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막을 내린 2013년 아시아시리즈에서 약체로 평가됐던 대만과 호주 팀이 결승전을 벌여 캔버라 캐벌리(호주)가 우승을 차지했다. 예상밖의 결과에 한국과 일본에서는 아쉽다는 말 보다 대회의 필요성을 의문시하는 얘기가 더 많이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봐야할까.
아시아시리즈는 2004년 7월 일본야구기구(NPB) 프로야구 실행위원회가 제의해 다음 해에 1회 대회가 열렸다. 제의 당시 일본에서는 일부 구단에서 구단수를 줄이려는 움직임이 있었고, 단일 리그가 됐을 경우 일본시리즈 대신에 아시아시리즈를 하자는 의도가 있었다. 하지만 오릭스와 긴테쓰가 합병하고 신생팀 라쿠텐이 창단해 센트럴리그와 퍼시픽리그, 양리그제가 유지됐다. 그러자 아시아시리즈는 당초의 목적 보다 아시아야구의 발전에 의미를 두는 대회가 됐다.
만일 지금처럼 시즌이 끝난 후에 대회를 진행할 경우 참가 선수에 관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이번 대회 기간 중에 "우승을 하면 선수에게 FA 취득 기간을 단축해주는 등 메리트를 줘야지요. FA 교섭 기간도 아시아시리즈가 끝나고 해야 돼요"라고 했다. 류 감독의 발언에 대해 대만 언론은 "좋은 아이디어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문제는 시기적인 부분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시즌 중에 대회를 개최해야 하는데, 이 경우에는 각 리그 우승 팀들 간의 대결이 이뤄질 수 없다.
그렇다면 시즌 중에 어떤 식으로 대회를 진행해야 할까. 아시아시리즈를 대만에서 취재한 일본 기자들과 이야기를 해보니 '아시아 교류전' 얘기가 나왔다. 정규 시즌 중에 아시아 각국 리그 프로팀들이 몇 군데에 모여서 경기를 하는 방안이다. 경기 결과를 소속 리그의 정규시즌 성적에 포함시키면 참가팀들이 열심히 할 수밖에 없게 된다.
물론 문제점이 있다. 구단별로 몇 경기를 하느냐에 따라 기간이 길어 진다. 또 일본에서 일본팀이 한국이나 대만팀과 경기를 할 경우 원정 팬이 거의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일본 구단이 흥행을 감안해 반대할 수도 있다.
솔직히 선수 편의나 구단 수익만 생각하면 아시아 프로야구 교류가 필요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국제화가 미진한 야구계의 미래를 생각했을 때 당장의 수익보다 더 멀리 보고 생각하며 행동해야 한다. 필자와 이 문제를 놓고 이야기를 나눈 일본 방송사 관계자는 "왕정치씨가 10살 젊었다면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었을텐데"라고 했다.
혹시 한국에 아시아 야구의 미래를 위한 생각을 갖고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인물이나 기업이 있을까. 이런 사람이 나타나면 더없이 좋겠지만 없더라도 논의를 하는 것 자체가 야구 국제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