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로이칼럼]현역은퇴 이치로, 그를 상대했던 정근우-고영민-정현욱의 추억

◇그때 그 사나이들.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한국-일본 국가대표 선수들. 정근우-이치로-고영민. 스포츠조선DB

메이저리그 시애틀 매리너스의 스즈키 이치로(46)가 현역 은퇴를 발표했다.

미일통산 4367안타를 기록한 이치로의 은퇴에 대해 한국선수들도 큰 관심을 가졌다. 특히 월드베이스볼 클래식(WBC)에서 같이 경기를 치른 선수들은 더욱 특별한 감정이었다. 2009년 제2회 WBC에 한국 국가대표로 참가한 정근우(한화 이글스)는 지난 21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이치로의 마지막 경기를 생방송으로 시청했다고 했다.

정근우는 "이치로 선수가 모자를 벗자 짧은 헤어스타일에 흰머리가 한눈에 들어왔다. 아주 긴 시간 선수생활을 하셨다는 것을 느꼈다. 프로선수로서 이치로 선수와 같이 경기를 할 수 있었던 것 자체가 행운이었다"고 말했다.

당시 정근우가 맡은 2루수는 이치로의 빠른 발을 항상 신경 써야 되는 포지션이었다. 제2회 WBC 한일전에서 이치로가 친 2루 땅볼은 모두 4개. 그 중 정근우는 2개를 처리했다.

"이치로 선수의 타구를 잡고 아웃시킬 수 있었던 것은 앞으로도 오랜시간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정근우는 이치로에 향해 "노력을 거듭해 큰 성과를 남긴 이치로 선수의 야구인생에 진심으로 존경을 표한다"고 덧붙였다.

당시 이치로의 또 다른 2루땅볼 2개를 처리한 이는 고영민 현 두산베어스 코치다. 고영민 코치는 이치로에 대해 철저한 자기 관리를 칭찬하면서 그 존재가 일본야구계에 주는 영향에 대해 언급했다.

"이치로 선수가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는 것만으로도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일본 선수들을 좀더 적극적으로 체크할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만약 이치로 선수가 아니었다면 일본선수들이 미국에서 뛸 확률은 떨어졌을 것이다."

제2회 WBC에서 이치로가 친 땅볼이 내야안타가 된 적은 없다. 다만 번트 안타는 2개가 있었다. 그 중 하나는 한일전 3경기에 등판한 '국민 노예' 정현욱 현 삼성 라이온즈 코치가 마운드를 지킬 때 나왔다.

정 코치는 당시를 이렇게 회고했다. "이치로 선수와는 결승전에서 한번 대결했다. 이치로 선수가 타석에 들어서는 모습을 마운드에서 지켜보며 '와! 이치로다'라고 마음속에서 말했다. 이치로 선수는 볼 카운트 2B-0S에서 3구째를 3루쪽으로 번트를 댔다. 그 순간 바로 살았음을 알았다. 3루 라인쪽에 완벽히 붙었고, 발도 너무 빨랐다."

정 코치는 "앞으로 이치로 선수처럼 활약할 동양인 타자는 나오지 않을 것 같다"며 이치로의 존재감이 대단했음을 말했다.

올해 KBO리그 개막전이 열린 3월 23일은 바로 10년전 한국과 일본이 대결한 WBC결승전 날이었다. 10년이 지났지만 그날 LA다저스타디움에서 이치로와 함께 그라운드를 누빈 선수들의 기억은 아주 생생하다.

이치로는 과거에 자신의 발언이 정확히 전달되지 않아 파문을 키운 적도 있지만 야구인으로서 국적을 떠나 누구나 인정하는 최고의 선수로 유니폼을 벗었다.

<무로이 마사야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