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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40·삼성 라이온즈)이 한-일 개인 통산 600홈런에 2개를 남겨두고 있다.
일본 프로야구에서 600홈런을 넘긴 타자는 868홈런을 기록한 왕정치(오 사다하루, 현 소프트뱅크 호크스 회장), 657홈런의 노무라 가쓰야(전 라쿠텐 이글스 감독) 두 명뿐이다. 둘은 나란히 1980년 은퇴한 '역사 속의 인물'이다. 둘의 기록을 따라가는 현역 한-일 선수는 이승엽 외에 없다. 600홈런은 향후에도 배출하기 어려운 위대한 기록이다.
그러면 투수 입장에서 봤을 때 그들에게는 어떤 특징이 있을까. 현역 시절에 왕정치, 노무라 두 타자와 대결한 경험이 있는 간베 도시오 전 KIA 투수코치(73)에게 물었다. 사실 왕정치와 노무라는 서로 다른 리그에 소속돼 있었기 때문에 두 타자와 정규시즌에 대결한 적이 있는 투수는 그렇게 많지 않다. 하지만 간베코치는 긴테쓰와 야쿠르트에서 뛰었고, 퍼시픽리그, 센트럴리그 양대 리그의 중심투수로 던졌다. 간베 코치는 왕정치, 노무라와 많은 대결을 펼쳤고 둘에게 4개씩 홈런을 허용했다.
간베 코치는 왕정치와 노무라에 대해 "두 분은 좌타자와 우타자 라는 차이는 있지만 멀리 치는 기술이 뛰어나고 방망이의 헤드 스피드가 대단했다. 나이가 들어도 그 스피드는 떨어지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두 분은 40대가 되면서 변화를 주었기 때문이다. 왕정치는 방망이의 그립을 한 줌 짧게 잡기 시작했고, 노무라도 콤팩트한 스윙으로 바꾸었다. 두 분은 자기의 히팅 포인트를 한층 더 의식하고 몸을 날렵하게 이용하면서 빠른 스윙을 하려고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왕정치의 경우 만 40세 때 은퇴했는데 그 현역 마지막 해에도 30홈런을 치고 그라운드를 떠났다. 덧붙이면 그가 통산 868개째의 마지막 홈런을 친 투수가 바로 간베 코치였다.
이승엽도 나이가 들면서 변화를 보이고 있다. 2014시즌부터 방망이를 세우는 타격 준비 자세에서 방망이를 눕히는 자세로 바꿨다. 타석에서 두 발의 스트라이드도 짧게 하면서 콤팩트한 스윙으로 정확성을 높이고 있다.
40대를 맞이하고 변화를 하면서 많은 아치를 그려낸 왕정치와 노무라, 그리고 이승엽. 세 타자에겐 다른 점도 있다.
이승엽은 "내년 은퇴한다는 기한을 정하면서 야구가 재미있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왕정치는 시즌 30홈런을 치면서도 "자기 배팅을 못 하게 됐다"고 해서 은퇴를 선언했다. 노무라는 45세까지 힘들게 현역 생활을 보냈다. 세 명의 피날레로 향하는 모습은 가지각색이었다.
간베 코치는 한국 시절의 이승엽을 오릭스 블루웨이브의 스카우트로 봤고, 일본 시절의 이승엽을 상대팀 투수코치로 봤다. 그는 이승엽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한국에서 400개 이상의 홈런을 쳤고 또 한국보다 투수 실력이 높은 일본에서도 활약했다는 것은 아주 대단하다." 600홈런. 그 금자탑이 이승엽의 눈앞에 와있다. <무로이 마사야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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