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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로이의 가깝고도 먼 한일야구]이대호가 사구에 화를 낸 두 가지 이유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3-09-03 06:54


"고의가 아니었다고 해도 하루에 2번 맞고 가만 있으면 바보 같잖아요."

이대호(오릭스)는 지난 8월 31일 세이부와의 원정경기 때 상대 투수가 던진 공에 맞고 화를 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날 이대호는 2회초 첫 타석에서 세이부 선발투수 노가미가 던진 몸쪽 투심이 유니폼을 스치면서 사구로 출루했다.

이대호는 세 번째 타석에서도 노가미가 던진 몸쪽 공에 맞았다. 첫 타석에 이어 노가미는 곧바로 모자를 벗어 사과를 표했지만, 이대호가 화를 내면서 벤치클리어링이 벌어졌다.

세이부 배터리 입장에서 보면, 6회초 1사후 1-1 동점에서 일부러 이대호를 몸에 맞는 볼로 내보낼 이유가 없었다. 이대호는 노가미가 제구력이 좋은 투수라고 했다. 제구력이 좋은 노가미이지만 이대호와 아픈 기억이 있다.

4월 17일 벌어진 세이부-오릭스전. 선발등판한 노가미는 7회초 1-1 주자 없는 상황에서 이대호와 마주했다. 8월 31일과 비슷한 장면이었다. 볼카운트 3B2S에서 포수는 몸쪽을 요구했고, 노가미는 포수의 미트를 향해 공을 던졌다. 하지만 볼넷을 피하고 싶었던 노가미의 공은 스트라이크존 한가운데로 들어갔다. 이대호는 이 공을 놓치지 않고 때려 좌월 홈런으로 연결했다. 이 홈런은 결승 홈런이 됐다. 노가미는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것도 좋지만, 과감한 몸쪽 승부도 중요하다는 교훈을 얻었을 것이다.

투수 출신인 한 해설위원은 "이대호 처럼 몸쪽 공을 피하지 않는 타자도 있어요. 노가미는 그걸 생각해서 공을 던져야 돼요"라고 말했다. 과감한 몸쪽 승부의 필요성과 사구의 위험성. 노가미에게 이대호와의 맞대결은 이 두 가지 생각이 교차할 수밖에 없는 승부였다.

이대호가 분노한 이유는 하나 더 있다. "팀의 분위기를 바꾸어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오릭스는 팀 평균자책점 3.33으로 퍼시픽리그 1위다. 하지만 팀 타율은 2할5푼5리로 리그 최하위다. 오릭스가 리그 꼴찌로 떨어진 것도 타선의 응집력 부족 때문이다. 4번 타자인 이대호로선 동점 상황에서 출루하는 것도 중요하고, 또 팀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것도 중요했다. 이런 걸 의식해 화를 낸 것이다.

이대호는 "남은 30게임(9월 1일 경기전 시점)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구단과 몇 차례 만나 재계약에 대해 의견을 나눴지만, 구체적인 이야기는 하지 않았습니다"라고 했다. 이대호의 얼굴에는 팀 상황에 대한 아쉬움이 담겨 있었다.

9월 1일 경기에서 1회에 2타점 적시 2루타를 때리며 팀 승리에 기여한 이대호. 오릭스는 이 승리로 클라이막스 시리즈 진출의 가능성을 남겼다. 9월에는 이대호의 표정이 좋아 질지, 아니면 어두워 질지는 팀 성적에 달려 있는 것 같다.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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