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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로이의 가깝고도 먼 한일야구]한국사례 듣고 일본에 남은 오타니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2-12-17 13:24 | 최종수정 2012-12-17 14:14


한국야구계의 사례가 일본 고교야구 유망주의 마음을 움직였다. 지난 7월 시속 160㎞ 직구를 던지면서 주목을 받았던 투수 오타니 쇼헤이(18)와 니혼햄 구단이 그 주인공이다.

오타니는 10월 25일의 일본 프로야구 드래프트 직전에 미국진출을 선언하며 일본 프로야구 구단에 입단하지 않겠다고 밝혔다.하지만 니혼햄은 오타니를 강행지명했다. 니혼햄은 한달 넘도록 끈질기게 설득을 했고, 오타니는 결국 지난 9일에 니혼햄 입단을 결정했다. 원래 오타니는 "미국에 빨리가서 메이저리그에서 빨리 활약하고 싶다"고 했으나, 니혼햄은 "빨리 가는 것과 오랫동안 활약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톱 클래스로 활약하려면 일본에서 뛰고 나중에 미국에 가는 게 낫다"고 주장했다.

니혼햄은 오타니를 설득하면서 30페이지 짜리 자료를 제시했다. 자료의 핵심은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미국에 직행한 선수는 어떤 성과를 냈을까'라는 내용이었다.

자료는 필자가 니혼햄의 스카우트 책임자의 의뢰를 받고 작성했다. 이 스카우트는 지난 9월에 필자에게 전화를 해 "한국 상황을 알고 싶다"고 했다. 일본에서는 프로구단의 지명을 거부하고 미국에 진출한 케이스가 한 번도 없었다. 니혼햄은 한국에 직행한 사례가 있으니 그걸 참고로 하고 싶다고 했다.

일본의 경우 메이저리거가 된 선수 대다수가 프로 출신인데, 한국은 13명 중(류현진 포함) 10명이 아마추어 팀에서 미국으로 직행했다. 이 가운데 봉중근과 추신수 백차승 류제국 등 4명이 고교생이었다. 이들은 5~6년간의 마이너리그 생활을 거쳐 메이저리그에 올랐는데, 이걸 니혼햄 구단에 판단자료로 제시 했다.

또 2006년 이후 한국의 고교선수 21명이 미국에 진출했는데, 한 명도 메이저리그에 올라가지 못했다는 걸 알려줬다. 2006년에 두산의 1차 지명을 거부하고 미국에 진출한 남윤희(개명후 남윤성)와 같은 해에 한화에 입단한 류현진, 두 좌완투수를 비교한 내용도 있었다.

대학 재학중에 미국으로 건너가 성공한 박찬호나 김병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직행해 활약 중인 추신수같은 선수도 있지만, 성공하지 못한 사례가 더 많았다. 니혼햄은 이런 상황을 오타니에게 판단 자료로 제시했다. 오타니는 이 자료를 보고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내용이 많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필자가 자료를 정리할 때 미국야구에 정통한 민훈기 해설위원과 고교시절의 추신수와 접촉했던 윤동배 롯데 전 스카우트(현 롯데 상동야구장 소장)의 조언이 도움이 됐다.


니혼햄과 오타니의 입단협상은 일본에서 큰 화제가 됐고, 니혼햄은 이번 자료를 구단 홈페이지에 공개해 많은 관심을 모았다. 구단이 내부자료를 외부에 공개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 일이다.

2006년부터 지난 7년간 4번이나 우승을 차지한 니혼햄의 구단 운영시스템을 한국 구단들이 벤치마킹하고 있다. 이번 오타니 영입과정을 보면 니혼햄답다는 생각이 든다.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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