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지난 2011년 8월 30일자 칼럼에서 외야수의 글러브 착용법에 대해 소개한 적이 있다.
대부분의 외야수들은 글러브의 공을 잡는 부분인 포켓을 넓게 활용하고 부드럽게 잡는 것에 신경을 쓴다. 그러기 위해 검지를 원래 검지를 넣는 자리가 아닌 중지 자리에 넣고, 중지는 다시 한칸 밀어 약지 자리에, 새끼 손가락을 넣는 자리에는 약지와 새끼 손가락을 한꺼번에 넣는다는 내용이었다.
LG 트윈스 외야수 김용의는 자신의 글러브를 보여주며 "요즘 외야수 글러브는 원래 새끼 손가락이 들어가는 부분이 넓어지고 있습니다. 이 글러브처럼 약지도 같이 넣을 수 있게 돼 있어요"라고 했다. 김용의는 옆에 있던 채은성의 글러브도 보여줬는데 같은 스타일이었다. 채은성은 "저는 원래 내야수라서 예전의 상황을 모르지만 와야수로 전환했을 때 글러브가 이렇게 돼 있었습니다" 리고 했다. 야구선수의 장비가 선수의 요구에 맞게 미세한 부분에서 진화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 외야수 글러브 착용법이 최근엔 내야수, 특히 2루수에서 볼 수 있었다. 일본의 경우 2004년부터 2010년까지 메이저리그에서 뛴 마쓰이 가즈오(라쿠텐)가 미국생활에서 영향을 받아 귀국 후에도 이런 식으로 글러브를 사용하다. 이런 방식이 2루쪽으로 가는 타구를 잡을 때나 글러브 토스를 할 때 글러브를 조금이라도 넓게 쓰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 내야수 글러브에도 외야수 글러브처럼 새끼 손가락 부분이 넓어진 제품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예전에 일본에서는 '내야수는 공을 몸의 중심에서 잡아야 한다'라는 상식이 있었다. 요즘에도 그것이 기본이지만 빠른 타구를 잡는 등 어떤 자세에서도 타구를 잘 처리하기 위한 또 다른 창의적인 연구의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그중 하나가 내야수의 외야수 글러브 착용법이다.
|
박경수-정근우의 착용법과 서건창-오재원의 착용법 중 어느 쪽이 더 좋다라고 하긴 힘들다. 선수 각자가 자신의 스타일에 맞게 여러가지를 감안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소개했다.
SK 박경완 배터리 코치는 야구라는 스포츠에 대해 "야구는 전반적으로 타자가 유리하게 만들어진 스포츠다. 자기 몸으로 승부하는 투수에 비해 타자가 치는 배트의 질은 항상 향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투수들은 정말 힘들다"라고 했다.
앞으로 야구 장비의 제조기술이 더 좋아지면 계속 투수 수난시대가 이어질 수 있다. 수비 장비면에서 투수를 도와주려면 글러브의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 정도가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면에서 보면 글러브와 글러브 착용법의 진화는 투수를 구하기 위한 작은 힘이 될 수 있다. <무로이 마사야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