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일본에서는 프로야구 공인구 변경 은폐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다. 스포츠전문지 뿐만 아니라 종합지 1면을 장식할 정도로 크게 다뤄지고 있고, TV 뉴스프로그램에서도 큰 화제가 되고 있다.
각 구단들이 사용하고 있던 네 종류의 공인구를 2011년 부터 미즈노사가 제조하는 이른바 '통일구' 한 종류로 통일하면서 시작됐다. 통일구는 일본선수들이 국제대회 마다 다른 사용구에 적응 못 하는 점을 고려해 가토 료조 일본야구기구(NPB) 커미셔너가 주도해 도입했다.
NPB는 "볼 제조 과정에서 반발계수가 0.4134 보다 더 낮아지는 공이 나왔고, 이걸 조절하기 위해 지난해 가을부터 새로운 통일구를 만들기 시작했다"고 반발계수를 변경한 공을 사용한 이유를 설명했다. NPB는 통일구 변경 사실을 숨긴 것에 대해 "혼란을 일으키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일본프로야구의 공인구에 대한 관심과 통일구 도입 움직임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이후 커졌다.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표로 했던 일본은 4위에 그쳤다. 이 때 일본은 금메달을 차지한 한국을 주목했다.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에서 메달획득에 실패한 한국이 이후 마운드의 높이와 공인구 규격을 국제기준에 가깝게 변경했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일본에서는 한국의 금메달이 이런 국제화 노력의 성과라는 이야기가 나왔고, '이런 모습이 일본에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그런데 잘 못 알려진 부분도 있었다. 필자가 베이징올림픽을 취재하고 일본으로 돌아왔을 때 일본미디어들로부터 이런 말을 자주 들었다. "한국은 국제대회에서 사용하고 있는 공과 동일한 공을 정규시즌에서 쓰고 있고 준비가 잘 되어 있었다."
같은 공이 아니고 비슷하게 만든 공인데 그 당시에도 일본에서는 이런 말이 나올 정도로 공인구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었다.
이후 도입된 통일구는 극단적인 투고타저를 낳았고, 야구에 대한 관심저하로 연결됐다. 이번에 통일구 변경 은폐까지 터져 악순환이 이어진 것이다. 일본의 공인구문제는 향후 어떤 방향으로 갈까. NPB는 제3의 기관에 이 문제에 대해 조사를 맡길 예정이다.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