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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로이의 가깝고도 먼 한일야구]이대호 기쁨과 슬픔의 동점홈런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3-06-24 15:40 | 최종수정 2013-06-25 07:37


23일 세이부돔에서 벌어진 세이부전 9회초 2사에 극적인 동점 홈런을 때린 오릭스 이대호. 이 홈런에는 기쁨과 슬픔이 함께 담겨 있었다.

경기 이틀 전인 21일은 이대호의 31세 생일이었다. 23일 경기 전에 만난 이대호에게 "생일 축하해요"라고 인사를 했는데, 표정이 어두웠다. 이대호는 "네, 그런데 지금은 축하를 받을 수가 없어요. 어저께 와이프의 할머니가 돌아가셨어요"라고 했다.

슬픈 얼굴로 한숨을 쉰 이대호. 이런 그를 보며 구단 관계자는 "일본에서는 아내의 할머니라면 가까운 존재라는 느낌이 없는데, 이대호의 경우 가족을 소중하게 생각하니까 아주 슬픈 것 같아요. 혹시, 지금 바로 한국에 가고 싶어하는 건 아닌가요?"라며 걱정을 했다.

이날은 이대호에게 또 다른 변화가 있었다. 통역인 정창용씨가 고열 때문에 경기장에 나오지 못했다. 정씨 대신 한국어를 구사하는 오릭스 구단 나카무라 준 편성부 부부장이 이대호를 도와줬다. 특별히 불편한 것은 없었지만 평소에 정씨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티배팅 연습을 하곤 했던 이대호의 얼굴에서 편안함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런 가운데 이대호에게 기쁜 소식도 있었다. 올스타전 팬투표 퍼시픽리그 1루수 부문에서 1위가 된 것이다. 오릭스에서는 이대호 외에 이토이, 히라노,이토가 팬투표로 뽑혔다. 이 소식을 들은 일본 언론의 오릭스 담당기자들은 "오릭스가 인기구단이 됐나?"라며 놀랐고, 또 웃었다.

이대호는 "이토이나 히라노는 잘 하는 선수이니 당연이 선정되어야 하는 선수이고, (올해 주전포수로 자리를 잡은)이토에게 정말 축하를 해주고 싶어요. 열심히 했는데 잘 됐어요"라고 했다. 취재진이 이대호에게 "올스타전에서 홈런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하자, 그는 "저도 치고 싶어요. 기대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이대호와 대화 도중에 일본 프로야구의 관중수 정체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이대호는 "세밀한 야구도 좋지만, 홈런이 터져 모두가 흥분할 수 있는 경기가 필요한 것 같아요"라고 했다.

이날 경기는 이대호 말대로 팬들을 흥분시킨 경기였다. 4회 오릭스의 아롬 발디리스가 역전 투런 홈런을 쳤고, 세이부는 7회 동점상황에서 구리야마가 1점 홈런을 터트려 1점차 리드를 잡았다.


오릭스가 6대7, 1점차로 뒤진 9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이대호가 타석에 들어갔다.이대호는 볼카운트 2B1S에서 4구째, 상대투수 데니스 사파테가 던진 149km 직구를 놓치지 않았다. 타구는 세이부돔 백스크린 오른쪽으로 넘어가는 동점 홈런이 됐다. 이대호는 홈 베이스를 밟을 때, 유니폼 왼쪽 소매에 손을 갖다대며 고인에 대한 애도를 표현했다.

경기후 이대호는 "바로 (한국에) 가야 하는데 못 가고 죄송한 마음입니다"라고 했다. 이날 이대호의 홈런은 이대호 본인과 팀, 가족, 팬 등 많은 사람에게 여러가지로 의미가 있었다.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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