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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로이칼럼]김광현처럼 될 뻔했던 천관위의 결승전

권인하 기자

기사입력 2014-09-30 06:24


국제대회는 기존의 스타가 정상에서 환호를 하기도 하지만 새로운 스타가 탄생하는 곳이기도 하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 한국은 일본에 도전하는 입장이었다. 일본과의 예선과 준결승에서 모두 선발등판해 호투를 펼친 김광현(26·SK)은 일본전을 통해 한국팬은 물론 일본과 전세계에 이름을 알릴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제 해외 진출을 목전에 두고 있다. 당시 금메달을 노렸던 일본은 김광현의 역투에 무너지며 큰 충격을 받았다.

인천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은 다른 참가국으로부터 도전을 받는 입장이었다. 결승전에서 하마터면 질 뻔했다. 한국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 투수가 있었다. 대만의 왼손투수 천관위(23·요코하마 DeNA)다.

천관위는 24일 한국과의 예선전 때도 등판했던 투수다. 당시 0-9로 뒤진 2회초 2사 1,3루에서 등판해 4⅓이닝을 4안타 5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았다. 그는 낮게 떨어지는 포크볼과 슬라이더로 박병호(28) 강정호(27·이상 넥센) 나성범(25·NC) 등 중심타자들을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했다. 만약 천관위가 24일 경기와 결승전에서 선발로 나왔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24일 경기 후 김현수(26·두산)는 천관위에 대해 "좋은 투수지만 0-0에서 나왔다면 공략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라고 했다. 한국 선수들이 점수차가 커지면서 긴장이 풀려 천관위를 공략하지 못한 것이지, 팽팽한 상황이었다면 칠 수 있었을 것이라는 뜻이다. 당시 천관위도 "마운드에 올라서 처음에는 긴장했는데 점수차가 커서 편안하게 던졌습니다"라며 이를 인정했다.

그런데 한국 타자들은 28일 결승전에서도 천관위 공략에 어려움을 겪었다. 천관위는 1-1 동점이던 5회초 2사 1,2루에서 두번째 투수로 등판해 2⅔이닝 동안 2안타 3탈삼진 2실점했다. 그는 8회초 주자 2명을 내준 뒤 마운드를 내려갔다. 이후 선행주자가 모두 홈을 밟아 2실점과 함께 패전투수의 멍에가 씌워졌지만 천관위의 피칭은 분명 한국에 위협적이었다.

천관위는 결승전이 끝난 뒤 "한국 타자들은 파워가 있고 낮은 코스의 공도 안타로 연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의 컨디션이 좋았고 특히 포크볼이 잘 떨어졌습니다. 일본에서 볼배합에 대해 많이 배웠고 그것이 도움이 됐다고 생각합니다"라고 했다.

천관위는 '8회초 교체될 때 계속 던지고 싶었냐'는 질문에 "코치님의 지시에 수긍했습니다"라며 불만이 없었다고 했다. 그는 "아시안게임이 아주 좋은 경험이 됐습니다. 내년 시즌에 많은 도움이 될 것같습니다"라며 내년 시즌을 얘기했다.

천관위는 7월 16일 히로시마 카프전에 선발 등판한 게 올해 일본 프로야구에서 유일한 1군 출전이었다. 당시 2⅓이닝 동안 홈런 2개를 맞는 등 5안타 4실점하고 강판됐다. 아시안게임에서 아쉽게 '스타 후보생"으로 끝난 천관위. 그에게 맞대결했던 한국의 에이스 김광현같은 빛나는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까.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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