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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명주 KBO 육성위원의 특별 칼럼을 게재합니다. 차명주 위원은 롯데 자이언츠-두산 베어스-한화 이글스를 거치며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중반 리그를 대표하는 좌완 구원투수, 국가대표로 활약했습니다. 2001년부터 3년연속 홀드왕을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은퇴후 재활트레이너로 긴 시간 활동했고, 국민대학교에서 운동역학을 전공으로 석박사 통합과정을 이수하고 있습니다. 차의과학대학교 스포츠의학대학원 겸임교수로도 활동중입니다. 풍부한 경험과 해박한 지식으로 야구 이야기를 색다르게 풀어갈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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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전인 가을야구. 승리를 위한 여러 가지 묘수가 등장한다.
전자의 경우 짧지만 사전 준비 과정이 있어 그나마 결과가 낫다. 하지만 후자의 경우 성공 확률이 떨어진다. 메이저리그 디비전시리즈(NLDS) 5차전에서 홈런 2방을 허용하며 마운드에 주저앉은 클레이튼 커쇼의 최근 기억이 선명하다. 국내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에서도 LG 트윈스 차우찬과 SK 와이번스 문승원이 단기전 불펜요원으로 변신했지만 성공적인 결과를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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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차가 있을 수 있지만 선발 투수의 준비과정은 불펜 투수에 비해 복잡하다. 대략 롱토스(멀리던지기)와 불펜투구를 포함, 약 70개 이상의 투구 후 마운드에 오른다. 리듬도 5,6일의 호흡에 맞춰 길게 던질 수 있는 상태를 만든다. 80~110구를 힘을 분산시켜 길게 던질 수 있는 어깨를 만드는 과정이다.
반면, 중간계투는 심플하다. 게임 전 롱 토스를 하고 2시간 이상 쉬다가 게임 상황에 따라 적게는 1번, 많게는 2,3번의 불펜피칭(1회 약 20개 내외) 하고 곧바로 게임에 출전한다. 언제든 등판할 수 있는 짧은 호흡에 최적화 돼있다. 약 20구를 집중적으로 강하게 던질 수 있는 상태가 만들어진다.
이 준비 과정의 차이가 몸에 다른 기억을 만든다.
필승조들의 근신경계는 적게는 1타자, 많게는 1,2이닝을 던지는 동안 공 하나와 한 타자를 상대하는데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반면, 선발투수의 근신경계는 긴 이닝에 패턴이 맞춰져 있다. 선발투수는 경기전 본인이 늘 해오던 웜 업과 준비작업에 대한 익숙한 패턴이 몸에 저장돼 있다. 그렇다고 해서 선발투수가 본인의 능력치를 덜 쓴다는 뜻은 아니다. 한 시즌 동안 근신경계 패턴이 선발투수의 기능에 맞춰져 있다는 뜻이다. 완벽한 보직 전환을 위해서는 오프 시즌 같은 오랜 시간 동안의 '준비 과정'이 필요하다. 몸이 바뀌어야 퍼포먼스가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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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결과에 따르면 홈 게임에서 선발로 마운드에 올랐을 때 1,2회에 최대심박수가 이후 이닝과 비교했을 때보다 유의미하게 높았다. 또한, 홈 선발일 때 1회 최대 심박수는 원정 선발일 때와 비교했을 때 유의미 하게 높았다.
선수들의 경기 전 루틴은 주의를 집중하고, 방해 요소를 제거하며, 불안을 줄이며, 자신감을 향상시켜 성과를 향상 시키는 과정이다.
선발투수와 중간계투의 전혀 다른 준비 과정은 익숙하지 못한 상황 속에 불안감을 상승시킨다. 심리적인 요인과 더불어 생리적인 요인이 겹쳐지면서 기존에 가지고 있던 퍼포먼스를 온전하게 발휘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진다.
투수의 몸과 마음은 예민하다. 갑작스러운 변화는 긍정적 결과를 낳기 힘들다. 가을 야구를 치르는 코칭스태프도 이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변칙 없는 단기전은 또 없다. 그만큼 선수에 대한 면밀한 파악과 상황에 따른 벤치의 모험과 결단이 필요할 때가 있다.
한국시리즈에서는 두산 베어스 선발투수 이용찬이 불펜으로 전환한다. 키움 히어로즈 '만능키' 조상우 카드에 맞설 두산의 승부수다. 이용찬은 과거 불펜 경험이 풍부한 마무리 투수 출신이다. 비록 올해는 선발로 뛰었지만 불펜 투수에 대한 몸의 기억이 저장돼 있다. 이용찬의 불펜 전환 성공 여부는 한국시리즈 패권의 향방을 가를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거쳐 올라온 키움은 선발 투수의 불펜 전환 없이 인해전술로 짧은 릴레이 피칭을 이어가고 있다. 데이터에 기반한 나이트 투수코치의 치밀한 전략 하에 상대 타자들의 약점에 맞춰 중간 투수를 적재적소에 짧게 짧게 배치하고 있다. 오로지 자신의 임무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간 계투진의 장점을 극대화 하는 전략이다. 현재까지 성공적이었던 키움의 정통 불펜야구가 한국시리즈 무대에서는 어떤 결과를 낳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KBO육성위원, 국민대학교 운동역학실 연구위원, 차의과학대학교 스포츠의학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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