박혜진이 자유투 2개에다 회심의 딥 쓰리 3점포를 성공시키며 64-58, 사실상 승부를 갈랐다. 박혜진이 19득점, 김정은이 16득점 등 두 노장이 공격을 책임졌다. 신한은행은 김단비가 14득점에 그치는 등 코로나 후유증을 극복하지 못하며 내년 시즌을 기약하게 됐다. 인천=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