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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NC 투수 송명기는 시범경기 때 부진했다.
우려 섞인 시선을 피할 수 없었다.
선발 순서도 외인 듀오 루친스키 파슨스, 신민혁에 이어 4번째였다.
개막 3연패에 양의지 노진혁이 빠진 타선은 최악의 집단 슬럼프 중이었다. 앞선 3경기에서 NC 득점은 단 2점 뿐.
이런 이중 부담의 상황 속에서 상대 팀 롯데 타선은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NC 이동욱 감독이 이틀 전 송명기와 면담을 가졌다.
"명기는 잘해보려고, 자신의 역량을 더 높이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는거거든요. '가장 잘하는게 뭐냐. 지금 당장 뭘 고치고 할 게 아니라 네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걸 준비해서 마운드에서 던지면 된다. 결과는 그 다음 몫'이라고 했어요. 마운드에서 주춤한 모습을 보이면 안된다고 했죠. 야구는 생각이 많으면 안되는 운동이잖아요. 의심하면 안돼요. 실력이 있으니 선발투수로 나가는 거고, 실력이 있으니 라인업에 들어가는 거거든요."
사령탑의 애정 어린 따끔한 조언. 겁없는 청년 에이스의 피끓는 투혼을 깨웠다.
거침 없는 힘으로 거칠게 상승세 롯데 타선을 밀어붙였다. 여전히 밸런스가 완벽하지는 않았다. 83구 중 스트라이크는 절반이 조금 넘는 43구에 불과했다. 반대투구도 많았다.
하지만 공 자체에는 힘이 있었다. 너무 정교하게 완벽한 코너 승부 대신 '가장 잘 할 수 있는' 구위로 타자를 윽박질렀다.
거침 없는 몸쪽 빠른 공에 우타자들의 엉덩이가 움찔움찔 빠졌다.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반대투구에 속수무책이었다. 좌타자에게 순간 밸런스가 흐트러지며 5개의 볼넷을 내줬지만 6회 동안 안타는 2개 뿐이었다. 위기는 있었지만 실점은 없었다. 송명기가 위태로운 상황 속에서도 씩씩하게 버텨주자 침묵하던 타선이 응답했다. 4경기 만에 첫 선취점을 뽑아내며 대거 5득점을 지원했다.
송명기의 역투 속에 NC는 5대0으로 승리하며 개막 3연패를 끊고 시즌 첫승을 뒤늦게 신고했다.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 하며 절체절명의 벼랑 끝 팀을 구한 역투였다.
구창모가 자리를 비운 NC 마운드. 누가 뭐래도 토종에이스는 송명기다.
2020년 한국시리즈에서 시리즈 체인저로 우뚝 섰던 약관의 무법자. 바로 그 송명기가 돌아왔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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