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을 보는 재미가 쏠쏠한 스포츠이다. 특히 볼카운트에 따른 투수와 타자의 머릿싸움이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볼카운트에 따라 작전이 달라지고, 투수와 타자의 유불리가 달라진다. 가장 흥미로운 게 볼카운트 3B이다.
3B에서 투수는 볼넷에 대한 압박감 때문에 직구를 던져 스트라이크를 잡으려는 경향이 크다. 반면 타자는 투수의 마음을 알고 가운데로 들어오는 직구를 노릴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3B에서 타격을 하는 타자는 많지 않다. 분명히 한가운데로 들어오는 공인데 타자들은 타격할 생각을 하지 않고 스트라이크가 돼도 아쉬워하지 않는다. 특히 일본의 경우 한국보다 3B에서 타자가 기다릴 때가 더 많은 것 같다.
실제로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그런 장면이 있었다. 삼성이 5-0로 리드한 3회말 2사 2루에서 8번 이지영(28)은 3B에서 넥센 히어로즈 선발 소사(29)가 던진 직구를 잡아당겨 좌전 적시타로 만들었다. 경기 후 이 상황에 대해 이지영은 "치라는 사인이 나왔어요"라고 했다.
삼성은 1차전에서도 2-2 동점이던 6회말 2사에서 최형우(31)가 벤헤켄을 상대로 3B에서 타격을 했다. 결과는 파울. 4번 타자인 최형우가 스스로 판단해 때린 것으로 생각했는데, 최형우는 의외로 "치라는 사인이 나왔어요. 저도 3B가 돼서 치고 싶었는데 마침 벤치에서 그런 지시가 나왔어요. 우리 팀은 공격적이지요"라고 했다.
최형우의 말 그대로 올시즌 9개 구단 중 3B 상황에서 타격을 해 안타나 범타가 된 횟수는 삼성이 가장 많은 16번이었다. 그 중에서 최형우는 리그에서 가장 많은 6번의 타격을 했고 3안타(1홈런)를 기록했다. 반면, LG는 3B에서 한 번도 타격을 하지 않았다. 롯데와 KIA는 딱 한번만 공격했다. 세리자와 코치나 최형우가 "삼성은 공격적인 팀"이라고 말한 부분이 이해된다.
삼성 류중일 감독(51)이 4번 타자에게도 히팅 사인을 내고 있다는 점은 상상하지 못했던 부분이었다. 그런데 삼성이 공격적이라도 해도 언제나 3B에서 타격을 선택하는 것은 아니다. 최형우는 "3B에서 기다리라는 사인이 나올 때도 있어요"라고 했다. 삼성에서는 김상수처럼 프로 입단 이후 3B에서 타격을 한 번만 한 선수도 있다. 즉 경기 상황이나 타자의 특성, 투수의 유형에 따라 3B에서 치라는 지시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을 상대하는 넥센은 어떨까. 넥센은 올시즌 3B 상황에서 7번 타격했다. 그렇다면, 벤치의 지시에 따른 것일까, 아니면 타자의 판단에 따라 이뤄진 것일까. 4번 타자 박병호(26)는 "3B에서는 벤치에서 지시가 한 번도 안나왔어요. 전 그 상황에서는 3루 코치를 보지도 않습니다"라고 했다. 또 5번 강정호(27)도 "(그 상황에서) 사인은 안 나와요" 라고 말했다. 삼성보다 넥센이 벤치에서 더 많은 지시가 나올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듯 했다.
올시즌 3B에서 타율이 삼성은 6할2푼5리, 넥센은 4할2푼9리로 양 팀 모두 높았다. 하지만 벤치나 타자 입장에서 주저하게 되는 카운트가 3B다. 공 하나 하나가 더 중요한 한국시리즈. 볼카운트 3B에서 드라마가 펼쳐질 수 있을까.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