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kt 위즈의 포수 안중열(19)과 이야기를 나눌 때 그는 이런 말을 했다. "이시미네 코치님은 일본에서 아주 유명한 분이시고, 사람들이 긴장감을 갖고 인사할 정도라고 들었어요."
안중열이 말한 이시미네 코치는 올해 고양 원더스에서 활동을 했고, 이번에 kt 1군 타격코치로 자리를 옮긴 이시미네 카즈히코 코치(53)를 가리킨다. 이시미네 코치는 현역 시절 한큐 브레이브스 등에서 활약하며 통산 269홈런을 날리고, 1990년에는 타점왕에 오르는 등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까지 일본을 대표하는 강타자였다. 이시미네 코치의 성격은 온화하고 남에게 긴장감을 주는 타입은 아니지만, 한국 선수들 입장에서는 주눅이 들만하다.
어느 코치든 선수 시절의 성적과 경험이 있지만, 그것이 지도자로서 갖춰야 할 최우선 조건은 아니다. 하지만 선수 입장에서 봤을 때 경력은 해당 코치에 대한 판단을 하는데 있어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이번 스토브리그서 새롭게 한국 구단 유니폼을 입은 일본인 지도자 중에 이시미네 코치 말고도 스타 출신이 또 한 명 있다. 한화 이글스의 니시모토 다카시 투수코치(58)다. 그는 현역 시절 통산 165승을 올렸고, 80년대 요미우리의 에이스로 국민적 사랑을 받은 스타였다.
그런 이시미네 코치나 니시모토 코치의 한국행에는 한화 김성근 감독과의 인맥이 크게 작용했다. 김 감독은 일본인 코치 영입에 대해 "단순히 성적이 좋았던 사람을 코치로 데려오는 게 아니다"면서 "나는 코치를 뽑을 때 한 달 반에서 두 달 정도 걸린다. 만나서 면담을 하고 팀의 다른 코치와 융화할 수 있는지를 보고 영입 결정을 하며 편성을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김 감독은 또 "성적을 남긴 사람이면 기술적인 지식이 풍부하다. 그것은 당연한 것인데, 그것 말고 필요한 점은 선수의 미래를 생각하는 애정이 아닐까 한다"고 했다.
이시미네 코치와 니시모토 코치는 스타 출신이지만, 신인 때부터 유망주는 아니었다. 이시미네 코치는 프로에 입단하자마자 왼 무릎 부상을 입었고, 니시모토 코치는 드래프트 외 선수(한국의 신고선수에 해당)로 프로에 들어왔다. 많은 고생 끝에 스타가 된 경험이 지도자 능력의 바탕이 됐다는 의미다.
코치에게 필요한 능력은 보직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관찰력과 커뮤니케이션 능력, 판단력 등이 있다. 그런 부분은 노력과 고생을 한 사람이 더 지닐 수 있는 것들이다.
내년 한국 프로야구에는 역대 최다인 13명의 일본인 지도자가 활약할 예정이다. 그들 중에는 선수 시절 성적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고난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성격을 가진 인물도 있다. 그들의 열정이 내년 한국 선수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 지 궁금하다.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