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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로이 칼럼]KBO 최저연봉 수준, 이대로 좋은가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8-04-24 06:01


KBO리그 관중 규모는 14년 전에 비해 3배 이상 늘었다. 구단 수익과 선수 평균 연봉도 비슷한 수준에서 높아졌다. 그러나 선수 최저 연봉은 같은 기간 35% 늘어나는데 그쳤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필자가 현장 취재를 바탕으로 2004년부터 일본에서 펴내고 있는 '한국프로야구 관전가이드&선수명단'은 올해가 15년째다. 한국야구위원회(KBO)와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의 승인을 받아 만드는 이 책에서 필자는 10개 구단 선수 611명의 경력과 소개 글을 혼자서 썼다. 이 책을 쓰면서 첫 출판 때와 비교해 크게 변화가 없는 사항이 하나 있다. 선수 최저연봉이다.

2004년 당시 KBO리그 소속 선수(외국인 및 신인 선수 제외) 평균 연봉은 7129만원이었다. 14년이 지난 올해 선수 평균 연봉은 1억5026만원으로 110.8%가 늘었다. 반면 최저 연봉은 2004년 2000만원에서 올해 2700만원으로 증가률은 35%에 불과하다. 평균 연봉은 늘었지만 고액 선수와 그렇지 않은 선수의 격차가 예전보다 훨씬 커졌다는 이야기다.

일본 프로야구의 경우 신인 연봉은 선수마다 다르다. 일본의 최저 연봉은 420만엔(약 4200만원)인데 '괴물 타자'로 고교 시절 주목받은 니혼햄 파이터스 신인 기요미야 고타로의 올해 연봉은 1500만엔(약 1억5000만원, 추정)이나 된다. 최저 연봉의 4배 정도 많은 액수다.

물론 한국은 신인 선수들의 낮은 연봉을 보상해 주는 구제 조치가 있다. 5000만원 미만인 선수가 1군에 등록된 경우 구단은 5000만원에서 해당 선수의 연봉을 뺀 금액의 300분의 1에 등록 일수를 곱한 금액을 연봉과 별도로 지급해야 한다.(KBO 규약 제73조) 하지만 현역등록 일수가 많아지려면 1군 출전 기회를 잡을 정도의 성적을 꾸준히 내야 한다. 즉, 실력에 따른 연봉은 해마다 자연스럽게 올라가기 때문에 위의 구제 조치 자체는 선수간 격차를 줄이는데 별다른 효과가 없다.

KBO리그 최고 연봉 선수인 이대호(롯데 자이언츠)는 올해 25억원을 받는다. 한국에서 프로야구 선수는 꿈의 직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최저 연봉 2700만원은 프로야구가 아무리 실력의 세계라고 해도 현실적으로 적은 금액이라고 할 수 있다.

연봉 2700만원을 받는 수도권 구단의 21세 한 젊은 내야수는 "연봉이 지급되지 않는 비시즌 기간에는 자비로 몸관리를 한다. 헬스장 이용료를 한달에 10만원 내는 것도 쉽지 않다"고 했다. 또 23세 지방 구단 투수는 "지급되는 연봉에서 휴대폰 요금을 내면 얼마 남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화 이글스 후지오 요시후미 트레이닝 코치는 "한국의 젊은 선수들은 먹는 것에 대한 의식이 낮다. 건강관리를 생각해서 좋은 음식을 먹어야 하는데, 젊은 선수는 특히 비시즌 때 돈이 없어서 그런지 컵라면 등을 먹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다. 연봉이 박한 젊은 선수들에게 나타나는 폐해라는 것이다.

최저 연봉이 올라가면 젊은 선수들은 건강 관리에 더 신경쓸 수 있고 생활에 여유도 생길 수 있다. 하지만 구단 입장에서 보면 이는 인건비 상승을 의미한다. 프로야구 구단의 수익구조는 입장료, 기념품 판매, 스폰서 수입, 중계권료 등으로 나뉜다. 선수의 최저 연봉을 올리려면 수익을 높이든지 아니면 구단이 고용하는 육성 선수 등 인원수를 줄이는 수밖에 없다.

만약 최저 연봉을 높일 명목으로 구단이 입장료를 인상한다면 팬들은 어떻게 느낄까. 14년 전에 비해 관중수가 3배 이상 늘어난 지금의 한국 팬들은 최저 연봉 인상에 관해 어떻게 생각할 지 궁금하다. <무로이 마사야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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