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놀랐다. 지난 5일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와 한신 타이거즈의 경기를 앞두고 만난 한신의 마무리 투수 오승환(32)이 뜻밖의 얘기를 꺼냈다.
"처음으로 말하는건데, 일본에 와서 100%의 컨디션으로 던진 경기가 한 번도 없어요."
오승환은 이어 "생각해 보면 삼성에서 3년 연속 우승했고, 한국시리즈에도 등판했고, 또 지난 해 3월에 WBC도 출전했잖아요. 또 일본 오기 전에 많은 트레이닝을 했어요. 그래서인지 나도 모르게 피로가 쌓였던 것 같아요. 아직 일본에 와서 내가 생각한 만큼의 공이 나오고 있지 않아요"라고 했다.
오승환은 7일 현재 32경기에 등판해 1승2패18세이브, 평균자책점 2.25를 기록하고 있다. 센트럴리그 세이브 부문 1위다. 오승환은 한신이 후지카와 규지를 미국으로 보낸 이후 약점이었던 '마무리 투수의 부재'를 완전히 메우고 있다. 그런데 오승환은 자신이 납득할 수 있는 피칭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오승환은 피로가 누적되기 시작한 퍼시픽리그와의 교류전 때 구원 실패를 하거나, 성공하더라도 위기 상황을 맞을 때가 많았다. 특히 투아웃 이후에 불안한 모습을 보일 때가 많았다. 이 때문에 오승환에 대한 팀이나 팬의 신뢰감도 시즌 초반 보다 떨어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정신적으로도 피로를 느끼는 듯 하다. 오승환은 "지금의 내가 좋은지 나쁜지를 모르겠어요"라고 복잡한 심정을 토로했다. 여기에는 오승환의 생각과 포수의 리드가 일치하지 않는 문제도 있다. 오승환은 "일본은 야구장이 좁아서인지 투스트라이크 이후 높은 직구를 결정구로 리드할 때 가 별로 없어요"라고 했다. 한신 포수들의 리드를 보면, 특히 신인 포수 우메노 류타료(23)는 그런 경향이 두드러진다.
우메노 입장에서 생각하면 위기 때 바깥쪽 낮은 코스 위주로 리드를 하는 것은 이해가 되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오승환의 피칭스타일은 조금 다르다. 코스에 신경을 쓰다보면 투구수가 많아지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그러나 오승환은 긍정적으로 바라보면서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다. "일본에 와서 코스 좌우를 이용해 승부하는 것을 배우고 있어요. 또 투심이 예전보다 좋아졌어요. 지금의 경험은 내년에 더 좋아질 수 있는 플러스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고 했다.
일본 진출 첫해. 세이브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오승환은 고민을 하면서 배우는 자세로 임하고 있다. 야구선수로서 끝없이 최고를 추구하는 그의 높은 의식이 엿보인다.
현재 센트럴리그 3위인 한신은 8일부터 올스타 브레이크까지 9연전을 치른다. 상대는 2위 히로시마 카프, 1위 요미우리 자이언츠 ,4위 주니치 드래곤즈로 모두 순위 경쟁 대상이다. 오승환은 피로를 느끼고 있지만 이번 9연전에서 등판기회가 많아져야 한신이 선두 경쟁에 뛰어들 수 있다.
"하루 이틀 쉬어도 피로는 풀리지 않아요. 한국에 가서 쉬면 풀릴까요"라고 오승환은 웃으며 말했다. 이번 9연전 이후 오승환의 이런 여유 있는 모습을 더 보고 싶다.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